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복귀에 대한 두려움
휴가중인 군인입니다. 사흘 뒤면 저는 병사생활이 끝납니다. 동기들은 그렇게 조기전역이고, 저는 그날 부대로 복귀합니다. 간부로서의 군생활을 새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부대에 복귀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당연히, 제가 선택한 일이고 제가 할만하다 생각 해서 고른 일입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쓴 휴가라 해봐야 3박 4일, 5박 6일 정도였는데, 마지막 병사휴가로 34일을 몰아서 써보니 군대 물이라는게 싸악 세탁되는 느낌입니다.
전투복 잠깐 벗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집에 머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집을 떠나기가 두려워집니다.
그때는 당연하게 했던 훈련도, 일과도 다시 하자니 두렵습니다. 오랜만에 보고 정든 고양이들과 다시 작별하는 것도, 이제는 민간인인 동기들도 형용하기 어려운 거리감을 제가 느낍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막상 가서 바쁘게 다시 적응하고 어리버리하게 실수도 좀 하다보면 이런 걱정이나 우울함, 가슴의 가라앉음은 느낄 틈도 없이 잊을 것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간부가 되면 작업을 불려 나가는 일도 없을 것이고 휴대폰도 항상 들고 다닐 것이고 근무도 한달에 한번 서면 끝일 것입니다. 훈련때도 편할 것입니다. 혼자 모든 일을 했던 저지만 지금은 신병이 넷이나 들어와서, 혼자 일했던 병사시절 보다 훨씬 편할 것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사실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불안감때문에 잘 수가 없습니다. 누워서 가슴졸이다가 시계를 보면 12시가 지납니다. 그러면 날짜가 바뀌고, 그럼 복귀일이 하루 더 다가왔음에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긍정적인 이성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릴 순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