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3년 전
나는 내가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면 내가 꿈꾸던 모습으로 살고 있을 줄 알았어 막연히 그냥 어른이 되면 그럴 줄만 알았어 근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까 나는 똑같은 거야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었는데도 여전히 할 줄 아는 거 하나 없고 허황만 좇기 바쁜 한심한 인간인 거야 현실의 나는 보잘 것 없고 그래서 계속 꿈만 꾸고 싶고 상상 속의 나는 뭐라도 될 수 있는데, 현실은 뭣도 될 수가 없으니까 계속 피하고만 싶고, 피하고만 있고 내가 너무 한심한데 내가 너무 싫은데 그걸 인정하고 마주보면 진짜 내가 살 이유가 없는 거 같아서 내가 사는 게 너무 죄스러워져서 내가 축내는 공기, 내가 축내는 시간, 돈, 공간 그 모든 게 아깝고 아쉬워져서 시간이 지나도 나는 이럴 거 같은데 나아지는 거 하나 없이 이뤄질 일 없는 망상만 헤매다가 현실에서는 목표 하나 세우지도 않고 어영부영 나 하나 챙기기에도 허덕이며 살 거 같은데 내가 근데 살 가치가 있을까 죽고 싶은 건 아닌데 내가 사는 삶이 이렇게 의미없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너무 괴로워서 죽고 싶어 내가 고작 이렇게 살려고 그 사람들을 희생시켰나 내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없었더라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 하나를 위해서 쓰이고 쓰일 돈이라도 아낄 수 있을 텐데 굳이 의미 없는 삶을 살아서 뭐 해 죽는 건 무서운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내가 너무 이기적이다 나 어떡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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