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생각나서 다시 앱에 왔다. 다 괜찮아졌으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스트레스|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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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Gipsy9283
·3년 전
오랜만에 생각나서 다시 앱에 왔다. 다 괜찮아졌으니 이 앱을 지우고 현생으로 돌아간 것이리라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앱을 지우게 된 계기도 단순히 저장공간 때문이었으니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반에서 멋지게 발표하는 한 여자아이의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 아이는 나보다 몇 살은 어린데도 당차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연설하고 있었다. 사회는 우리에게 예쁨과 멋짐을 은연중에 강요하지만 꼭 그 강요에 부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당신은 충분히 멋지고, 존경받을 만하며, 70억 명 중 한 명뿐인 존재라고 말하고 있었다. 전자만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아이의 말에 반발심만 드는 건 내 심성이 꼬일 대로 꼬여 있기 때문일까? 내가 한낱 위로용 유튜브 영상에 과한 공감을 기대하는 거라고? 맞아. 알고 있어. 존경받고 싶다, 멋진 사람이 되어 매일매일 뿌듯한 삶을 보내고 싶다 바라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트위터나 유튜브 같은 sns에만 우울하다는 글을 싸재끼며 바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존경받을 사람이라고? 내게 존경할 만한 점은 없어. 나는 전혀 멋지지 않고, 난 70억 명 중 하나뿐인 사람이자 제일 쓸모없는 사람이지. 한낱 유튜브 영상에 많은 것을 기대하고 그것이 앞으로의 내 인생을 바꿔줄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거라 눈을 반짝이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머저리. 댓글에는 그 글에 힘을 얻었다고, 정말 좋아하는 영상이라며 찬양하는 글이 넘쳐났다. 하지만 난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난 평범한 패배자이자 쓰레기의 삶을 살 테고,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가 봤자 정상이라는 판정만 받고 스트레스 억제 약물을 받을 것이며 소개받은 상담사도 이 새끼는 겨우 그런 것들을 가지고 징징대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날 접대할 거란 망상 아닌 사실에 빠져 상담도 그만둘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대학도 가지 못 한 채 부모님께 빌붙어 등골을 빨아먹으며 방구석 키보드워리어로 지금과 똑같은 짓을 반복하면서 끝없는 무력감과 외로움과 미안함을 기저에 깐 채로 괴로워하겠지만 그것을 해소하고자 죽을 용기도 없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괴로워하다 오랜만에 한 외출에서 희망을 얻고 돌아오다가 어차피 난 못 할 거라는 생각에 빠져 차도에 멈춰 섰다가 차에 치여 죽을 것이다. 어떠한 위로를 들어도 위로하는 사람의 호의에 감동받을 뿐 그 위로를 받아들이진 못한다. 그 사람이 아무리 나를 좋은 사람이고 착하다고 말해줘도 당신이 아는 나는 껍데기에 불과하기에 껍데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할지언정 깊은 살점 아래 파묻혀 있는 내 원래 모습은 그 고마운 위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게 아니라고 패악을 부리며 겉으로 나오려고 애를 쓴다. 난 고마운 사람에게 내면을 보이며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그저 웃으며 당신이 약간의 성취감과 자신의 위로가 먹혔으며 내 기분이 나아졌으리라 믿으며 기분 좋아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당신의 기분에 공감해준다. 주변인 혹은 인터넷에 상담을 요청해봤자 전부 이런 식으로 끝을 맺고 나는 순간의 위안만 얻을 뿐 답답하고 무력한 나는 전혀 바뀌지도 않았고 희망을 갖지도 못한다. 왜 상담이랍시고 요청했으면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지 않느냐고? 상담을 요청할 때까지만 해도 털어놓고자 다짐한 상태지만 내게 응해 무슨 일이냐 걱정스레 말하는 사람만 보면 내 무력하고 무례하며 끔찍한 인성을 내보이는 것이 두려워지면서 정신이 확 든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힘든 일을 떠안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감정들을 상대에게 쏟아붓고 정리하라고 소리치는 것은 그 사람에게 힘든 일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 사람이 그 감정들을 정리하면서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건 그거로도 큰일이었다. 나는 나를 위로해주려고 다가온 착한 사람이 나를 밑바닥까지 알고 구제불능이라고 생각하며 떠나가거나, 하다못해 나의 감정들에 부담스러워하는 것조차 바라지 않기 때문에. 미움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나에 대해 고찰해봤자 변하는 것도 없을 테지. 그저 ^약간의 시원함^을 순간적으로 느끼고 물러가고서 또 내일은 같은 기분에 휩싸여 있을 것이다. 장담한다. 난 사랑받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주변인에게 몸에 패악을 더덕더덕 붙이고 멍청함과 패악이 얼룩진 눈으로 날 사랑하라고 소리친다. 그 사람이 스스로의 성취로 얻어낸 것을 얻어내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질투하고 그것을 빼앗으려고 드는 흔해빠진 악역이 나다. 이 글에는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귀찮은 일을 떠안고 싶지 않아하고, 이 글은 소소한 위로로도 와르르 무너져 그 사람 위로 쌓일 귀찮은 일들로 아슬아슬하게 쌓아 놓은 탑이니까.
힘들다혼란스러워불안해답답해질투나공허해우울해불안외로워무기력해스트레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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