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긴 글이에요]운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진로|고등학교|중학교]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엄청 긴 글이에요]운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죠?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3년 전
얼마 전 입시를 마치고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스무살 여자입니다. 요즘은 누구나 그렇듯 집에 있는 시간이 길텐데,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인터넷과 같은 곳에서 소통을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에너지를 주고 받는 일과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죠. 그러다보니 제 자신에 대해 스스로 되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제 인생을 쭉 되돌아봤을 때 후회할만한 선택들이 몇몇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후회되진 않았어요. 그 선택 이후의 진행과정에서 제가 선택에 대한 책임과 노력을 굳이 하지 않았는데 운으로 잘 풀린 일들이 많아서 후회가 되지 않는것 같아요. 운도 제가 살아온 삶에 대한 결과물이다, 운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다 이런 진부한 말들은 싫어요. 당연히 제 일이다보니 객관적으로 보는게 쉽지 않고 잘 안되지만 제가 최선을 다해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을 때에도 역시 그냥 우연히 얻어걸린거예요. 위에서 말한 선택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1.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고등학교 원서를 쓸 때였어요. 제가 정말 가고 싶었던 자사고가 있었고, 충분히 갈 수 있는 성적이었어요. 그 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사는 시스템이었기에 부모님은 별로 내켜하지 않았어요. 고작 3년 전일지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열여섯, 열일곱 어린 나이기에 부모님이 반대하셨던게 얼추 이해가 가요. 그땐 당연히 제가 다 큰 줄 알았으니깐요. 그리고 제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나 겨우 공부를 잘한 것이지,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공부에 재능이 있진 않았기에 부모님이 그 학교에서 진짜 잘하는 친구들을 만나 겪을 좌절, 실패감을 걱정하셨어요. 저는 그 과정을 통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스스로 무너지고 스스로 성장하길 원했기에 그 학교를 가고 싶어했거든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부모님은 저를 이기셨고, 저는 결국 집 앞에 있는 공립 일반 인문계고를 가게 되었어요. 일반고에서 1학년 때 수행평가로 조별활동을 하면서 친해진 친구들이 생겼고 나름 적응을 잘 했어요. 평범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잘 보냈어요. 가끔 같은 중학교를 나온, 제가 가고싶던 자사고를 간 친구의 SNS를 보면서 너무 부럽기만 했지, 어떻게해서든 그 학교를 끝까지 고집해볼걸이라는 생각까지는 안 들었어요. 제가 그 학교에 갔다면 수시로도, 정시로도 제가 지금 붙은 대학교를 절대 못 갔을 것 같거든요. 2.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이 끝나고 문과냐, 이과냐에 대한 선택을 할 일이 생겼어요.(사실 저희 학년부터 문이과 통합이라지만 말만 그렇지 학교에서 선생님이건 학생이건 모두가 문과 이과라는 표현을 쓰며 통합 이전과 이후 크게 달라진 것도 딱히 없어요) 저는 중학교때 중등학교 수학교사라는 장래희망을 갖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제가 학생으로서 수학을 대하는건 좋지만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수학엔 자신이 없다는걸 알았고 그 장래희망은 접게 되었죠. 그리고 뭐가 하고싶은지 다시 진로를 탐색하던 시기에 제가 문과형 인간인지, 이과형 인간인지, 문과쪽 일을 하고 싶은지 이과쪽 일을 하고 싶은지 전혀 감도 못 잡은 채 문과를 갈 것이냐, 이과를 갈 것이냐 얼른 결정을 내려야했어요. 친한 친구들은 모두 문과를 갔지만 문과를 가면 한문 수업을 들어야했고, 이과를 가면 정보 수업을 들어야했어요. 저는 중학교때 만난 한문 선생님이 정말 최악이었기에 한문이라는 과목에 대한 흥미마저 완전히 떨어졌고, 그래서 한문을 피하기 위해 이과를 선택했어요. 한문 하기 싫어서 생명과학이랑 화학을 선택하게 되었죠. 아시겠지만 모든 과목별로 정말 그 과목에 미친 애들이 참 많아요. 제가 간 이과반에서 과학을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재능이 넘치는 애들이 많았고, 저는 나름 한다고 발버둥치며 버텨봤지만 어디까지나 성적은 중간이었어요. 딱 5등급만 나오고 가끔 4등급 나왔어요. 어쨌든 한 때 자사고를 고려해볼만큼 공부를 하던 사람이었고, 고등학교에서도 1등급까진 아니어도 2등급대를 유지하면서 공부를 좀 하던 제가 좀이 아니라 정말 잘하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가 가진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는구나를 느끼고 방황을 좀 했어요. 방황이라는게 범법행위를 하며 놀았다는게 아니라 공부가 하기 싫어졌고 학원을 자주 땡땡이 치는거였죠. 고작 집 앞 학교, 우리 동네에서도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은데 세상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넘쳐나겠지라는 생각에 많이 우울했어요. 그리고 3학년으로 올라갈때 문과로 전과를 했죠. 근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과를 선택했다는게 후회되진 않았어요. 제가 화학 성적이 안 좋아서 그렇지, 화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정말 재밌고 수업 내용도 좋았거든요. 3. 2번에서도 말했다시피 2학년 2학기때부터 공부에 손을 점점 놓았고 학원을 쉬게 되었어요. 그냥 수업시간에만 열심히 들었고 어찌저찌하니까 5등급 중간성적까진 나왔던거죠. 그래서 학원을 그만둔다고 해서 내가 중간은 가겠구나, 그렇게까지 바닥을 기고 그러진 않겠구나 싶어서 과감히 그만뒀어요. 사실 중학교때까진 학원이든 과외든 인강이든 정말 다른거 하나도 없이 학교 수업만으로 공부하다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좀 예습을 해야하지 않을까해서 학원을 처음으로 다녔거든요. 사교육 없이도 공부를 좀 했던 사람이니까 학원을 쉰다는 결정이 더 쉬웠던거 같아요. 부모님도 이미 고등학교 진학과정에서 저랑 3개월을 싸우면서 제 뜻을 들어주지 못한거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제 의견을 들어주셨거든요. 사실 제가 과학에서만 좀 딸렸지, 다른 과목들은 2,3등급은 나오고 있었던 것도 한몫했던거 같네요. 근데 부모님은 제가 고3 올라가면 다시 학원을 다니실 줄 알았나봐요. 저는 정말 가기 싫었기에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고3 중간고사까지 보고난 후인 5월달이 되어서야 다시 학원을 찾았어요. 솔직히 이때 학원을 찾은 것도 공부 때문이라기보단, 대학 원서 접수를 위한거였어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성적 그래프는 V 형태가 되었고, 3학년이 되어서 성적이 다시 올라온게 학원 때문이라기보단 이과보단 그나마 나았던 문과로 와서 올랐던 것이죠. 물론 문과에도 잘하는 친구들 넘쳐납니다... 제가 학원을 쉬고 있을 때 주변사람들이 제발 좀 학원 가라고 공부하라고 그렇게 닦달을 했지만 그 쉬었던 기간에 낮아진 성적에 대해 생각하다가 제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름의 내적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학원을 쉰게 후회되는 선택은 아니었어요. 4. 이제 드디어 대학교 원서를 쓰는 것까지 왔네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정시로 대학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해도 그건 학교가 정시를 밀어줘서가 아니라 그냥 개인이 잘하는거였어요. 그래서 1학년때부터 수시를 생각하고 달려왔죠. 중간엔 좀 걷기도 했지만요. 수시원서 6개를 쓰는 것조차도 정말 수많은 후보들 중에서 가고싶은 대학과 학과를 선택을 해야하는거잖아요. 저는 6지망 대학만 붙더라도 반수나 재수를 하지 않고 6지망 대학마저도 가고싶은 학교를 쓰자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6지망이 6지망이었던 이유도 지거국이라서 통학이 불가능해서 6지망이었지, 학교와 학과는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여섯개의 모든 학교에는 수능으로 최저학력기준을 맞춰야했어요. 남들보다 늦게 수능공부를 시작했고, 그게 수능날 제대로 드러났어요. 1교시 국어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어요. 마지막교시까지 쭉 안 좋았죠. 2개 과목 등급을 합해서 6이나 7이 나와야했고, 국어랑 사회탐구로 그 등급을 맞출려고 했어요. 3, 3이 나오거나 3, 4가 나오길 바랐지만 둘 다 5등급 아래로 나와도 할 말이 없을만큼으로 처참했어요. 그래서 전문대 수시 2차 지원기간이 아직 안 끝났기에 수능날 밤 눈물을 머금으며 생각지도 못한 전문대 원서를 썼어요. 보름 넘게 기다리니까 수능 성적표가 나왔어요. 망했다고 생각한 1교시 국어가 놀랍게도 2등급이었어요. 백분위를 보니까 한 문제만 더 틀렸으면 3등급이 나왔을 수도 있는, 턱걸이 2등급이었어요. 그리고 한국사를 제외한 수학, 영어,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모두 5등급이 나왔어요. 어쨌든 두 개 과목을 합해서 7등급이 나왔고, 한 곳의 대학에선 최초합격을, 다른 한 대학에선 예비번호를 받았어요. 남들보다 수능준비도 늦게 했고, 솔직히 열심히 공부 안했다는거 제 자신이 제일 잘 알아요. 그래서 전문대 원서를 쓰면서도 각오했고요. 부족한 내 노력에 대한 결과일 뿐이라고. 이렇게 준비도 대충한 제가 정말 운으로 4년제 대학교에 붙었어요. 예비번호 받은 학교도 2차 추가합격을 했고 등록까지 마친 상태예요. 이 학교가 인서울이거든요. 솔직히 수능에서 수학5등급 영어5등급인 사람이 어떻게 인서울을 해요. 수시 제도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많고, 저 역시도 진짜 제 공부실력으로는 감히 비벼볼 수도 없는데 수시로 이 대학을 붙었어요. 제 수시는 교사와 학생간의 유착이 있는 잘못된 문제는 아닙니다. 지역마다 교육편차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거예요. 익명이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건데 어쨌든 이러한 허점이 있는 제도 덕분에 운으로 대학간게 저예요. 물론 제가 1학년때 공부를 괜찮게 했죠. 그 이후, 2학년때 조금 방황을 했고, 모두가 '아이고 고생이 많다'하는 고3때 열심히 안 살고 대충 살았어요. 고생 안한 고3생활을 보냈어요. 이미 나온 결과들에 대해 만족하기 때문에 후회되는 선택이 없어요. 근데 이 결과들을 만들기 위해 제가 뭘 했나요? 아니요. 정말 운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언젠가는 이 운도 다하는 날이 오겠죠. 그러면 이제 진짜 제가 가진 능력으로 먹고 살아야겠죠. 당장 걱정되는것이 대학교 필수교양수업으로 원어민 교수님과 함께하는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의가 하나 있어요. 전 자신 없어요. 영어 5등급이, 영어 듣기, 말하기 전혀 안되는 제가 어떻게 이 학교에서 이 수업을 듣겠어요. 저한텐 운으로 붙은 이 학교가 너무 과분한 학교이기에 제게 어려운 일인거예요. 앞으로는 이제 제 실력으로 살아야하는게 너무 걱정돼요. 운이라는게 언제까지 날 도와줄 수 있는건지 모르잖아요.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았고, 운이 좋게 어찌저찌 잘 흘러가서 여기까지 왔어요. 근데 앞으로 흘러갈 방향이 꼭 좋지도 않을거란 말이죠. 잘못되고 있다면 제가 그걸 바로 잡아야하는데 여태까지 운으로 살아왔으니 바로잡는 방법도 모를테고 그렇게 계속 이렇게 흘러가기만 하면 어떡해요. 여태까지 잘 왔으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잘 되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이 제 자신을 해칠거예요. 그런데 그 외에는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이젠 후회할 일을 만들고 스스로 성찰하면서 제대로 된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두려워요. 이걸 깨부시고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다는게 무서워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도와주세요.
불안해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1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Bazzis
· 3년 전
운도 실력이에요. 왜 그런지 알아요?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실력이 없으면 성공할수 없거든요. 앞으로의 방법은 남들만큼 또는 남들보다 잘하기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본인도 잘 알고있을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