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이 싫어 계획은 세우지만 실천하지 못할 때마다 자기혐오를 느낍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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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이 싫어 계획은 세우지만 실천하지 못할 때마다 자기혐오를 느낍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askok
·3년 전
저는 입니다. 당장 9월에 시험을 목표로 하는데 아직도 계획만 세우고 을 제대로 못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원체 시작하면 제대로 해야한다 생각해서 빡빡하게 계획을 잡고 2-3개 놓치면 그때부터 아예 하루를 포기해요. 막상 다시 하려고 보면 밀려있어 조급증에 더 빡빡하게 짜고 그러다보니 또 밀리는 루틴을 반복하고요. 몇 개 놓친다고 아예 놔버리는 게 너무 싫어서 널널하게 세우면 10 중 3은 하던 일을 아예 안하기도 하고 게으름 부리는 상태가 되어서 빡빡한 계획을 버릴 수가 없어요. 혼자 생각하기에 어찌하든 합격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떨어지면 어쩌지하는 불안함, 계획을 못 지켰다는 죄책감? 등이 뭉쳐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는 안하고 자거나 유튜브나 책을 보는 저를 보면 도피하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공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되고 혼자만의 싸움을 하게 되니 상태가 나아져야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나아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 시기를 다시 막연히 쉬면서 보낸다면 이제는 재충전이 아니라 허비하는 게 아닐까... 의지가 없는 거고 핑계만 대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뒤쳐지면 계속 뒤쳐지게 되지 않을까.. 다들 힘들어도 하고 있는데 왜 난 의지가 약하지? 왜 난 못하지? 왜 이러고 있지? 난 왜 그러지? 시험을 보고 낮은 성적을 받거나 책을 읽거나 동기부여 유튜브를 보거나 잔소리를 듣거나 경쟁대상을 정하거나 연인과 헤어지거나, 그 어떤 자극을 받아도 공부가 이틀을 채 못 갑니다. 2년만 쉬자고 했는데 그간 쉰 게 관성이 생겨서 계속 쉬기만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열심히 꾸준히 공부했고 밀려도 포기는 안했습니다. 해야겠다 생각한 일은 느릴 지언정 하려고 노력하고 거의 해내는 편이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해야할 일을 안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시간만 때우고 있습니다. 힘줄이 끊어진 다리로 걸으려하면 이런 기분일까요. 속수무책으로 제가 저한테 당하는 기분입니다. (현재의 고민은 여기까지고 대괄호는 저에 대한 부연설명입니다.) [몇 년 전 2년간 휴학하고 정신과를 다녔던 시기에 늘어져있던 게 이후로 쭉 이어진 것 같습니다. 원래도 심한 과 , 가 있었어요. 살아오면서 항상 불안해하고 눈치보고 남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모든 상황을 걱정해 상황별 대처법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이제 남에게는 기대치을 낮춰서 넘길 수 있었지만 아직도 스스로를 싫어하는 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우울해 하는 것도 핑계대고 싶어서, 관심 받고 싶어서 가짜로 우울해하는 게 아닌지 의심했고요. 정신과나 상담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졌음에도 나를 못 믿어서 가질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어지고 새벽에 우울해서 놀이터에 앉아 있던 날, 나만 없으면 다들 편해질 것 같아서 누가 나 대신 나 좀 죽여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때 그때서야 시험 준비를 핑계삼아 휴학했습니다. 휴학 1년차에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자살 생각을 안하는 게 신기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이라는 말을 듣고 오히려 굉장히 안심했어요. 내가 꾀병이 아니고 진짜 아픈 거였구나 싶어서요. 병원에 가기 전 간 상담센터에서 상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약을 먼저 먹고 안정되면 상담을 병행하자했을 때도 큰 위안이었습니다. 근데 거기까지였어요. 초반에 의사선생님과 얘기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당장은 스스로에 집중해야해서 미뤄두고 있지만 시작하면 붙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을 때 그건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다른 주제에서도 몇 차례 비슷한 대꾸를 듣고나니 굉장한 기분이 나쁘고 수치스럽더라고요. 이후로도 평균 3분 정도만 대충 얘기하고 같은 약만 처방해주는 것 같았고 가끔 조금 길게 얘기할 때면 의사 선생님이 저를 동물원 원숭이 보듯 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을 먹은 이후로 생각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방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 지 모르겠고 의사 선생님이 가라고 한 산책도 못갈 정도로 무기력해지는데 수면제로 인해 잠들기 직전에 무슨 행동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게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상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얘기에는 독립을 하라는 소리만 반복하셨고, 모든 말에 본인 위주의 사고로 해결책을 제시하려하고, 제가 말하는 것과 핀트가 엇갈리고, 그분과 상담을 해서 제가 더 나아질거란 믿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병원과 상담을 둘 다 중단했습니다. 그래도 그간 노력으로 어느 정도에 힘이 생겼는지 항상 잠으로 하루 이틀을 보내고 끼니는 거르지만 산책하려 노력하고 다양한 운동을 해보려하고 쉴 수 있는 만큼 쉬자는 생각으로 지냈습니다. 이정도면 괜찮겠다 생각하고 겨우 4개월 공부했다가 다시 몸도 정신도 아프긴 했지만 남은 기간을 마저 쉬고 복학하니 제가 정말 많이 괜찮아진 게 느껴졌습니다. 사람들 만나는 게 전보다 즐겁고 웃다가 이유도 없이 우는 일이 없어지고 무엇보다 제 의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전에는 자책하고 슬퍼하고 한심해하고 발버둥쳐도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잠자는 것 밖에 없었거든요. 여전히 잠은 못자고 이유없이 우울해하고 잠 못들다 한번 잠들면 40시간을 잠만 자기도 하고 밥 먹기 싫어하다 폭식하게되고 여러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들엔 익숙했고 해 떠있을 때 남들과 있을 때는 멀쩡한 게 전처럼 힘들지 않다는 제가 좋아졌다는 증거같았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그 2년을 후회해본 적은 없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이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혼란스러워불안해부러워실망이야괴로워자기혐오수면장애속상해신체증상부끄러워공허해실천짜증나기대돼지루해두통답답해우울해무서워불안무기력해공시생스트레스받아불만이야힘들다우울증화나강박걱정돼불면자고싶다외로워슬퍼의욕없음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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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j1022
· 3년 전
시험을 앞두고 있어도 계획한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하고 조급해지시는군요. 작심삼일도 열번이면 30일이라는 소리가 있는데요. 장기 계획이 아닌 단기계획을 세우시거나 즉흥적인 실천을 해보시는것도 당장은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아침에 하루계획만 세워서 실천해보거나, 지금부터 한시간 동안 이것을 해야겠다로요. 그래서 못한것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해낸 것에 집중하시는 방법이 성취감을 끌어올리고 습관을 하나씩 만드는데 도움이 될것같네요. 오랜기간 휴학도 하시고 아직 결실을 이루지 못한 것이 많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그간에도 정신과에서 상담도 받아보셨고 본인을 위해 노력하셨다고 느껴져요. 아무래도 상담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본인과 맞지않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봐요. 상담이 성공적으로 끝난게 아니라서 꺼려지시겠지만 노력해도 잘 되지않는다 싶으시면 다른 곳에서 상담을 다시 해보시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 잘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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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ok (글쓴이)
· 3년 전
@kej1022 같이 고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획은 연 월 주 전부 세워두고 매일매일의 계획도 맞춰서 세우고 있습니다. 쪼개서 쪼개서 계획을 세워보는 게 좋다해서 사소한 것도 적어가며 세워보고 안 세우고도 해보고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도 안되니 정말 너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요. 해낸 거를 세고 있기는 과거만 보고 미래를 못 보는 느낌이라 또 스스로를 한심하게 보고 여러 방법을 쓰면 쓸 수록 제가 문제라는 게 확연히 드러납니다. 여러 군데 상담을 다니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줘도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이니.. 어디선가 아주 획기적이고 효과적인 저한테 딱인 방법이 떨어지면 정말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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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ang1210
· 3년 전
음...일단은 공시공부를 안하고 다른..좀 더 수월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혹시 안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작성자님께서는 더이상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 진로를 붙잡고 있기엔 정신적인 어려움이 너무 커보입니다.. 일단..작성자님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노력파일거예요 이때까지 공부도 썩 잘해온 편일거구요.. 그래서 지금처럼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생겼을때 이를 의지의 문제 혹은 계획의 문제로 보고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렇게 되면 환경적인 문제를 놓치게 될 수가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공시라는게 합격자 수를 정해놓는 데다 응시하는 인원수보다 최종적으로 합격하는 수가 압도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이 작성자님과 같은 압박감과 긴장감을 느끼는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예요 이건 아무리 합격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도 마찬가지예요 거기다 이렇게 합격자수는 정해져 있는데 응시자의 수가 엄청난 경우 가능한 많은 탈락자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최대한 변칙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를 냅니다. 거기다 내용도 낮설고(특히 역사랑 법문제는 죽일놈 ***이죠) 외워야 할 분량 자체도 방대하기 때문에 학창시절의 시험과는 기본적으로 난이도 자체가 아예 달라요 물론 그런 와중에도 응시를 이어갈 멘탈이 충분하다면 이어가도 되지만 제가 보기에 작성자님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할수있는 모든 것들을 해봐도 안풀리는 환경에..그 마음이 많이 망가지신것 같아요.. 그리고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좀더 빨리 성취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는것입니다.. 인간이라는게..개인이라는게...원래 좀 그래요..혼자서는 아무리 노력도 많이 하고 똑똑해도 대부분 사회의 확률게임 안에서는 너무 쉽게 무력해지고 할수 있는것도 한정되는게 그리 이상한게 아니예요 다른 말로 하면 좀더 수월한 성취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기만 해도 압박과 부담감은 크게 완화될 수 있습니다. 혹시 너무 큰 짐을 억지로 지고 있는것이 아닌지..잘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