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6 "만약 가족이 한 명 더 생긴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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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VyLet
·3년 전
나의 이야기 6 "만약 가족이 한 명 더 생긴다면, 누가 좋을 것 같아? 언니 오빠(혹은 누나 형) 동생 중에." 다른 사람들도 다들 이런 질문 한 번쯤 해 보고 답변도 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난 장녀로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누나니까 참고, 본보기를 보여라'라는 말을 듣고 살아온 것 같다. 그렇게까지 엄청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래서 누군가에게라도 의지하고 싶었다. 근데 부모님에게 그러고 싶진 않았다. 효심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나는 부모님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서였다. 오빠가 있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편하게 기댈 데가 생길 것 같았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생길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내가 행복하고 편하려고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원초적 본능인 동시에 사실은 상당히 자기중심적이다). 나는 친/외가 모두, 특히 친가 쪽 사촌오빠가 엄청 많았다. 하지만 모두 그다지 친하지 않았고 많이 어색했다. '오빠'라고 누군가를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래서 난 특히 다정하고 나이 차이가 어느 정도 있는 오빠를 바랐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상당히 구체적인 주문이다. 바란다고 해서 없던 가족이 생기진 않는다. 그래서 난 의지할 대상을 친구로 정의한 것 같다. 아니, 그런 것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친구관계란 성장기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끼치니까. 그리고 상술했던 내 배경과 성향은 '내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친구'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 일부분 기여했다. 나는 연상의 친구들이 많다. 물론 내가 아직 나이가 적은 것도 어느정도 있을 것이다. 21년 현재 21살인 나에게는 25살인 친구 둘, 30살인 친구 하나, 동갑내기 친구 하나가 있다. 우리 그룹에서 막내 라인이기도 하고, 내가 칠칠치 못한 성격이라 그런지 많이 걱정도 끼치고 다소 예쁨도 받는다. 그런 점에서는 다소 죄송하다. 아직 정모도 뭣도 못해본 온라인 친구들이지만 뭐 어떤가. 학교 친구들보다도 더 많이 얘기하고 같이 게임도 하고 힘든 일도 털어놓을 수 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연상의 친구들이 많은 것은 어릴 적부터 쭉 가져온 무의식 속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기대고 싶고, 고민을 말하고 싶고, 무뚝뚝한 나의 겉모습 안에 숨겨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하는 마음까지. 내 안에 숨겨둔 욕구가 참 많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고 역경에 용감하게 맞서고 싶다. 그런 동시에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고 때로 애정을 갈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나도 내가 참 낯설고 이상하다. 그렇지만 그런 면도 내 일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세상에는 아직도 배울 게 아직도 참 많다. 나도 아직 내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 비록 친구는 조금 걱정스럽다는 뉘앙스였지만, 난 인생을 성찰하며 살아가는 게 좋다. 아직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조금 낯설지만, 나도 사실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다. 너무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인생은 혼자라고 하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주변에서 조언도 위로도 받으며 살지 않는가. 내가 받은 것들을 타인에게 베풀며 살고 싶다. 나는 내 그룹 안에서는 도움을 받지만(막내) 누군가에겐 기댈 수 있는 존재(친구)이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가(누나/언니). 그렇게 생각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싶다. 받은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베풀고 싶다. Feb, 17th,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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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zzis
· 3년 전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요. 스스로의 고통을 조금은 나누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짐이 되겠지요. 하지만 짐을 같이 들어주니까 친구인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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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yLet (글쓴이)
· 3년 전
@Bazzis 맞는 말씀이십니다. 짐을 받기만 하는 것은 그냥 짐꾼이죠. 때로는 내 고통도 생각도 나누고 함께 고민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힘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듯 싶습니다. 오히려 함묵하고 침묵하고 있을 때 저를 더 어렵게 느끼더군요. 그럴 때 걱정도 더 많이 끼치는 것 같고요.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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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zzis
· 3년 전
보잘것없다니요. 속안에 담아져있는 힘듬이 느껴지는 마음을 아리는 글인걸요. 당신의 마음이 보잘것 없을리가 없잖아요. 고마워요 당신의 마음을 나누어주어서. 제가 조금은 받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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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3년 전
저는 제 비밀들을 아는 누나가 있었음 좋겠더라구요... 라고 생각하며 글을 읽다가 중간부터 깨달음을 몇번이나 얻었네요..!! 확실히. 저도 누군가에겐 동생같고, 누군가에겐 형/오빠같은 사람이죠. 고민할것도 노력할것도 점점 늘어가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