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 오늘은 다소 이상한 이야기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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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VyLet
·3년 전
나의 이야기 4 오늘은 다소 이상한 이야기다. 특정 그룹의 사람들에 대해 일반화를 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머리말에 적어두고 싶다. 난 '이과'가 되고 싶은 '문과'다. 그들의 이지적이고 간단명료한 생각,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이성적인 사고방식, 물질적 가치도 중요시하는 현실성, 객관적인 최선을 향해 가는 논리적 결단, 빠른 눈치, 넓은 지식, 시대에 발맞추어 가는 듯한 미래 계획, 수식과 숫자로 이뤄진 계산을 해낼 수 있는 머리. 나는 그 모든 것을 동경한다. 왜냐면 나에겐 그것들 중 하나도 없으니까. 난 아주 뛰어나진 못한 머리에, 잠을 달고 살고,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도 없으며, 이성보단 감정이 한참 앞서고, 물질적 가치엔 큰 욕심이 없고, 겁 많고 소심하고 의지하려 하며, 현실과 타협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눈치도 느린 편이다. 처음 이과 친구를 만들었을 땐 다소 충격을 먹었다. 그 친구는 사고방식이 특히 계산적이었던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훨씬 차가웠고. 나는 겁먹기까지 했다. 사람이 이렇게나 기계처럼 생각할 수 있나 해서. 물론 그 친구에게서 난 많은 교훈을 얻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 누군가는 나와 다른 가치를 품고 살아간다는 것 등등. 이과에게서 매력을 느낀 건 그 친구가 처음이었다. 나와 너무나도 달라서 매력을 느낀 거였겠지. 나는 그 뒤로도 다양한 이과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궁금했다. 나와는 너무 달라서 몰랐던 걸 알고 싶었다. 그건 곧 동경이 되었다. 그들의 삶은 나에 비해 더 성실하고 멋지고 현실적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문과로서의 모습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새롭고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각종 수식 대신 미사여구를 들어 설명하는 창의성, 눈치도 느리고 다소 덤벙대지만 거기에서 오는 오묘한 보호본능(물론 나 자신은 민폐 같아서 엄청 싫어한다),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성장을 중요시하는 면모, 자신만의 가치와 정의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성격, 연민을 잘 느끼고 공감을 잘해주는 면 등...... 다시 생각해보면 '이과'보다는 '논리적인 사람', '문과'보다는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분류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사람을 기준에 맞춰 분류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걸지도 모른다. 이과라고 똑똑하고 눈치 빠르기만 하지 않고, 문과라고 덤벙대고 무식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친구들'과 '나'의 차이를 빗대는 데 '이과'와 '문과'를 차용했다. 속마음을 나눌 만큼 친했던 친구들이 모두 이과이기도 했고. 그러나 이번을 계기로 다음부터는 단어 선택에 주의해야겠다. 확실히...... 이렇게 적고 보니 무조건 '나랑 완전 다른 사람 만나서 견문을 넓혀라'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일부는 맞다! 하지만 동시에 내 관점도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사귀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그럴 것이다. 나는 잘 몰라도 내가 친구들에게 어필하는 어떤 요소가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즐겁다. 나도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것 같아서. Feb 12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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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3년 전
사실은 저도 문/이과를 나눠서 보면 안된다고 꽤 전부터 생각했어요. 그러면 머리가 더 굳는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전 논리 中 논리 적인 면모가 있고, 어떻게 보면 전 논리도 감정도 뭣도아닌 잡탕이기도 하더라고요. 말씀들이 참 공감이 가네요! 저도 민폐끼치는걸 정말 싫어하지만.. 보호본능 일으키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데. 이런데에서 이중성이 발견되는군요 ㅋㅋ 왜 여태까지 눈치 못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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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yLet (글쓴이)
· 3년 전
@naphone 기준을 통해 사람을 분류하려는 시도는 어찌 보면 효율적이고 편리해 보이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기준과 비유를 통해 사람들을 정의하는 것은 그게 가장 쉽고 명료한 방법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입체적인 존재라 너그러우면서 다혈질일 때도 있고, 도덕적이면서 불량할 때도 있고, 계산적이면서 충동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 모든 면모가 다 '나'라는 객체를 이루는 요소이고 입체적인 내 모습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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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3년 전
맞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