몇 달 전 아침, 학교가는 길 횡단보도에서 교통사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취업|압박|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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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9angseo
·3년 전
몇 달 전 아침, 학교가는 길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파란불에 길을 건너는데 신호를 위반한 차에 치였다. 머리뼈와 척추가 골절 되었고 압박골절 된 척추뼈가 척수신경을 눌러버렸다. 조금만 더 눌렸어도 하반신이 마비될 수 있었는데 다행히 부분마비도 되지 않았다.뇌도 다치지 않았다.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았다. 내 소원은 앉아서 내 손으로 밥먹고 싶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화장실을 가고 싶다. 조금만이라도 걷고 싶다.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수술 전 일주일 동안은 혹시나 마비가 진행될까봐 몸을 뒤척일 수도 없었다. 몸이 가려워도 긁을 수 없고 머리도 아프고 천장만 보고 누워있었다. 밥을 누워서 먹었고 대소변도 다 엄마가 처리해줘야 했다. 내 모든걸 엄마가 해주셨다. 누워서 밥 먹는 것도 괴로운데 마약성진통제는 너무 독해서 계속 먹은 것을 토해냈다. 괴로워서 음식을 거부했더니 병원에선 혈관에 엄청난 양의 영양제를 주입했다. 다 액체라 화장실에 자주가고 싶어지는데 갈 수 없으니 엄마가 다 받아냈다.그 반복이 너무 괴로웠다. 20일 동안 씻지를 못했다. 체온조절이 되지 않아 고열에 시달렸다. 조금씩 회복된 지금의 나는 여전히 병원에 있지만 스스로 걸어다닌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좋았던 적이 없었는데, 늘 우울하고 죽고싶었는데, 앉아서 내손으로 밥을 먹는 내가 좋다. 누군가의 도움없이 화장실을 가는게 너무 감사하다. 내 발로 걸어다닐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하지만 사람이 간사한게,, 조금씩 회복됨에 따라 일상에서의 걱정들이 다시 몰려온다. 취업 어떡하지..나는 너무 부족한데 사회에서 일할 자리가 있을까. 가해자는 별로 미안해 하지 않아, 나는 내려가고 있구나. 조급함과 이 상황에 대한 분함에 잠못이루는 날이 많아졌고 매일 밤 병원 계단에서 울었다. 그런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난 그때 내가 원하던거 다 가졌다고. 스스로 앉고 걷는게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게된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났던 날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난 죽고싶었던게 아니라 살고싶었는데, 그냥 이렇게 살기가 싫었던거구나 깨달았다. 그냥 왜인지,,자기비하와 우울함에 하루하루 죽고싶은 누군가에게, 나같은 누군가에게, 너 앉아서 밥먹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말해주고싶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내리막길을 가고 있구나 계단에서 울던 나에게 휠체어 타고 내리막길 내려가는건 꽤나 즐거운 일이라고 말을 건내던 마비환자가 떠오른다. 그냥 힘을 빼면 된다고. 저 사람은 나보다 훨씬 심각한데 왜 이리 밝은 걸까. 내려가는 길도 꽤 괜찮을 수 있구나. 다시 힘내서 올라가잔 말 보다 나에겐 너무나 큰 위로였어서. 너무 감사하다. 병원에서 심장아팠던 애기도, 뇌수술하셨던 분들도 다 건강해져서 퇴원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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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es
· 3년 전
건강하세요 더 건강해지실겁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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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kdkfk
· 3년 전
감사해요.. 그냥 감사해요 정말 ..우울해서 숨 쉬기도 벅찬 하루를 보낸지도 벌써 1년에 약 먹은지 6개월이 다 되어가네요. 이 글이 왠지 모르게 힘이 되네요죽고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기가 싫었다는 말 정말 공감가네요 우리 잘 이겨내고 잘 살아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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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ou
· 3년 전
타인을 향한 그 마음 그대로 돌려받아 완쾌하실거예요! 원하신다면 매일 기도해드릴게요 비록 무신론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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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angseo (글쓴이)
· 3년 전
@skkdkfk 제가 더 감사해요. 어떤 고통인지 제가 감히 알 순 없지만 꼭 건강해지실거에요. 저도 정말정말 살고 싶었다는걸 구급차에서 혼미한 정신에서 깨달았어요. 우리 건강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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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러요
· 일 년 전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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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angseo (글쓴이)
· 일 년 전
@힘드러요 아닙니다,제가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모르겠지만..하핫..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