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빠와 싸우고 나서 2시간을 내리 써서 아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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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오늘 아빠와 싸우고 나서 2시간을 내리 써서 아빠에게 보냈던 편지. 울면서 말하려니 자꾸 헐떡여서 의사전달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썼었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기록 용도로 가치가 있을 것 같아 이곳에도 남겨둡니다. 뭐부터 말해야될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이것 때문에 엄마한테 윽박지르거나 잔소리는 하지마세요. 이걸 보여주지도 말고. 나도 시도해봤는데 안 된거고요.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뭔가 바뀔 거라는 기대는 안해요. 그저 우느라 말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다 전달이 안되는 게 싫었을 뿐이고, 앉아서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는 말만 계속 듣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쓰는 거에요. 딱히 위로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대답을 듣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그냥 평소에 이런 생각을 했구나 라고 알아두기만 했으면 좋겠어서. 개인적인 원한은 없어요. 나는 아빠 엄마의 자식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성인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제 생각을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사람으로서 '존중'은 해주었으면 해요. 1. 어디서부터 말해야될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삐뚤어진 경위부터 좀 말해볼까 싶은데 난 어릴 때부터 솔직히 우리 가족이 너무 싫고 내가 보기엔 부끄러웠어요. 초등학교 때 엄마 아빠는 싸우고 이혼이니 뭐니 하면서 소리나 지르고 물건이나 깨고 우리한테 화풀이나 하고. 아직도 엄마가 자살한것처럼 슬리퍼 난간옆에 가지런히 둔 걸 기억해요.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었는데 그때 정말 솔직하게 털어놨었던 기억이 나요. 친구들하고 할 만한 얘기는 아니었으니까. 달리 말할 곳도 없었고. 그래서 그 뒤로 난 자라서 엄마아빠같은 사람이 되기가 싫었어요. 낑겨 살고 싶지 않아서 독립도 정말 빨리 하고 싶었고. 딱히 우리 어릴 때 되짚어보면 그리 존경할만한 위인은 아니었음에도 '존경을 표하는 어체'를 쓰라고 강요나 하고. 하기 싫은 거 하라고 고압적인 말투랑 태도로 이야기하고. 물론 그건 당시로서는 잘 먹혀들었어요. 나는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그저 하라는 대로 해야만 했어요. 내 목소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말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어차피 중요하지 않으니까, 내 의견 같은 것은. 부모님이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줄 것 같지도 않았고. 초등학생 때부터 많이 울었어요. 공부한다고 앉으면 그 시간 중 절반은 왜 이러고 사는지, 공부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생각하면서 보냈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더 강경하게 나갔어야 했어요. 그게 정말 후회돼요. 동생은 착한 게 아니에요. 순종적으로 변하는 걸 선택했을 뿐이지. 난 그걸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반면에 난 갈 수 있을 때까지 반항하기로 맘먹었던 거고요. 왜냐면 부모님의 모습은 내 가치관과는 다소 상충했으니까. 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 굽힐 생각은 없어요. 기회가 있어서 덧붙여 말씀드리는데 전 엄마 아빠가 절 놀리면서 했던 말들 하나하나 다 기억해요. 아직도 유치원때부터 지금까지 들어왔던 말들이 각인이 돼 있어요. 기분 정말 안좋아요. 자존감도 낮아지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주세요. 그게 애정표현이었든 뭐였든 저한텐 아니었어요. 2. 최근에 힘들었던 일을 말하려면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돼요. 엄마는 내가 온라인 친구랑 이야기하는 걸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시지는 않아요. 근데 전 좀 달라요. 전 아직도 자신이 사춘기같이 느껴질 정도로 생각을 많이 하고 고뇌도 많이 하고 난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면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전 인생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살고 싶어요. 근데 학교 친구들이 그런 얘기 좋아할 리가 없지. 우리가 보통 친구를 사귈 땐 맛난 것도 먹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려고 사귀잖아요. 우울한 이야기 따위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전 현실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했어요. 좀 가려 사귀기도 했었고, 융통성도 없어서 친구들이랑 말다툼도 종종 있었어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 두루두루 친구들을 만들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소위 '몇 년지기'라고 부를 만한 사람도 없고요. 1년이 가면 오래가는 축이죠. 이렇다보니 저는 온라인상의 친구가 많았어요. 속마음도 상대적으로 쉽게 털어놓을 수 있고, 내 외모가 아니라 내면의 가치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전에 헝가리인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친구를 고등학교 3학년 10월달에 만나서 정신적인 지지를 많이 받았어요. 그 친구에게서 배운 것도 많았고, 나랑 다른 관점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 후로 2020년을 맞아서 전 연락을 잘 하지 않게 됐어요. 기대 이하의 대학교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 스트레스를 하나뿐인 친구에게 풀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연락을 잘 안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많이 멀어졌어요. 그러다가 깨달은 게 나는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앞서 말한 몇 년지기 친구가 없는 원인도 생각해봤어요. 사람을 사귈 때는 정말 잘해주지만 막상 사귀고 나면 그걸 유지하려고 노력을 안 하는 것 같았어요. 하루에 한 번씩 말을 걸어주는 건 그리 어려웠던 일도 아니었는데. 그건 저 자신이 봐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 자신이 너무 싫어졌어요. 내 가치관을 내가 짓밟아버린 것 같아서. 그래서 사람들을 밀어내려고 했어요. 어차피 나랑 친구 먹으면 언젠간 싸우고 상처입고 서로 돌아설텐데. 그럴 거라면 애초에 친구가 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 나한테서 상처입지 않을테니까. 나도 그 친구도 윈윈하는 거였어요. 나 같은 사람은 사람 사귈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내가 없을 때 더 행복할 것 같았고요. 물론 이 해결책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실행했어요. 얼마 없는 온라인상 친구들을 밀어냈어요. 결과적으론 스스로 하소연할 곳을 없애버린 셈이었어요. 내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너무 이상하고 슬펐어요. 엄마한테도 얘기해보려고 했지만 '그럼 네가 잘못한거네'라는 짧은 한마디밖에 듣지 못했었고 그 때 이후로는 엄마한테 굳이 조언을 구하려 하지 않아요. 아빠는 항상 진로 얘기밖에 하시지 않으시니까 내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고요. 그게 사실이었든 아니든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그게 작년 10~12월이었어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그쯤이에요. 내가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던 내 가치관을 깨 버린 게 너무 슬퍼서 우울증이 생겼어요. 내가 그렇게 올바르고 착하게 살려고 했는데 결국 아니었어요. 그 현실을 차라리 몰랐으면 했어요. 근데 이젠 털어놓을 곳도 없고 매일 밤을 새면서 울고 잠 못 이루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지쳐서 잠이 들었어요. 그때 생긴 수면 패턴이 지금까지 고쳐지지는 못하고 있고요. 심리상담 연락처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결국 전화는 하지 않았지만요. 그래도 그만큼 절실했어요. 아무도 옆에서 날 잡아주지 않으면 나를 놔 버릴 것 같았어요. 몇 개월을 힘들게 지냈어요. 자다 일어나서 울고 밤에 침대에 누워서 울고 그걸 몇날 며칠동안 계속했어요. 그러다가 1월 중반에 한 온라인상의 친구가 진지하게 제 얘기를 들어줬고 그걸 계기로 조금씩 우울감을 극복했어요. 물론 지금도 생각이 안 난다는 건 아니에요. 아직도 여전히 그때가 생각나면 우울하고요. 그 친구마저 없었으면 어디까지 갔을지 상상이 잘 안돼요. 3. 아빠에게 크게 바뀌어달라고 바라는 것은 없어요. 솔직하게 얘기하면 아빠가 집에 있는 날은 집이 좀 시끌시끌하고 엄마가 다리 아픈 그런 날이에요. 전 잘 모르겠어요. 물론 경제적으로 가정을 지탱하는 것은 중요해요. 그렇지만 아빠와 제가 정서적으로 잘 맞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아요. 성향도 달랐고 성격도 달랐어요. 근데 거기 옳고 그름은 없어요. 아빠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나라고 해서 옳은 것도 아니에요. 마음에 안 드시는 게 있으면 소리치기보단 내가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유도 모르고 하라는대로 하고 싶진 않아요. 걱정에서 나오는 소리든 그냥 화나서 나오는 소리든.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 거 알아요. 나도 자식이 처음이에요. 훗날에는 나도 한 가정의 엄마가 될지도 모르고요. 아빠는 기억하시는지 안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작년쯤에 술먹고 난리치셨던 거 기억하세요? 저한테도 소리지르셨고요. 전 아직 똑똑히 기억해요. 그땐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방에 들어가서 펑펑 울었고요.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은 자녀에게 성장의 방향성을 제공해요. 어른이라고 해서 어른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어요. 아직도 전 아빠엄마같은 부모가 되고 싶진 않아요. 물론 나보다 불행하고 가난하게 사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 알아요. 그래도 되돌아보면 내 삶도 썩 좋은 인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내 잘못도 있고 부모 잘못도 있고 그런 거겠죠. 그게 무슨 관계든 인간관계에서 한 사람이 온전히 잘못한다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저를 이기적인 딸로 알고 싶으시다면 그래도 돼요. 의견을 가지는 건 개인의 자유 의지에 달려 있어요. 그렇게 마음먹고 싶으시다면야 굳이 바꾸려 들지 않아요. 근데 저도 이러는 이유가 있었고 왜 말을 못했는지와 자기반성 없이 게임만 하고 지내지 않았다는 점들은 알려드리고 싶어요. 답을 하고 싶으시면 웬만하면 말보다는 글로 써주세요. 말은 지나가면 잊히지만 글은 쓰는 데 정성도 들고 나중에 두고두고 또 꺼내볼 수 있는 기록으로 남아요. 말과는 달리 쓰는 데 노력도 들고 다른 방향으로 새지도 않죠. 전 이 글을 쓰는 데 2시간을 보냈어요. 저도 언젠가 이 글을 다시 보면서 '그래 그때는 이런 일도 있었지'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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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xoioi
· 3년 전
많이 힘들었던 이야기군요...사실상 가족이란 단어가 나도 낯설어섴ㅋㅋㅋㅋ 하지만 이젠 아무도 안 밀어내력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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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3년 전
참 좋은 분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