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주 미웠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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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anyone123
·3년 전
나는 내가 아주 미웠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고 배려하려 하며 상처주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모든 순간, 나는 내가 미웠다. 내게 상처를 주는 사람 중에 가장 아픈 상처를 꽂는 사람은, 슬프게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가장 사랑하기에 그들을 향한 내 마음이 상처받기 쉬울 만큼 말랑말랑해져서였을까. 난 아무리 아파도 원망과 분노를 그들에게 부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아팠기 때문에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안에선 끊임없이 그들을 변호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힘들어서 그러셨겠지 그냥 홧김에 그러신 거지 잘 모르셨겠지 그 시대에 그 분은 더 심하게 당했겠지 그래도 날 사랑하시잖아 내가 조금만 더 잘하면 돼 나는 나를 버리고 있었다. 나만 참으면 모두가 행복해지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습성은 끝이 없어서, 그들의 요구는 과해지고 나는 삶이 힘들어졌다. 그리고 그 모든 분노는 갈길을 잃고 내 자신에게 쏟아져내렸다. 숨 쉬는 것이 역겹게 느껴져서 스스로 숨이 쉬어지지 않던 지난 토요일. 결국은 숨을 쉬던 내 자신이 한심하고 역겨워 내 손은 저절로 끈을 찾고 있었다. 내가 숨쉬는 것조차 용서하지 못할 만큼, 분노는 매섭게 쌓여 있었다. 내가 죽는 것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에게 내가 살해당하는 기분이었다. 살고 싶었다. 자극이 없는 곳으로 가면 나을까 해서 독립을 결심했다.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데 의사선생님이 날 말리셨다. 그러다 또 증상이 올라오는데 말려줄 사람이 없으면 정말 위험하다고, 풀리고 나서 독립하라고. 날 괴롭히는 게 내 자신인 이상 어디로 가도 도망갈 순 없다고. 그 말이 너무나 괴롭고 무서웠지만 결국 인정했다. 난 내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어젯밤 내 자신을 붙들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사과를 되뇌었다. 너보고만 참으라고 해서 미안해 나만은 너를 알아줬어야 하는데 무시해서 미안해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살게 해서 미안해 너에게만 모질게 굴어서 미안해 내가 미안해 내가 망가지게 둬서 미안해. 싸우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오늘 나는 느닷없이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오빠에게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했다. 나 살고 싶다고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려서 내가 이렇게 아파졌다고 그런데 사실은 나 과거의 그 일들이 너무 아팠고 그게 오늘의 날 이렇게 만들었으니 사과받고 싶다고 그래야 내가 살고 싶을 것 같다고. 이런 얘기 해줘서 고맙다고, 정말 네 맘 모르고 그런 말해서 미안하다고 의외로 말씀해주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달리 오빠는 짜증을 냈지만 그래도 잘 풀었다. 그랬더니 속이 훨씬 시원해졌다. 남은 사람 세 명이 있는데, 아빠와 고모 그리고 고모부다. 아마 정말 엄청나게 싸울지도 모른다. 아빠는 무척 속상해하실 것이고... 내가 또 내 스스로 속상하고 자책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10년 이상 연락 없던 고모와 고모부에게 느닷없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정말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중요한건 내가 나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내가. 가장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나는 정말 힘들어도 최선을 다했고 성과를 보이든 보이지 않든 살아남았다. 하지만 난 90점을 맞으면 100점이 못 된다고 슬퍼했고, 완벽하지 못하면 날 미워했다. 끊임없이 늘어나는 그들의 욕구에 나를 맞추며 그걸 만족시키지 못하는 나를 미워했다. 하지만 이제 알겠다. 나를 가장 미워한 이유는 내가 만족시키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원망하면서도 말하지 못하고 내게 돌리는 그게 미워서였다. 그 미움받기 두려워하는 비겁함이. 나를 위해 싸우지 않고 날 포기하는 미련함이. 사실 내 자신에게 제일 사과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나는 이제 내 자신을 위해서 살 것이다. 남의 입의 혀로, 내키는 꼭두각시로 살 것이 아니라 나라는 한 사람으로 살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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