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남자인데 모쏠에 연애에 생각이 없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고민|자격증]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29살 남자인데 모쏠에 연애에 생각이 없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pandadnap
·3년 전
안녕하세요. 해외에 사는 29살 남자입니다. 어릴땐 좋아했던 사람도 있었고 사귀어보고 싶다 하고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었는데 근 한 8년간은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연애를 하고 싶다고 생각도 들지 않아요. 사실 중1때 부모님과 해외로 이민을 와서 여기에 정착하고 여기 삶에 익숙해지는데 집중하고 열심히 사느라 연애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던거 같아요. 초반에는 말도 안 통하고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아도 친구들과 말 섞는 것조차 많이 힘들었어요. 저희 집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다행히도 지금은 크게 걱정되는 수준은 아니에요) 최대한 말썽 안 부리고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게 학창시절 저의 목표였던거 같아요. 제 형은 저희가 이민올 때 또 다른 나라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서 함께 오지는 못하고 혼자 대학, 군대, 졸업, 취직, 결혼까지 해서 지금은 아이도 있는 정말 자랑스러운 형이에요. 어릴땐 형이 가끔 집에 와서 (형이 20대때는 비행기값이 없어서 집에 온 적도 손에 꼽아요) 어리광 부리고 하는 모습이 한심했지만 저도 대학에 가서 자취하면서 형을 많이 이해하게돼서 현재 사이는 정말 어떤 형제들보다 좋다고 자부할수 있어요. 저희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쪽으로 뜻이 있으셔서 경제적으로는 누리며 사시지 못하셨지만 자식들에게는 정말 부족함 없이 주시려 노력하셨어요. 이민을 오게되고 한동안 적당한 일을 잡지 못하셔서 많이 고생하셨지만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도와드리려고 노력했죠. 현재는 작은 복지 센터 운영하시면서 여기 사시는 다른 힘든 노약자 한인분들을 위해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시고 계세요. 저도 그런 부모님을 보고 자란지라 심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도 나와서 현재는 국가 공인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따고 (원래 작년에 땄어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1년이나 미뤄졌어요) 상담 일도 하고 있어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제 속에 있던 몰랐던 응어리들도 많이 풀리고 저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더 이해할수 있게 됐지만 아직 제가 왜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사실 부모님도 제 연애사에는 크게 간섭하지 않으셨었는데 제 형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자 "우리 막내는 언제 결혼할까?"라며 부담 아닌 부담을 주세요. 저는 이제 막 일하기 시작했고 저희 집은 아직 못 살고 학자금 대출 받은 금액도 너무 커서 제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연애든 결혼이든 할 생각이 없거든요. 제 삶에 가족 아닌 다른 누군가를 들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미안해요. 근데 제가 나중에 빚도 다 갚고 좀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요? 요즘은 평생 혼자 살아도 괜찮을거 같지만 좀 더 나이를 들면 분명 더 외로울거 같기도 하고 이쁜 조카를 보니 제 아이도 키우고 싶지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에 못 이겨 나중에 제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할까봐 겁도 나고요. 너무 횡설수설 한거 같은데 정말 혼자 살아도 되는가 나중에는 사랑을 할수 있을까 부모님에게는 제 선택을 어떤식으로 말씀드려야할까 하는것이 제 고민인거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불안걱정돼불안해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1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okay27
· 3년 전
저도 연애 경험 없는 연애를 할 마음도 없는 사람입니다. 결혼은 더 더욱 하고 싶지 않고요. 하지만 아이는 키우고 싶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불행한 기억이 많고 가정도 불안정했기 때문에 자식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키운다면 비로소 제가 태어난 것에 감사함을 느낄 것 같거든요. 제가 배우고 먹고 자는 모든 것, 지금 살아있는 것이 제 자식이 태어날 거라고 생각하면 다른 동기부여 없이 감사히 할 수 있겠는데... 마음은 그렇지만 감히 아이를 가질 결심을 할 수는 없습니다. 10년 이상 고민을 해왔지만 지금 저의 생각은 아이를 낳아서는 안되겠다입니다. 살아오면서 너무 괴로웠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아 양육과 심리 등을 탐구하며 어느 정도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이나 지식은 쌓아왔지만 그로 인해 뼈저리게 알게 되었고 차마 간과할 수 없는 아이를 키우면 안될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타고나길 사랑이 많았던 것인지 제가 너무 힘들어봐서 지나칠 수 없던 것인지... 마음 아픈 사람들과 당하는 사람, 약한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고 그로 인해 제가 너무 쉬운 존재가 되었는지 그들한테마저 상처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아직도 마음은 마구 마구 상대방을 도와주려고 하지만 아무도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상대가 살아서도 죽어서도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좋은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저는 아무리 힘들고 죽고 싶어도 자살은 안 할 사람인데 아무래도 제 감이 골골하더라도 엄청 오래 살 것 같습니다. 그런 제가 미래를 얼마나 많이 생각해봤는지...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 없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저를 무척이나 설득해 왔습니다. 혼자 키울 수도, 행복하게 키울 가능성도 있겠지만 딱 하나가 너무 걸립니다. 아이에게 내가 네 아빠를 무척 사랑해서 널 낳았다는 표현을 진심어리게 할 수 없다는 게... 아이에게 그 마음도 주고 싶은데 못 할 것이 미안할 겁니다. 저에겐 나이들어 외롭고, 아쉬운 게 중요치 않아요. 지금 옆에 누가 있어도 제가 외로울려면, 아쉬울려면 밑도 끝도 없기 때문에 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제가 감사 한번 해보자고 아이를 낳을려고는 못 할 것 같아요. 서로 제대로 사랑하는 부모와 그 부모가 자신을 완전하리만큼 사랑한다는 믿음만큼 아이에게 무한한 원동력이 되어줄 게 또 있을까요? 혹시 다른 더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 제아무리 저라도 그 땐 아이 하나라도 꼭 키울 결심을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