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1살 대학생입니다. 제게는 단 한 번도 말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집착|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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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저는 21살 대학생입니다. 제게는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습니다. 오늘 이 고민을 마인드 카페라는 대나무 숲에 말하고 싶어요.   저는 자기혐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자신을 혹사시키고, 이런 생각이 거의 매일 떠올라요. 그래서 저는 광적으로 유능해지는 것에 집착하게 됩니다.   자기혐오의 시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했던 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온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던 저는 부모님의 이혼이 저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좀 더 노력했더라면 부모님이 이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에요. 엄마가 아빠에게 맞고 있는데 무서워서 모른 척 했다든가, 엄마에게 혼났을 때 아빠에게 엄마 흉을 봤다든가. 비록 어린 날의 잘못된 생각일 지 모르지만, 저는 아직도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서, 저는 엄마와 형과 함께 살았습니다. 엄마는 이때부터 저와 형에게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명절 날에 친가 쪽으로 가면, 꼭 하루에 몇 번 씩은 연락을 해야 했습니다. 노느라 연락을 까먹으면 엄마는 저희를 핍박했습니다. 가출한다는 소리까지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엄마가 무서웠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엄마는 아직도 저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남아있습니다. 아빠는 이혼한 지 반 년이 지나 재혼을 했습니다. 아빠가 어느 날 어떤 아줌마와 그 아들을 소개해줬습니다. 그 당시 11살이었던 저는, 어떤 상황인지조차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에게 매우 호의적으로 대했습니다. 허나 형은 그런 저를 못마땅하게 보더군요. 이것은 이후에 제가 중학생 때 아빠에게 반감을 갖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이제 중학교 시절로 올라가겠습니다. 중학교 때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겪었습니다. 하나는 엄마와의 갈등이고, 하나는 아빠와의 갈등입니다. 하지만 이 갈등은 서로 무관하지 않습니다. 엄마와의 갈등의 큰 원인은 형이었습니다.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형은 거의 매일같이 엄마와 말싸움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싸움의 희생자는 저였습니다. 저는 그 둘의 화풀이 대상이었습니다. 엄마는 형과 말싸움을 할 때면, 저에게 아빠에게 전화하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형을 데려가라고  말하게 했습니다. 형도 제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저는 형이 무서워서 아파트 계단이나 놀이터에 있었습니다. 아빠와의 갈등은 위에서 언급했던 그 문제입니다. 이제 어느 정도 머리가 크니, 제가 아무 것도 모를 때 재혼을 하고 그들을 소개해준 아빠가 싫었습니다. 아빠는 그런 저에게 새엄마한테 잘 대해주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럴 수록 더 반감이 생겨 그들을 잘 대해주지 않았습니다. 이 때의 일들 때문인지, 아빠는 아직도 제게 새엄마랑 그 아들에게 잘해주라고 만날 때마다 말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착한 아들/동생'이어야 했습니다. 엄마의 말을 잘 들어야 했고, 형의 화풀이를 참아야 했으며, 혼자서도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가졌습니다. 허나 아무도 이 때의 일들을 기억하지 않나 봅니다. 저는 아직도 그때의 고통을 잊지 못했는데, 그들에게는 모두 지나간 추억 정도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은 그저 이 때의 일을 형제의 장난 정도로 생각하고, 엄마는 이겨낸 역경 정도로 생각합니다. 아빠는 아직도 제게 더 잘하라고 말할 뿐입니다.   다음은 고등학교 시절입니다. 형은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엄마는 이 때 재혼을 했습니다. 엄마의 재혼식에서의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저는 기뻐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엄마에게는 분명 좋은 일일 텐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저는 재혼식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입술을 깨물고, 손을 꼬집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새아빠가 살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좋은 일일 텐데, 마음 한 구석에는 불편함이 남아있었습니다. 제가 불편했던 이유는 엄마가 재혼한 이유가 단지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만이 아니였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돈을 잘 버는 사람과 재혼했습니다. 저와 형을 위한 일이라고 엄마는 저희에게 말했습니다. 이 때부터 저는 엄마에게 싫증을 느끼게 됩니다. 싫증의 원인은 엄마의 집착이었습니다. 이 때의 엄마는 무엇을 해 줄때마다 이건 비싼 것이라며 말하는 등, 돈에 집착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형이 없어지며 제게 더 많은 집착을 하게 됩니다. 제가 늦게 들어오면 문자나 전화를 했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 알려고 했습니다. 허나 이런 것들은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였습니다. 제가 가장 괴로웠던 것은, 엄마의 피해 의식이었습니다. 엄마는 이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자신은 순전히 피해자고, 아빠는 가해자라는 것을 제게 끊임없이 되뇌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본인의 주변에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은, 엄마가 이모들과 술을 먹으며 했던 이야기입니다. 성관계와 관련된 이야기였고, 그 일의 잘못이 아빠에게 있었지만 제게는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생각날 때마다 제게 아빠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말했고, 이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제가 미칠 것 같았습니다. 허나 엄마에게 이를 말하면 아빠 편을 드는 거냐고 되려 제게 화를 냈습니다. 정도가 달라지긴 했지만, 애석하게도 엄마는 아직도 아빠에 대해서는 이와 같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제 정신 상태가 무너졌습니다. 이는 제 꿈과 관련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엔 원래 꿈이 없었습니다. 근데 엄마는 자신이 교사를 하지 못했으니 제가 하는 것을 강요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으로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였다는 것을 고등학교 3학년 때 알게 됩니다. 그렇게 되니 제가 했던 모든 공부들이 부질 없게 느껴지고, 아무 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수시 입시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었기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안됐습니다. 저는 이런 제 고민을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그 고민을 말한 뒤, 입시 결과가 나온 후 아빠와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다행이었던 걸까요, 저는 교대 입시에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갑자기 저를 모욕했습니다. 가지도 못하면서 무슨 그런 말을 하냐고 하더군요. 저는 이 때 아빠에게 혐오감을 갖게 됩니다. 이후 정시 결과까지 모두 발표된 후, 저는 재수를 하겠다고 주변에 말했습니다. 사실은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지만, 제 자신의 가치가 부정되는 것 같아서 저는 의대에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저는 아빠와의 식사 자리에서 실언을 하게 됩니다. 제 가치를 높이고 싶던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말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잠깐의 대화는 아빠와 그 재혼 가족들의 저에 대한 이미지를 박살내 버립니다. 저는 무슨 말을 하든 오만하고 자신감만 높은 멍청이가 되었습니다. 그 가족들은 제게 욕설 없는 욕을 했습니다. 거기서 받은 모욕감에 분노한 저는 엄마에게 이에 대해 말하게 됩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절대 하지 말아야 했던 일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집착이 있던 엄마는 아빠와 싸우게 됩니다. 엄마는 제가 재수를 하면 성공한다고 말했고, 아빠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둘의 말싸움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제게 아빠가 보낸 문자를 복사해서 보내줬습니다.  그 문자는 요약하자면, 엄마가 애를 잘못 키웠으니 제가 이 모양으로 자랐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 문자를 봤을 때,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멎을 것 같던 심장은 미친 듯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고, 아빠에 대한 분노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제 자신에 대한 혐오가 저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재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재수 생활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만약 지옥이라는 곳이 있으면 이런 생활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에요. 저는 1년간 기숙학원에 있었습니다. 저의 시간은 저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외부와의 모든 연락은 통제되었고, 제 하루는 정해져 있었죠. 개인적인 공간은 없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방을 공유해야 했어요. 사람은 외부와 고립된 공간에서 생활하면 심리와 행동이 격해진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실패하면 아빠와 그 가족이 저를 비웃을 것이라는 생각과, 엄마가 제게 갖고 있는 그 기대가 매순간 저를 쉬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당시의 정신 상태와 주변 환경의 고통은 서술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짧게 쓰겠습니다. 이 때의 정신 상태를 요약해 보자면 '미친 놈'이었습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저에 대한 혐오감, 과거에 대한 후회감. 후회감이 죄책감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제가 최선의 결과를 내지 못한 거의 모든 일들이 제게 떠올랐습니다. 그것들을 떠올릴 때마다 심장을 한 대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런 생각과 감정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쉴 수 없었습니다. 수능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이곳에서, 저는 매일 매일을 고문을 받는 듯한 그런 생활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흘러 수능이 끝나고, 그래도 목표로 했던 의대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름 괜찮은 대학교에 왔습니다. 엄마와 아빠, 형과는 제 감정을 없는 척하고 잘 지내려고 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는 1년 간 제게 뿌리 박힌 부정적인 생각들이 지워지질 않습니다. 그로부터 밀려오는 자기 혐오는 아직도 멈추지 않습니다. 제가 무능하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자기 혐오가 깊은 곳에서 밀려나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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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nite
· 3년 전
그럴때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지내보는건 어떨까요? 제가 다 이해할수는 없겠지만 저도 가족들을 원망하고 미워하다가 저를 미워하면서 산적이 있어요. 독립을하고 내 인생을 살다보니 좀 자란 제 자신이 저를 괜찮게 해주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