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년차가 된 교사입니다. 고등학생때까지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고민|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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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moonlit17
·3년 전
올해로 6년차가 된 교사입니다. 고등학생때까지는 제가 교대에 갈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었는데... 수능 점수가 예상보다 잘 나오지 않았고 재수를 하기에는 집안 형편이 사실 그리 넉넉하지 못했어요. 점수에 맞춰 들어갈 수 있는 학교를 찾다보니 교대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너무 좋아하셨지만 사실 저는 교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다른 더 나은 선택지가 없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였기에 그렇게 교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교대 다닐 당시에도 너무 적성에 맞지 않아 굉장히 힘들어했지만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교사가 된 이후에도 그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지만 이런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면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은 저에게 교사가 얼마나 좋은 직업인데, 너가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뭘 몰라서 그러는거다, 적어도 5년은 해봐야 아는거다 라며 그저 찡찡거리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원래 화가 잘 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이 일을 하면 하루에도 몇번씩 진심으로 화가 치밀어오르는 일들이 생기고 그런 감정소비가 너무 힘들었어요. 게다가 학부모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교사에 대한 요구와 잣대들이 개인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견디기가 힘듭니다. '교사인 게 죄' 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런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조차 두려워요. 분명 누군가는 저의 이러한 생각에 못마땅해하며 교사들을 욕하겠죠.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있지만, 교사라는 이유로 더 큰 사명감을 강요받는 듯 느껴져서 더욱 부담스러워집니다. 정말 대단하신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고 마치 모든 교사가 그렇게 해야만 진정한 교사인 것처럼 강요받는 것이 점점 더 견디기가 힘들어요. 직업을 선택할 때 9가지 안좋은 점이 있어도 1가지 만족할 만한 점이 있다면 그 일을 하는거라고 하지만, 저는 지금 그 어떤 좋은 점도 와닿는게 없습니다. 우울감과 스트레스로 정신과에 몇 년동안 다니며 상담을 받아봤지만 결론은 이 직업을 그만두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문제는 10년동안 고민해봤지만 이 직업이 아닌 어떤 다른 일을 할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교사를 바로 그만 두는 것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나 크고, 교육청 쪽으로 가는 길 외에는 다른 길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육 관련 일은 더이상 하고싶지 않은데... 다른 직업에 비해서 이직의 경로가 너무 좁고, 너무 큰 용기와 대가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고민만 하다보니 점점 지쳐가요. 이제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좋아하고 하고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게 맞는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그 다음엔 무슨 일을 해야하는건지... 내가 과연 무언가를 할 수는 있을지... 모든게 다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어릴 때, 나는 나중에 커서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깨달아보니 지금 제가 딱 그 모습이더라구요. 지금 가장 두려운 건 계속 이렇게 10년, 20년 어떤 대책도 없이 아무것도 못하며 지금처럼 살아가게 될까봐 너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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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artown1002 (리스너)
· 3년 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으셨나요? 교사에게 사명감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마카님께서 많이 힘드시다면 꼭 교사다운 교사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지금 일을 그만 두시는 것이 리스크가 크시다면.. 휴직을 고려해보시거나 방학때나 퇴근 후에 관심분야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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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lit17 (글쓴이)
· 3년 전
@Sugartown1002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다보면 결국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이어져서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구요ㅠㅠ 옆반은 어떻더라 다른 선생님은 어떻더라 하면서... 병가도 내보고 쉬기도 해봤지만 결국 다시 돌아갈 날은 다가오고, 퇴근 후에는 다음날 출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네요ㅠ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 노력도 안하며 고민한다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이 일을 하루하루 해내는 것 자체가 버거운 것 같아요. 제 얘기 들어주시고 의견도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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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artown1002 (리스너)
· 3년 전
아고 ㅜㅜ 그러셨군요... 다른 사람들은 마카님 상황을 전혀 모르니.. 그들의 시선 신경쓰지 마시고 스스로 하루 하루 잘 견뎌내고 계시다는 것만으로 칭찬해주세요. 말씀 들어보니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힘드실 것 같아요.. 너무 힘드시면 일을 잠시 쉬어보세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댓글 남겨봅니다 마카님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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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EY
· 3년 전
직업은 인간의 소명이라는데 제가아는지인들은 지금 마카님과 비슷한 감정 상황들이였어요. 그분들은 이제 별이되었습니다. 그중한분은 저와굉장히 친분이 있었고 수업전후에도 자주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래서 마카님의 사연에 발길이 멈춰졌어요. 이곳은 타인에게 나의고통을 털어놓는것으로 만족하는공간이잖아요. 저는 마카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견뎌낸사람에게 6년은 정말 긴시간입니다. 마카님을 행복하게 하는것들이 무엇인지 잘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어떤직업이여도 내가 행복하지않으면 특단의조치가 필요하겠잖아요. 마카님의 결정안에서 행복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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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kenmentos
· 3년 전
어디서 무얼하시든 좀 더 먼 미래의 미카님이 응원하고 계실꺼에요. 원하는 삶을 꼭 사실 수 있으실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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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hepresent
· 3년 전
저도 학교안에 있을 때는 왜 저런 사람이 교사가 됐지? 왜 우리한테 이러지? 라고 생각했는데 학교를 벗어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정말 뻔한 말인데 아 선생님들도 똑같은 인간이었을 뿐이구나 싶었어요 6년을 해오셨고 고민도 하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려 열심히 분투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져요 저도 그 감정이 평생 나를 지배할 것 같고 이게 평생 이럴 것 같았는데 잘 찾아보니 그런것만은 아니더라구요 다른 분들도 댓글 달아주셨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할게요 말뿐이지만 그래도 응원해주는 사람 있다고 생각하고 후회가 최대한 적은 선택을 하시며 멋진 삶 꾸려 나가셨으면 해요 우리모두 인생1회차! 뭐하고싶은지 모를땐 그것조차 포용하는 것이 인생인가봐요 화이팅이에요 그 직업이 나를 다 보여줄 수 없는건 아시죠? 남 시선 신경쓰지말고 본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인생1회차 야무지게 써보아요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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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ch
· 3년 전
교사라는 이유로 더 큰 사명감을 강요받는다는 말이 크게 공감됩니다ㅠㅠ 물론 교사가 학생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직업은 맞지만 교사도 사람인데, 직업의 특수성 때문인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에 비해 받아야 할 것을 잘 받지 못하는 편이죠... 적성이 맞는 사람이라도 그 부분이 힘들텐데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하니 더더욱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것 같아요. 주위 환경에서 공감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인 거 같고.. 제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면 좋은 영향을 주는 선생님도 좋지만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선생님도 너무 감사하더라구요. moonlit님은 적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계시니까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그 부분만으로 충분히 수고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D 이직도 이직이지만... 직업보다 moonlit님이 자기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아 그게 더 걱정됩니다ㅠ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하나씩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직업적 흥미나 의욕도 조금씩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모르게 과몰입해서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xD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민 털어놓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