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겨울에 개봉했을 당시부터 예고편을 보고 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폭력|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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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66Hope99
·3년 전
재작년 겨울에 개봉했을 당시부터 예고편을 보고 왠지모르게 끌렸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봤다. 확실히 내가 이유도 모르게 끌리거나 내가 좋아할만한 느낌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영화는 높은 확률로 내 인생영화가 되더라. 조커는 자신이 상처받을만한 일을 겪은 뒤나 불행한 이야길 들을때마다 웃는다. 애초에 웃음코드가 남들과 다르다. 조커가 살아온 인생을 떠올려보면 조커의 눈에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자신에게 익숙한 '불행한' 상황들이 더욱 크게 와닿아서 그러한 포인트들이 다른 의미로 비꼬아서 재미있다고 느껴진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은 코미디였다고 이야기했듯이 말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웃는 포인트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듯하다. 겪어보지 못했으니 정서부터가 다르니까. 평범하게 살지 못했기에 평범한 생각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조커는 자신이 살면서 진정으로 행복했던 순간이 단 1초도 없었다고 말했는데, 그러한 면에서 보면 조커는 진정으로 행복하고 재미있어서 웃는 사람들과 달리 분위기를 봐 가며 사회적인 웃음을 짓거나 어릴때부터 자신보고 항상 웃으라고 말씀하셨던 엄마 말씀을 듣고 불행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습관적으로 웃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커가 겪는 크고 작은 일들과 그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조커의 감정선을 지켜보니, 그러한 조커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이 이해가 되었다. "넌 왜 혼자 웃어?", "네가 웃으면 애들도 따라 웃잖아.", "근데 왜 이렇게 안 웃어요?", "왜 이렇게 잘 웃어?", "사소한거에 잘 웃네", "얜 말은 안하는데 웃기는 하네", '난 웃으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사람들이 네가 웃는 것에 공감을 못 한다는게 문제야", "혼자 웃고 있어서 무서웠어", "같이 좀 웃자",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품위있게 좀 웃어", "웃는 것 빼곤 정상이야"....... 웃음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많은 나에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웃음이 멈추지 않는 조커의 모습이 계속해서 트리거로 작용했던 것 같다. 나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웃음이 멈추질 않아서 발표를 망치기도 하고 조용해야 할 분위기에서 웃음을 참기 어려워 괴롭고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많아서 그때가 자꾸 생각나기도 했다. 과거에 시도때도 없이 혼자 웃는 나를 보며 내가 웃는게 왠지모르게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던 아빠의 말씀도 떠올랐다. 아빠가 나를 보던 시선이 내가 조커를 보는 시선과 그리 다르지 않았을 거다. 그건 일반적인 웃음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었으니까. 늘 존재감이 없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던 조커가 살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조커 가면을 쓰기 시작하고 점점 '조커화'가 되는 장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신의 살인이 세상에 알려지자 다리를 떨고 담배를 태우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조커는 점점 내면의 폭력성을 드러내며 자신에게 무례한 사람들을 향해 칼을 사용하고 총을 겨눈다. 한 번으로 족하지 않는다.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찌르고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을 보며 내면에 얼마나 큰 분노가 자리잡고 있었는지 짐작이 가능했다. 멈출 줄 모르는 위험한 질주를 반복하는 조커를 보니 많이 위태로워보였다.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엔 항상 무언가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낭만적인 춤을 추는데 내면의 강한 충동, 욕구가 해소된 것에 대한 희열을 스스로 느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자신의 입에서 흐르는 피를 두 손가락을 사용해 미소로 번지게 만드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상처를 보며 웃음거리 삼았던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피가 번진 미소로 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자신마저 스스로의 상처를 웃음거리로 사용하게 된 것 같았다. 남들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점점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는 조커를 보면서 언어폭력과 신체폭력 등의 폭력이 한 사람의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결국 조커를 탄생시킨 것은 세상의 무례한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조커의 망상과 실재가 교차되는데, 난 뭐가 망상이고 뭐가 실재인지 알아내려고 하기보다는 아서가 조커로 변화해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봤다. 나에게는 뭐가 진실인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조커라는 사람, 자기자신이 그 망상까지도 실재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조커를 위험한 영화로 분류하면서 조커 영화 개봉시마다 경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던데 조커의 광기로 인해 자살충동, 혹은 살인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나 역시도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이라 영화보는 도중 잠시 그런 위험한 생각이 스쳐가기는 했다. 조커로 인해 영화속에서 일어난 사람들의 폭동이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보며 '광기마저도 옮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신이 많이 불안할때 보면 꽤나 위험할 것 같다. 연출이 굉장히 치밀하게 계산되어있어서 영화에 몰입이 잘 되는 면에서는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조커의 어두운 감정선이 쉬지않고 드러날 때마다 너무나 큰 몰입이 되서 우울했다. 그런 영화였다. '재밌는데 우울하네'라는 말이 떠오르는 영화.. 분명 재밌게 우울해서 신기하다. 얼떨결에 소장용으로 결제해버렸는데 언제든지 보고 싶을때 또 봐야겠다. 다만 지나치게 우울한 날에는 경계해야 할 영화다. 조커의 우울감과 광기에 나도 모르게 물들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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