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의 아버지의 모습을 용서하기가 어렵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혼 가정에서 자라고 지금은 재혼 가정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20대 여자입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이유는 아버지의 폭력과 무책임함때문이었는데요.
저와 제 동생에게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으셨지만 어머니한테는 물건을 던지거나 폭언을 쏟고 무기로 협박하는 게 흔한 일상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나서도 2-3년에 한번은 아버지와 연락을 하고 만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그 상황이 너무 불편하고 화나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만나고싶어하기도하고 어른이 하자는대로 참고 만났습니다. 그렇게 나름 주기적으로 뵙다가 성인이 된 후로 아버지는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 더이상 어머니를 통해 연락하지 않고 직접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버지와 연을 끊고싶었기 때문에 그후로 제쪽에서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연락하지 않자 자연스럽게 아버지 쪽에서도 연락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이런 제 모습을 본 어른들은 그래도 아버지인데 연락을 드려야하는 건 아닌지, 낳아주신 아버지와 연을 끊는 게 말이 되는건지 등 저를 설득하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제 분노를 알고 계신 어머니는 그 폭력을 제가 겪은 것은 아니니 제가 화낼 일이 아니라며 설득하시기도 했고 새아버지는 널 낳아주신 분이니 딸 된 입장에서 주기적으로 연락을 드려야 한다고 충고하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계속 고집을 부리고 아버지께 연락을 드리지 않고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지냈는데 최근에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마음이 복잡해져서 이렇게 사연을 작성합니다.
저도 제가 무엇에 화를 내고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폭력을 당해본 적도 없는데 어렸을 때부터 알 수 없는 분노를 가지고 있고 여전히 아버지를 용서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폭력이나 폭언 외에도 양육비를 안 주셨다거나 등 무책임한 행동도 하셨지만 그 일도 제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약 아버지를 끝까지 용서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후회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또 그렇다고해서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의 내가 느끼는 분노의 감정을 삭혀야한다는 게 억울하기도하고 어떻게 하는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는 이대로 평생 분노를 안고 아버지와 어떤 왕래도 하지 않은 채 살고싶지만 평생 이 분노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이 제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문제로 상담 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받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