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완벽한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아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고민|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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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완벽한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아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smfladmlalgkr
·3년 전
안녕하세요. 고민 끝에 처음 글을 남겨 봅니다. 저에게는 열 살이 넘게 차이 나는 가까운 선생님이 계십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는 현재까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선생님이 너무 우울한 상태에 계시며, 그것을 저에게 기대신다는 것입니다. 마흔 정도 되는 나이에 결혼을 아직 못하신 것, 경제적인 문제, 직업적으로 잘 풀리지 않는 것 등 모든 현실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지금의 우울한 상황에 놓이게 되신 것 같습니다. 저에게 실제로 저러한 문제로 인해 우울하다고 많이 말씀하셔서 우울의 원인이 단순한 저의 추측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대학교 시절부터 새벽에 전화, 카톡으로 연락, 직접 대면하며 이야기하는 것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저에게 줄곧 해오셨고 현재까지도 이러한 것들이 지속되고 있어요. 근 1년 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공부를 핑계 삼아 그분 계신 곳으로 저를 부르셔서 왕복 세시간씩 왔다 갔다 하며 온갖 힘든 것들을 다 받아주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그동안은 다 받아주었는데 문제는 더 이상 저도 받아주는데 한계가 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 우울증이 더 심해지셨는지 제가 자는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연락이 오는데요. 전화도 하지만 주로 카톡을 남기시는데 이것이 2주 정도 지속되고 있으며 그 내용은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 등 부정적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저 또한 현재 불안하고 우울한 상태에 있는데 본인의 고통과 저의 고통을 비교하며 저보고 감사한 줄 알라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연락을 받을 때면 숨이 꽉 막혀오고 심장이 빨리 뛰며 분노와 화가 저를 잠식시키는 기분이에요. 이제는 새벽마다 연락이 올 것에 대해서 미리부터 걱정하고 불안해하게 됩니다. 불쌍하고 안쓰러웠던 마음이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그만 연락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네요. 나름대로 카톡을 늦게 보고 바쁘다고 넌지시 티를 냈으나 눈치가 없는 건지 없는 척하는 건지 끄떡없이 저를 괴롭히시는데요. 묵묵히 들어주기, 한없는 위로, 병원에 가라는 실질적인 대안 제시 등 해볼 수 있는 것은 저도 다 해본 것 같은데 나아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미칠 지경입니다. 죽음을 무기로 저를 협박해 제가 한 사람의 완벽한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아요. 아픈 사람과의 관계에서 도망치는 것이 죄책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점점 그분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라지고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기만 합니다. 우울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며, 관계를 서서히 끊어도 될지 용기를 내 여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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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SK
· 3년 전
생각보다 그런 분들은 쉽게 죽음을 택하지 않아요.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굉장히 야무지고 똑부러지신 것 같아요. 이런 당신이 몇년 간 옆에서 지켜보고 관계를 이어나갔음에도 상대에 대한 개선가능성과 기대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곧 결론을 내주는 것 같아요. 당신은 말 그래도 당신의 최선을 다했고 더이상 남은 힘이 없으신 거죠.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런 분들은 생각 외로 그리 쉽게 죽음을 택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만약에 정말 불행하게도 그 분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셨다 하더라도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요. 그건 그 분이 살아가긴 너무도 벅찼던 세상탓이지 오히려 당신은 지금까지 그 분을 살게 만들었던 은인이시니까요. 너무 수고 많으셨고요, 아무도 당신을 욕할 수 없어요. 당신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다는 것 기억하세요. 사람 간 이별을 전할 땐 감정적인 호소나 서서히 연락을 줄이기 보다는, 처음 상대와 마음을 열었던 이유부터 지금 당신이 느끼는 버거움까지 차분히 긴 글로 얘기하는 게 좋더라고요. 글 잘 쓰시니까 어떻게 쓸지는 본인의 역량으로 충분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냥 확신을 얻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글 올린 거라고 느껴져서 얘기드릴게요. 손절하셔도 괜찮아요. 그 선생님께서 당신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는 식으로 말씀하실 수 있는데 만약 정말 그러신다면 아, 내가 정말 내 삶의 짐을 잘 덜어냈구나라고 생각하세요. 마지막 연락을 주고 받고 바로, 며칠, 몇 주 뒤에 차단까지 하셔야 정말 다 끝납니다. 몇 달 뒤 다시 너무 힘들다고 연락이 올 수도 있거든요. 그럼 다시 시작돼요. 몇 달 뒤에 나는 죄책감+상대가 살아있다는 안심+조금의 걱정 때문에 다시 대답하게 될 수 있거든요. '차단은 너무 매정하지..'하고 안하지 마시고 손절하실 거면 확실히 하는 편이 저한테 좋아요. 저희는 각자와 성향, 취향, 성격이 잘 맞는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가요. 상대가 우울하다고 해서 대인관계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아요. 글쓴이님과 선생님은 이제 안 맞아서, 그래서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어진 것일 뿐이에요. 정리하고 행복해집시다. 지금까지 노력한 당신을 기특하게 여겨주시고 한동안 당신의 다정함을 스스로에게만 투자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기운을 내서 보다 나에게 의미있고 따뜻한 관계를 새로 만들어갈 힘이 생기죠:) 화이팅이고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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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fladmlalgkr (글쓴이)
· 3년 전
@BYSK BYSK님 정말 감사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이분과의 관계에 대해서 힘든 것을 모두 이야기하면 저도 선생님과 똑같이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제대로 털어놓지도 못했었거든요. 숨도 못 쉬게 답답한 마음이 커져서 마인드카페에 처음 글을 남겨보았는데 이렇게 제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명확한 해결책까지 제시해 주셔서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오랫동안 이러한 관계를 유지해왔기에 완벽하게 관계를 차단하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조언해 주신 대로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무겁고 답답한 긴 글이었는데 진심 어린 위로와 조언 다시 한번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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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SK
· 3년 전
저의 개인적 의견을 진지하게 고려하시고 노력하신다니 정말 기쁘네요. 덧붙여 얘기드리면 생각보다 더 괜찮답니다. 용기 꼭 내시길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