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집안의 딱딱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깨뜨리기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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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평소에는 집안의 딱딱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깨뜨리기 위해 과하게 바보인척을 하곤 한다. 하루 대화시간 13분. 그건 아마 내가 없는 이 집의 미래가 아닐까 싶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가족에게 있어서 난 대화의 매개체같은 사람이니까 내 역할은 나름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걸 좋아한다. 자신의 지능을 돋보이게 하는것도 좋아한다. 대화가 단절된 우리 가족에게서 나는 가족원들이 자신의 전공, 또는 경험, 기타 자신의 지식에 대해 떠드는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다, 어떤 문제가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않는다. 가족원들은 자신의 지식을 뽐낼 무대를 마련해주자 말문이 트인 듯 말을 서슴없이 내뱉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모르는 것도 모르는 것, 아는것도 모르는 것이라 나 자신을 속이며 바보를 연기했다. 내가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을 의아해할때 그들은 즐거운듯이 나를 바보라고 일컫으며 지식을 뽐냈다. 나도 아는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대화는 단절된다. 그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아랫사람에게 가르쳐줌으로서 자신을 좀 더 나은사람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경험많은 어른, 지식인, 상식인, 천재ᆢ내게 이야기를 들려줄때 그들은 나보다 나은 무엇이 된 듯한 느낌에 도취되었음에 틀림없다. 화목한 가정이 되었다. 대화는 내가 시작하지만 내가 빠지지 않는 이상 대화가 끊기는 일은 없다. 그런것도 모르냐? 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에는 묘한 희열이 담겨있다. 어리석은 중생에게 한 수 가르쳐주고자 친히 발걸음을 하는 그 무언가에 빙의된다. 이것에 큰 불만은 없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 바보인 내가 존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정이 회복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만큼, 그 세월동안 쌓인 편견은 사라지지 않을것이다. 당연한 상식도 모르고, 늘 모든것에 의문을 가지며, 무슨 말이든 처음 듣는다는 듯 바보같은 얼굴을 하는 내 모습은 가족원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을것이다. 실없는 소리를 하며 웃고, 진지한 생각은 하지않고, 늘 어딘가 모자라서 실수를 곧잘하는 바보로 날 기억할것이다. 바보로 사는것은 익숙하지만 자라면서 자존감을 좀먹었다. 집밖에서 날 바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가족원들만 나를 바보라고 하며 조롱한다. 나는 바보인가? 나는 바보다. 고3때는 나 자신을 바보라고 혼동했다. 부모님 말대로 난 멍청하니까 뭘하든 실패할것같았다. 나자신을 많이 싫어했다. 바보 배역을 현실과 혼동해서, 난 바보라고 그렇게 오열했다. 바보로 사는 일이 그때 처음으로 힘들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더이상 바보로 살고싶지않다. 당신이 아는 그것, 나도 다 아는것이다. 당신이 모르는것도 안다. 난 당신이 어려워하는걸 해낸다. 당신이 상상도 못할만큼 난 똑똑하다. 당신이 못하는걸 해낸다. 난 당신의 심리를 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안다. 당신이 무엇을 숨기는지 안다. 당신이 말하는것을 기억한다. 난 굉장히 똑똑하다. 아직까지는 입밖으로 낼 수 없지만, 언젠가 당당히 말하고싶다. 난 바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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