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 오늘은 일기를 쓰고 나니 마음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이별|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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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나의 이야기 3 오늘은 일기를 쓰고 나니 마음이 무겁다. 1시간 반을 내리 쓴 것 같다. 깨달음이 많은 하루였다. 물론 일기도 그만큼 엄청난 분량이다...... 내가 속해 있는 그룹 안에는 직장인 친구가 많은데 그 중 2명은 요새 정말 바쁘고, 나머지 1명인 친구 O는 아직은 학생이시고 또 지금은 방학인지라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신다. 덕분에 요즘 삶이 즐겁다. 그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나는 지금과 어릴 때의 성격이 조금 달랐다. (지금도 약간 그렇지만) 인간관계에 큰 뜻을 두지도 않았다. '어차피 졸업하면 안 볼 사람들인데 굳이 긴밀한 사이가 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 그저 그런 인연을 떼어내는 건 쉽지만 긴밀한 관계를 끊어내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는 걸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는지도 모른다. 또 여성스럽지도 않고 남성스럽지도 않은 성격에 또래 여자애들과 공통분모도 적었다. 아이돌, 패션, 요리, 드라마, 영화, 애니, 화장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이유로 친구 자체도 적기도 했다. 만들기도 어려웠고. 결과적으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소위 '몇 년지기' 친구는 아무도 없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그렇게 믿어 왔다. 근데 오늘 친구가 자기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고등학교때는 누구누구랑 놀러가곤 했었고, 군대에서 만난 사람과 지금까지 연락하고, 대학 동아리는 어디어디를 들어갔었고, 그런 얘기들 말이다. 굉장히 사소한 듯한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뭔가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회상할 만한 기억이 적거나 거의 없다는 점을 말이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이 있다는 사실은 내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부러웠다. 샘도 났고 질투심도 생겼던 것 같다. 몇 년씩 지속되는 대인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는 모르는 기분이었다. 슬퍼서 울음이 나왔었다. 꾹 참았다. 알아채지 못하셨길 바라고 있다. 나는 몇 년지기 친구도 없었고, 친구들 대부분은 말싸움 뒤 안좋게 헤어지거나 학년/학교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중학교 때는 은근한 따돌림도 있었고, 고등학교를 나오고 나서는 원래 잘 하지도 않는 연락을 아예 끊었다. 그러다보니 길게 이어지는 인연은 없다. 내세울 만한 우정 이야기도 없고. 그래서 나에게는 매 순간순간의 관계가 매우 소중하다. 왜냐하면 지금 친구인 사람들과도 오랫동안 친구로서 지내지 못할 걸 경험상, 무의식중에 알기 때문이다. 만남이 있다면 이별은 필연적이니까. 나는 그 만남과 이별의 간격이 짧게 자주 존재하는 것 같다고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하면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지금 신경쓰고 있는 사람, 나를 신경써주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다. 보낼 수 있을 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면 기회가 있을 때 배우고 싶다. 지금의 좋은 관계를 최대한 향유하고 싶다. 언제 이별이 어떤 형태로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유욕, 점유욕의 형태로 나타날 때도 있다. 내가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할 때도 많고. 애초에 친구가 적거나 거의 없기에 그런 현상도 더불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O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나를 신경써주는 사람이다. 나는 오늘 이전까지는 솔직히 잘 몰랐다. 둔해서 그런가. 근데 오늘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은 하지 마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랑 의논해라. 혼자 앓기만 하다가 쓸데없이 늦게 자는 게 신경쓰인다. 그냥 챙겨줘야 할 것 같다. 혼자 두고는 못 갈 것 같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 일, 기뻐야 하는데 마냥 그렇지가 않았다. 좋은 쪽으로 관심을 가지시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남한테 걱정이나 끼치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기쁘긴 하지만 마음은 다소 무거웠다. 난 결국 남에게 그런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려서. 나는 둘 모두가 동등한 관계였으면 하는데 이런 면 탓에 부모-자식의 관계처럼 내가 보살핌만 받는 관계가 되기 쉬운 것 같다. 보호본능을 일으킨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매력 포인트겠지만 나에겐 고치고 싶은 특징이다. 적당히 보호본능을 일으킬 만큼 귀여운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멍청이 수준이기 때문이다. 난 세상 물정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나치게 정직하며, 현실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하다. 어디 잘못 걸려서 이용당하기 딱 좋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의 모습도 아니다. 요새 다른 분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내 모습이 싫어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노력하는데 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이렇게 새벽성찰이나 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나에게 누군가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죄송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날 별볼일 없게 생각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그냥...... 할 말이 없다. 감사하다는 것 이외에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꼭 바라는 소원은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인연이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큰 의미를 찾지 못하고 오래 지속되는 친구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소원을 가지지 않았나 싶다. 내가 그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나도 그 친구에게 있어 소중한 인연이 되고 싶다.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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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3년 전
사회가 바라는 인재는 아니지만, 세상이 바라던 인재인걸요! 저도 사실은 어릴때와 지금의 성격이 많이 달라요. 9살을 기점으로 활발하고 호기심이 곧 행동으로 연결되던 아이였다가, 지금은 침착하고 호기심이 곧 잡념으로 연결되는 사람으로 바뀌었네요. 그래서 이런 온라인상의 댓글이 제 실제 성격보다 더 밝은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런 과정들이 있기에 지금의 제 장점들이 있는것 같더라고요! 평범하게 자랐다면 이 장점중 반절도 갖지 못했을것 같네요. 다른 장점들은 있겠지만, 그걸 소중히 여기진 않겠죠 그래서 작성자님도 좀 더 좋게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