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서 가장 열심히 했던 음악을 중학교때 포기하고 그나마 취미로 유지해오던 미술을 꿈으로 바꿨다가 미술대학 진학에 실패해 포기했다.
대학은 가야하는데 수시로 넣은 대학이 다 떨어져서 얼떨결에 정시로 사회복지학에 들어갔다.
1부터 10까지 봉사정신이 필요한 곳이라 생각했고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곳이라 여기고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니 할 게 없었다.
무턱대고 공무원을 준비했다.
나는 어릴때부터 공부하는걸 싫어했다.
그런 사람이 공무원 준비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얘기지만 나는 할 줄 아는게 없었고 시간을 벌어야 했다.
며칠 전에 본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
1년간의 공부가 헛수고가 된거다.
아냐, 제대로 마음 먹고 공부한적도 없잖아.
이제 2년동안 준비하게 되었어.
2년동안 더 고생 할 생각하니 어때?
나이는 먹는데 공무원만 기다릴 순 없으니 초짜지만 병원 원무과로 알바를 시작했다.
근데 거기 있는 간호조무사들이 엄청 간섭하더라.
목소리를 크게 해라, 말할때 부드럽게 얘기해라, 월급 받는동안에 일은 열심히 해야하지 않을까? 따위의 말을 짓걸이면서.
내 식으론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고 전화상담 할 때 최대한 부드럽게 순화해서 얘기하고 있고 월급 받는만큼의 일은 하려고 제대로 된 인수인계 하나 없어도 병원 룰 계속 물어보며 메모하고 수시로 보고 있는데...
자기들이 병원 룰을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아서 걸린 진상한테 컴플레인까지 걸리니 나를 내쫓으려는거 같다.
원래도 나와는 소통이 없었지만 자기들끼리 결정하고 나한테는 결과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이니까.
저번주에 사직서를 냈다. 한 달간 더 다니려고 했는데 간호조무사들의 텃세가 너무 심각했다.
공무원을 못하면 병원 원무라도 할 생각에 들어온 곳에서 데였다.
2년 후 시험에서 붙지 못하면 나는 자동으로 병원 원무과에 들어가야한다.
그래서 일단은 손에 잡히지 않는 시험공부를 다시 잡아본다.
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오늘 날씨는 맑고 푸르네.
내 미래는 너무 어두워서 앞뒤조차 분간이 되지 않는다. 바깥은 너무나도 밝은데...
난 언제쯤 맑고 푸른 내 현실과 미래를 볼 수 있을까.
요즘 잠을 자고 일어나면 차라리 이 상황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잠에서 깨는게 싫어졌다. 암울한 내 현재가 싫었다.
3D 시뮬레이션 게임 하는게 좋아졌다.
그 곳에서 나는 자유다.
이곳저곳으로 여행도 할 수 있다.
공부를 해야하는것도, 내 인생이 막막한것도 전부 잊을 수 있다.
그냥 주인공 시점으로 들어가 퀘스트를 하며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여행을 즐기면 된다.
현실에 묶여있는 내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그 곳은 자유다.
사직서를 냈어도 한 달은 더 다녀야한다. 내일은 알바 가야하는데... 또 어떤 진상을 만나고 간호조무사들이 텃세를 부릴까.
가기 싫고 살기 싫다. 막연하게 했던 나쁜 생각을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한다.
집이 18층이라 그런지 방에서 창문 밖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창문 밖으로 나가면 평생 잘 수 있겠지? 그럼 좀 지금보다 나아지려나. 하는 생각.
그러면서도 죽는게 두려워서가 아닌 여기서 떨어져 죽으면 남은 가족들 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사람 자살 했다고 집 값 떨어질까봐 두려운게 웃기다.
가족들이 충격을 덜먹으려면 교통사고로 차에 치여 죽는것이 나으려나.
언제쯤 마인드 카페에서 우울글이 아닌 밝은글을 써보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