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작년 20년 2월 1일 새벽에 내가 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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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66Hope99
·3년 전
그러고보니 작년 20년 2월 1일 새벽에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119 불렀었구나.. 자살충동 너무 심해서. 정신과 의사에게 자살사고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자살충동 너무 심하면 언제든지 119불러서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시던데 그 말씀만 믿고 정신병원 입원하려고 했었다. 정신병원의 체계적인 부분까지 설명을 듣고 나니 내가 입원하면 조금이라도 더 금방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컸던 것 같다. 정신과 의사는 정신병원의 긍정적인 부분들만 이야기하셨는데 당시의 나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태였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했거든. 아니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긴 했다. 아무튼 2월1일은 그런 날인데 기억 못하고 아무렇지않게 지나갔네. 앉은상태로 응급실 실려가서 거기서도 난 죽어갔지. 사람이 죽는다는데, 죽겠다는데 내가 생난리 안피우고 차분하면서 손목에 자해흔적 없다는 이유로 정상이라고 판단하더라. 내 진료의뢰서에 suicide idea가 적힌 것을 보고도 겉으로 보기엔 심각하지 않다며 날 방치했다. 그게 적혀있으면 무조건 입원이라는데 말이다. 그런걸 보면서...새벽에 더욱 지쳐갔다. 왜 정신과는 24시간 진료 보는 곳이 없는지 늘 의문이다. 그 시간을 감당하지 못해서 죽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한순간도 끊이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살에 대한 생각이 나는 그 당시의 나같은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 말이다. 작년 2월 1일은 그런 날이었다. 자살충동에 휘말려 금방이라도 내가 날 죽일 것 같은 공포에 시달리면서 과거의 정신과 의사가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119를 부른 날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세상에 화가 났던 날이기도 하다. 아픈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해서 방치되는 사람들의 심정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기다리느라 굉장히 지쳤고, 끝에는 화가 났다.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대학병원으로 이동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면 내 인생은 조금 달라졌을까. 그건 아니였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내 고통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소외된 경험은 나에게 참으로 잔인한 일이었다. 심지어 내 생명을 내가 포기하겠다는데도 무시를 당했다. 내가 그날 새벽 응급실에 가서 보고 느낀 건, 죄다 몸이 아파서 죽을 것 같은 사람들이 오면 빠르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애쓰는데, 정신이 아픈 건 애석하게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끽해야 저기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는 것 외에는 없더라. 지들끼리 상의할 가치가...있나? 싶었다. 입원시킬 자격은 있나. 얼떨결에 그 좁은 동네병원에 실려가서 내가 손에 쥐고 간 정신과 의사가 작성해준 진료의뢰서만 너무 믿었나보다. 그래 그렇게 죽어가는구나... 이 현실에 환멸이 났다. 나도 정신이 너무 아파서 몸이 아파 괴로워하는 저 사람들처럼 금방이라도 죽을 수 있었는데 그게 보일 리가 없지. 아마 그 병원 사람들 중에 나만큼 정신이 아파본 사람은 없는 듯하더라. 이렇게 망가지고 아픈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꿰뚫어보지 못했으니까. 난 마음이 아픈 사람을 정말 잘 알아보는데, 내가 아파봤으니까. 내 정신적인 고통이 몸으로 보여진다면 칼에 꽂혀 온몸이 피범벅이었을 텐데. 아쉽다. 눈에 안 보여서. 알아보는 인간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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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Hope99 (글쓴이)
· 3년 전
@Rinell 그렇군요.. 의사의 진료의뢰서만 있으면 언제든지 입원할 수 있다며 너무 굳게 믿었던 것 같아요. 정보 알려주시고 소신껏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