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작은 것 하나에도 쉽게 무너진다. 주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싸움|정신과]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커피콩_레벨_아이콘eisolation
·3년 전
사람은 작은 것 하나에도 쉽게 무너진다.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도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 믿고 열심히 살았고, 인간관계에서도 베풀면 더 크게 돌아올거라 믿고 내가 더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베풀며 살고자 노력했다. 어차피 사람은 자기가 받은 것 보다 자기가 준 것이 기억에 더 남아, 준 만큼 받으려고 하면 이기적이게 되니깐. 많은 것을 포기하고, 기댈 곳이 없어도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 오롯이 서서 견디며 버텼다. 어떻게든 길을 찾고, 좀 더 쓸모있는 사람이기 위해, 나한테 어차피 다 돌아오는 거니까, 힘들다고도 하지 않고 잘했다는 격려도 없이 열심히 버텨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인정받을만한 결과를 들고 왔을 때, 처음으로 노력의 대가를 받아보고자 했는데, 그들의 반응은 날 무너지게 만들었다. 아, 난 몇 살을 먹던, 무엇을 이뤄내던, 혼자 싸우고 있을 것이고 그게 당연한 것이겠구나. 지친다. 그들은 내가 어릴 때부터 어떤 싸움을 해왔는지 모르겠지. 이제 그만할거다. 다 놓고, 떠날거다. 난 할만큼 했지만 결과도, 인정도, 정서적 지지도, 심지어 이젠 온전히 내가 이룬 노력에 대한 대가도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나도,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 믿고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했는데, 더 이상 세상과, 살아간다는 것과, 나 자신의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자존감 높이려고 온갖 노력을 하며 관종처럼 살아 보려 해도, 나를 대하는 세상은 내가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 말하는 것만 같다. 너희들이 그 기분을 알까, 우울해 있으면 내 손해니까, 기분 나아지자고 앤마리의 2002를 들으며 신나보려 노력하다가 울음이 터지는 기분을, 세상 모든 창문만 보면 여기서 뛰어내릴까 고민하던 내 기분을, 밤마다 울며 누구한테라도 털어놓아 볼까 고민하며 카톡 친구창만 내려보다 그냥 자던 몇 년간의 내 기분을, 끝내는 죽자고 턱걸이 봉에 끈을 묶어 목을 매달고 시야가 흐려졌는데 4시간 후에 바닥에 널브러져 깨어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똑같이 학교에 가던 내 기분을, 그은 팔목을 숨기려고 노력했던 내 여름을, 자려고 누우면 과호흡으로 꺽꺽대다 지쳐 잠들던 내 기분을,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라도 가고 싶다고, 고민고민하다 말했는데 3번을 흐지부지 넘어가고, 심지어는 그 고민이 사실이라면 죽어버리겠다던 엄마에게 나 괜찮다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말했던 내 기분을, 나 같은 사람은 죄악이고 세상의 질서를 위협하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며 소리치는 교회에서 앉아있어야 했던 내 기분을, 일찍이나마 털어놓았다면 조금이라도 이해받을 수 있었을까? 조금이라도 기댈 곳이 생겼을까? 이런거 따져봐야 의미 없다. 난 끝내 망가졌고,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이제 곧 술을 마시고, 모아둔 수면제를 입에 털어넣을거다. 그냥 평소처럼 잠들면 된다. 그리고 제발, 다시 눈 뜨지 않기를 바란다. 밤마다 힘들어하며 울다 아침이면 아무렇지 않은 척 내 일과를 최선을 다해 마치던 내 일상이 지겹고 저주스럽다. 항상 우울했지만, 특히 심하던 날 당장 내일이라도 죽고싶다고 바랄 때, 그래도 이건 해보고 죽자 하는게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아무 미련도 없다. 내가 인스타, 프사 다 내리고 수업 빠질 때 무슨 일 있냐고 걱정해준 사람들은 정말 고마워. 그런데, 죽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이 살아야만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잖아. 남은 사람들에게 잘못이니까, 내가 평생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고 너희가 강요할 수는 없는거잖아. 나를 위해 울어준 너에게, 울어준 건 정말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더라. 지쳐서 쉬고 싶은데 쉬는 것도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구나,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거구나,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걸까. 그래서 이제 그만 고민하려고 해. 모두 정말로 고마워. 내 짧은 인생의 낙은, 너희들이었어. 너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저장해놓고, 힘들때면 꺼내 봤는지 너희들은 모르겠지. 끝까지 이기적이어서 미안해.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아줘. 나 없이도 잘 사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많이 쓸쓸하겠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힘들어 하는걸 보는 것 보다야 낫겠지. 다들 각자 나름대로 잘 지내길 바래.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하고싶은 일을 할 권리가 있고, 다만 그 피해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 대화를 많이 해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내 신념이 세상에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대가 없는 호의가 좀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따옴표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