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은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야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취업|고등학교|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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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우리 부모님은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창시절에 공부는 등한시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엔 팔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막일을 하며 30여년간 살아왔다. 부모님이 한심하다. 손에 돈이 있으면 생활비도 안남겨놓고 바로 다 써버리고, 여기저기 빌린 돈으로 남은 월급날까지 연명하는 사람. 자긴 공부할 시기를 놓쳤으니 평생 공부 안해도 된다고 합리화하는 사람. 그리하여 30년 전에도 최저시급을 받고, 지금도 최저시급을 받는 사람. 경제적 지원을 한 푼 안해주지만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취업해 용돈을 줬으면하는 이기적인 사람. 부모님은 그런 사람들이다. 좁고 오래된 집구석에 4명이나 비집고 들어가 사는 건 정말 답답한 일이다. 더욱 끔찍한 것은 앞으로 몇 년이고, 몇 십 년이고 이런 집구석에서 벗어나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여느 하층민의 삶이 그렇듯 아빠는 화나는 일이 있으면 안 그래도 짜증나는 집구석에다가 분풀이를 했다. 엄마는 일을 하러 나가든 친구를 만나러 나가든 다른 남자를 만나러 나가든,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나는 방치되며 컸다. 개인공간이 보장되는 집이 있다는 게 뭔지, 평범한 직장에 출퇴근 하는 삶이 뭔지, 가족과 대화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는 게 뭔지, 돈을 모아간다는 게 뭔지 부모님을 보면서 자연히 배우게 되는 것들인데 나는 그런 거 전혀 모른 채 성인이 되었다. 나는 주위 친구들에 비해 일찍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나는 친구들하고 잘 어울려놀지 못 하고 혼자 떨어져나와 있었다. 술 마시고 난폭해진 아빠를 피해 새벽에 잠옷 차림으로 집 근처 공원에서 배회하다가 몇 시간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학교에 등교해서 친구들과 히히덕거리며 노는 건 힘든 일이었다. 10살때 나는 얼른 시간이 흘러 또래 친구들도 세상 풍파를 맞고 빨리 철 들었으면 싶었다. 그래야 나랑 말이 통할테니까. 근데 그게 아니었다. 철이 든다는 건 생각이 깊어진다는 건데, 나는 철이 든게 아니고 그저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주위 친구들은 정상적인 부모 밑에서 적절한 삶의 가치를 배우며 성장해 적절한 나이에 철이 들었는데, 나는 그러지못했다.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였다. 나는 요즘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30대 직장인을 만나고 있는데, 평범한 가족이 뭔지, 평범한 일상이 뭔지 이제야 겨우 알아가고 있다. 남자친구가 직장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면서, 회사란게 어떤 곳이고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를 알게 되었고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근교에 놀러가면서, 가족끼리 차를 타고 놀러간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짐작해볼 수 있었고 남자친구의 가족 단톡방을 보며, 평범한 가족들은 어떤 유대감을 가지며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남자친구가 일하며 번 돈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며,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재정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돈을 관리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주말에 남자친구 집을 놀러가면 해질녘 쯤 같이 장보고 와서 오순도순 밥먹고, tv 보면서 얘기나누다 하루를 마무리한다. 평범한 가족들은 매일 저녁을 이렇게 거실에 모여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걸까? 내가 부모로부터 보고 듣고 겪은 것은 아르바이트 수준의 직장과 몇 천 원 남짓의 통장, 가정폭력과 외도였고, 초등학교때부터 늘 혼자 저녁으로 라면 끓여먹는 게 일상이었다. 평범한 직장과 평범한 재정상태, 평범한 가족과의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같은 건 전혀 몰랐다. 그렇기에 행복은 무언가 거창하고 쟁취해야 하는 것, 먼 미래에 있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특히나 행복을 가족과 연관시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간 방황을 많이 하면서 지냈는데, 20대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에서야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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