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대화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불안|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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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대화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chama
·3년 전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입니다. 대학 입시로 바쁠 시기인데 현재의 나에 대한 자괴감과 이런 상태로 미래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에 빠져서 온종일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요. 제목 그대로 저는 사람을 대하는 게 너무 힙듭니다. 분명 어렸을 때는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당당했고 대화도 곧잘 했습니다. 어른들은 제가 싹싹하고 예의바르다고 칭찬했고 주변 사람들은 저도, 저와 대화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처지가 어느순간 부담이 되어 찾아왔어요. 제 얘기를 조금 길게 써볼려고 해요... 어려서부터 저희 아빠는 자신의 심기가 뒤틀리면 저를 때렸어요. 말로 상황을 푸는 법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 머리를 두꺼운 책으로 내려치기도 하고 발가벗겨 내쫓는 등 제가 말을 안듣거나 반박을 하면 물건을 던지고 매를 들었습니다. 그런 후에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자기가 과했다고 생각이 들면 쫓아냈던 저를 뒤늦게 집으로 들여 미안하다 근데 네가 말대답해서 그렇다. 아니면 부은 종아리를 부여잡고 잠들어 있으면 출근하기 전에 들어와서 쓰다듬고 간다던지 이런 방식으로 늘 사과하셨어요. 어릴때는 그래 내가 잘못했지. 아빠가 이렇게까지 사과하는데. 라는 생각으로 넘겼어요. 유치원 때 부터 중학교 까지 이런 경험이 꾸준히 쌓였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의 안좋은 기억에 아빠만 있는 건 아니예요. 친구한테 배신도 당해봤고 또 내 친구들이 다른 친구를 따돌리는 걸 보기도 하고... 하여튼 사람을 믿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점점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착하게 말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 조금씩 이런 생각을 기저에 깔고 사람을 대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신경쓰였습니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을 들으면 못그리는 모습은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 같고 너랑 있으면 기분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같이 있는 시간내내 즐겁고 만족스럽게 해줘야 할 것 같고. 처음엔 마냥 안심이 되고 기분 좋았던 상대방의 칭찬 한마디가 부담스럽게 되었습니다. 나중엔 내가 내뱉는 말 한마디조차 이게 맞는지 의심스럽고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더 의식할수록 사람과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었어요. 이런 상황 속 저에게는 입이 가벼운 친구가 하나 있었고 그 아이가 습관처럼 내뱉던 저에 대한 가볍고 부정적은 평가가 더욱더 사람을 두렵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쪽이 대화를 힘들게 느낄수록 대화는 부자연스러워 진다는 걸 곧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잘하려다 보니 나온 저의 어색한 대답과 과장된 리액션 때문에 거의 모든 대화가 망했습니다. 늘 순탄하던 타인과의 관계가 하나 둘 떠나가자 저는 그냥 입을 닫았습니다. 타인에게 안좋게 인식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고 그리고 중학교 3년 동안 이런 현실에서 게임으로 도망쳤어요. 게임은 내가 잘 보이려 노력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편했어요. 또 재밌기까지 하니까 더할 나위가 없었어요. 하지만 3년을 관계를 닫고 말하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남아있던 사교성도 언어능력도 다 잃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와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살면서 인간관계가 필요한 것도 알고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이런 처지로는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심리학부터 대화기술에 대한 서적 영상 사례 등등 온갖걸 찾아보고 살고있어요. 심지어는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엿들으면서 얘기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지 분석까지 해요. 하지만 어떻게해도 자존감이랑 자신감은 회복되지 않고 사람과의 대화는 아직까지도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대화를 잘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봐도 아주 근본적인 것부터가 회복이 안되니까 다른 것이 다 소용이 없어요. 대화를 잘 하는 것 까지 바라지 않아요. 그냥 상대랑 있으면서 나도 편하고 상대도 편했으면 좋겠어요. 그 남들 다하는 이게 저는 안되니까 너무 불안하고 속상해요. 어떻게 하면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내가 당당해 질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누구랑 있든 어디에 있든 내 존재만으로 만족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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