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힘든 사람이 많다는 걸 아니까 말을 못 하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고민]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나보다 힘든 사람이 많다는 걸 아니까 말을 못 하겠어요.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3년 전
안녕하세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올해로 고3 되는 학생입니다. 매일매일이 힘들어요.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24시간을 24분처럼 흘려보내고만 있어요. 잠을 자는 게 아니면 멍때리거나, 인강을 듣거나, 휴대폰을 하거나, 학원에 가요. 그리고 부모님과 매일같이 싸우고요. 그럴 때마다 지금 제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요. 너무 자괴감이 들고, 이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제가 뭔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혼나고, 그럴 때마다 지금 죽으면 엄마아빠가 마음 고쳐먹고 언니한테라도 잘 대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다 보니 목표가 생겼습니다. 몇 살에 죽더라도 꼭 누군가의 기념일에 죽기. 누군가는 행복해야 할 날을 저주하고 싶어졌습니다. 그게 생일이든, 설날이든, 크리스마스든 중요치 않아요. 모두가 행복한 날에 우리 가족만큼은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날 기억하며 슬퍼하고 눈물흘리고 괴로워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 거 아닌데 진심으로 그러길 바라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또 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고, 진짜 나쁜 새끼라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매일이 이 굴레의 연속이고요. 그러다 보면 너무 지칩니다. 매 시험마다 이래요. 시험 한 달 전부터 우울함과 예민함이 내 몸을 파고들어서, 시험 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점점 깊이 저를 갉아먹습니다. 점점 시험에 대한 의욕이 떨어져가요. 근데 이런 게 저만은 아닌 거잖아요. 이 앱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듯이, 저보다 힘든 사람은 세상에 차고 넘쳤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러는 게 너무 유난떠는 것 같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보다 힘든 사람은 많다는 사실을 아니까 그걸 주변에 이야기를 못 꺼내겠어요. 엄마한테 말하면 '네가 극복을 해야 한다, 너보다 힘든 사람 많다', 아빠한테 말하면 항상 말로만 '병원 한 번 가 보자. 언제 날 잡아서 가 보자', 언니한테 말하면 '네가 힘든 거면 나는 이미 죽고도 남았다, 그거 힘든 거 아니다'. 한 번 한 번의 대화가 모두 이 모양 이 꼴이니 저는 더이상 가족에게 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못 하겠습니다. 이미 제 '우울감'에 대한 반응이 저런데, 제가 뭘 더 기대하나요. 죽고 싶다고 솔직히 얘기해도 다들 한숨만 쉬고 맙니다. 정말 이 사람들 눈 앞에서 제가 죽기라도 해야 믿어줄까요? 자해라도 해야 그제서야 저를 좀 이해할까요? 자해나 자살 시도 생각을 아주 안해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자주 했어요. 하지만 피가 무서워서, 아픈 게 싫어서, 흉터 남는 게 싫어서 도저히 자해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입술을 뜯고, 이따금씩 책상에 머리를 박습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요. 입술에서 나는 피라도 있어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제는 가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아니면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 제 친구들 중 한 명이 이미 우울증 환자입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우울이 옮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친구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그 친구는 자기만의 사정이 있는데, 걔한테서 우울이 옮았다고 해서 그 친구를 탓할 순 없잖아요. 하지만 부모님은 항상 그 아이 잘못이라고 해요. 정말 미칠 것 같아요. 그 아이는 제게 원동력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걔 고민을 들어주고, 걔는 제 고민을 들어줬으니까요. (물론,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제 쪽이 항상 피해를 보는 쪽이긴 했습니다. 지금은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요.) 다른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해보자 하면 평소 교류가 많지 않던 친구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자 하면 그 친구는 이미 제게 대놓고 '고민 이야기는 좋지만 죽음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어쩌면 제가 또 다른 친구를 갉아먹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이 말을 듣고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아, 쟤가 날 여태까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제 속마음을 똑바로 털어놓을 곳이 없습니다. 다른 친한 친구들도 다들 반응이 똑같아서요. 저는 모두에게 항상 이런 식이었나 봐요. 이런 상황이 이어지니 제가 비정상인 것 같고, 괜히 제가 죄책감이 듭니다. 머리로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그걸 알고 있는데도 마음이 머리를 따라주지 않아요.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과는 내용이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제목이니까요. 읽으시는 분이 계실 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읽으신다면 항상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눈이 많이 왔더라고요. 다들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짜증나힘들다의욕없음속상해답답해불안불면우울해충동_폭력공허해외로워무기력해스트레스받아스트레스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1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WatchingMe
· 3년 전
안녕~ 요즘 날이 완전 하얀하얀 하지 이렇게 익명으로 글쓴것부터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고 생각해 정말 멋있어 나는 내 얘기를 잘 하지 못 하거든 남에게 기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고 내가 힘든게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게임으로 잊어보려고 잠으로 도망치기도 해봤는데 결국 해결되는 건 없더라 그러다 우연히 이런 글을 봤어 "덕후는 죽지않아 다음화를 봐야 하거든" 진짜 별거 아닌 말인데 그 때부터 먼가 달라지기 시작하더라 다음주 웹툰이 궁금해서 두근두근 거리고 그거 하나로도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되었어 글쓴분이 좋아하는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만 보고 살아도 되 우리 같이 건강하게 오래 살자 우선 나는 원피스 완결까진 살아 낼 것 같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