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어요.
코로나 시작하고, 방 안과 이불에 박혀서 살고, 밖으로는 안나가요. 한달에 한 번 나갈까말까해요. 거실도 가족들이랑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안나가요. 친구들도 별로 없어서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시간이 하루 30분도 안될거에요. 햇빛을 싫어해서, 방 안에는 매일 커튼 쳐져있어요. 수면시간이 엉망이에요. 하루 최소 8시간 최대 15시간 넘게 자고, 가끔은 밤을 새요. 수면시간이 엉망이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가 않아요. 현실 도피하려고 잠이 안와도 자려고 해요. 밤에 잤다가 아침에 잤다가해요. 그래서 시간보기 전에는 오늘이 몇요일인지 11일인지 13일인지 아님 12일인지 헷갈려요. 하루 한 두끼 먹고, 거의 배달음식 시켜먹어요. 게임, 스마트폰, 맵고 달달한 군것질 등 단기적이고, 자극적인거 찾아다녀요.
미칠 것 같아서 병원을 갔어요. 가면 2주씩 약을 줬어요. 2주 약 다 먹으면, 병원 가서 다시 받아와야하는데 안가요. 병원 가는 것도 미뤄버려요. 그러다가 한달 지나서 다시 2주 약 받아와요. 일이 생기면 다 미뤄버려요. 초기에는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심해서 잠도 못자고, 울고 그랬는데 지금은 우울과 불안이랑 의욕이 없는 상태가 반복돼요. 사는게 사는 것 같지 않고,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의욕이 없다가도 이렇게 살면 안되지, 뭐라도 해야한다고 우울해하고 불안해하고, 안되니깐 방안에서 울고 그래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방학이어서 다행이었는데, 이번에 학교가 개강했어요. 과제도 많은 과고, 졸업 학점 때문에 이번에 풀학점 들어요. 하루종일 열심히 살아도 부족한데 의욕이 안생겨요. 과제 제출이 다가와도 해야한다는 생각보단 아무 의욕이 안나요. 옛날이면 해야한다는 생각 들면 했는데, 지금은 마치 남일 같아요. 전 요즘 제가 우울한건지, 불안한건지, 무기력한건지, 게으른건지, 의욕이 없는 건지, 아픈지, 안아픈지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지금 내가 불안하구나, 우울하구나 구별이 됐는데 이제는 왔다갔다 해서 모르겠어요. 저 스스로 저를 모르겠어요. 근데 사는게 사는 것 같지가 않아요. 이렇게 살다가는 미치겠다는 생각은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