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괜찮은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공황|상담|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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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괜찮은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ABC003
·3년 전
저는 지금 18살 청소년이에요. 제 기억의 처음은 아빠를 피해서 엄마와 함께 방에 숨은 거예요. 저는 울었고 엄마는 저를 안고서 몸으로 막으실려고 했고요. 두번째는 웃기게도 제가 엄마한테 머리채를 잡혔던 기억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걸 보고 겪으며 자랐어요. 14살때는 아빠가 집안에서 물건을 깨고 던지고 때리고... 심지어는 칼로 엄마를 위협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를 기점으로 우울증이 오고 불안증세가 심해졌던 거 같아요. 자해를 했거든요. 죽고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그래도 죽을 생각은 안했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16살쯤 되니까 견디기가 힘들어지더라구요.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뿐만 아니라 성적도 좋았어요. 그냥 제가 문제였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불안하고, 불쑥불쑥 눈물이 났어요. 또 자해할까봐 커터칼은 들고 다니지도 않았어요. 불면증이 와서 새벽 5시까지 깨있다가 7시에 일어나서 학교 가는 일이 잦았고, 도저히 피곤해서 한 두 달 정도는 수면유도제와 수면제를 번갈아가며 복용했어요. 그래도 죽고 싶지는 않아서 상담을 받았어요. 그래도 따로 상담을 받았던 그때가 제일 나은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쯔음부터 옛날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거든요. 상담쌤과 얘기하면서 옛날 기억을 되돌아보고 제 감정을 알아가면서 머리는 아팠지만 후련했어요. 문제는 엄마가 그걸 싫어하셔서인지, 제가 상담받고 오는 날이면 늘 저한테 상처가 될 말을 하셨어요. 남들 다 힘들다는데 왜 너만 유난이냐, 너보다 힘든 사람 많다, 문제를 바깥에서 찾지말고 너한테서 찾아라, 뭐 그런 말들이요. 거의 1년 가까이 들었는데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그리고나서 17살에 자퇴를 했어요. 그게 고등학생이 아니라 청소년이라고 쓴 이유예요. 작년부턴 아예 일상을 영위하기가 힘든 거예요. 하루에 몇 번씩 공황장애가 오고 환청을 듣고 환시를 봤어요. 일어나면 불안해서 죽고싶고 눈물이 났어요. 가만히 누워있는데 심장이 빨리 뛰고 과호흡이 오고 몸이 떨렸어요. 수업엔 집중이 안됐고 당장 한 시간 전에 무엇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어요. 이건 지금도 그렇지만요. 자퇴를 준비하면서 온갖 말을 다 들었어요. 멀쩡하게 학교다니다가 무슨 말이냐, 사회의 시선을 견딜 수 있을 거 같냐... 근데 저는 한 번도 멀쩡했던 적이 없거든요. 그래도 제가 문제였으니까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어요. 어쨌든 제 인생이기도 하고요. 물론 자퇴를 하지 못했다면 죽을려고 했어요. 그냥 죽고 싶어서 3번정도 시도를 했는데 전부 실패하더라구요. 그렇게 어영부영 자퇴하고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6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저는 지금껏 이렇게 살면서 저한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질만한 부모님의 싸움을 아직 못견디는 것도 다 제가 문제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제 제가 겪은 모든 일들을 다 덤덤하게 말 할 수 있거든요. 한 번은 제가 경찰도 불러 봤어요. 주위 이웃들이 불러주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제가 112를 쳤는데... 아마 저는 앞으로 두 번 다시 경찰을 부르지 못할 거 같아요. 112를 부르고 상황을 얘기하고 방 안에서 가만히 기다리던 그 과정들이 정말 끔찍했거든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괜찮은건지 모르겠다는 건, 정말로 저만 괜찮으면 다 괜찮을 거 같아서예요. 이제는 그래도 꾸준히 약을 먹어서인지 공황증상이 잦게 찾아오지도 않아요. 피해망상이 좀 있어선지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좀 무섭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제 상황을 글로 쓰거나, 있었던 일을 말한다던가, 평범하게 공부하는 등의 행동도 해요. 저는 이제 괜찮은 걸까요? 저도 제 감정을 모르겠어요. 제가 아직 힘든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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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uuuyeon
· 3년 전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도 동갑인데, 위로해주고싶지만 괜찮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힘내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그래도 지금 정말 잘 이겨내고 계신 거 같아요 다 괜찮아요 앞으로도 괜찮을 거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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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003 (글쓴이)
· 3년 전
@suuuuyeon 감사합니다 ㅎㅎ 소연님도 좋은 나날을 보내셨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