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요..
작년 한 해가 지옥이었어요. 빚문제로 부모님이 몇달을 내리 싸우고 엄마가 일방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했어요. 수도 없이 말려오던 날 중 하나에 아빠한테 칼로 위협을 받았고 경찰을 부르고 20살이란 나이에 모아둔 돈 하나 없이 대출을 받아 집을 나왔어요. 가족이라는 지지대를 잃어서 힘들었어요. 20살이란 경제능력도 없는 애매한 성인은 보호받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냥 그 때 상황이 힘들었어요. 경찰에 아빠가 날 죽이려고 한다는 말부터 경찰이 와서도 가정폭력은 내가 고소하고 물고 늘어지지 않는 이상 상담이나 정신 관련 치료 외엔 처벌은 어렵다는 것, 그리고 내가 두려움에 엉엉 우는 상황에서 조부모님과 엄마의 쪽팔리다는 말이 제게 큰 상처가 되었어요. 그렇게 집을 나오고 친구들 덕분에 그나마 버텨가는 일상을 보냈어요. 그치만 혼자 집에 남는 시간이면 너무 외롭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을 보며 내 처지를 비관하고 왜 나만 이런 힘든 일을 겪어야 하나 많이 울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나가 친구를 만나고 웃고 받아주고.. 그 순간은 즐거웠지만 혼자 집오는 버스안이나 아무도 없는 집안에 들어서면 즐거웠던 감정도 식고 오히려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고.. 경찰서나 법원을 다녀왔을땐 며칠이 지옥이었어요. 집에 오는 택시 안, 버스 안에서 마스크가 눈물과 콧물로 흠뻑 젖을때까지 울었어요. 며칠동안 집에서 울고 소리를 지르고 죽고 싶다는 생각에 젖었고 내 손으로 죽는건 무서워서 누군가 집문을 열고 들어와 내 목을 졸라 죽이는 상상을 했어요. 엄마 말대로 독한 구석이 있는지 이런 생각을 한 뒤에 더 독하게 마음을 먹었어요. 죽지 않을거라고, 더 잘 사는 모습을 보일거라고.. 근데 새해로 넘어오던 날 오랫동안 나에게 남아있던 친구라는 지지대도 잃었어요. 친구들을 원망하는건 아니에요. 서로 입장이 꼬여 싸운 상황이었으니까.. 근데 저는 이미 많이 힘들었는지 덤덤히 넘겨지지가 않아요. 제가 감정적으로 힘들고 지쳐있고 버겁다는거 알았지만 나름 잘 버티고 해소하려 노력하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는지 친구와의 틀어짐을 기점으로 상황이 최악이에요.. 이미 가족 문제로 쌓일때로 쌓인 감정과 스트레스로 생긴 제 감정기복과 우울감, 비관적인 생각들에 친구 문제까지 겹쳐 지금은 밤만 되면 극심한 외로움과 우울감에 잠도 잘 못자고 잠에 들어도 자주 깨고 꿈도 자주 꾸고 외로움과 우울감을 제가 인지하는 순간 헛구역질이 나와요..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아는데 병인지 그냥 감정기복으로 인해 오는 잠깐의 고통인지 분간이 안가요. 힘든데 죽고 싶은데 또 친구를 만나고 내가 무언가 집중해서 할땐 괜찮고 혼자 있는 밤시간이면 고통스러워요. 내가 말라가는 기분이 들고 누구보다 날 잘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어요. 난 괜찮은 것 같은데 괜찮지가 않아요.. 나름 대로 책도 읽고 내 감정을 글로 풀어써보고 재밌는 것도 보고 바깥에 나가서 장도 보고.. 이젠 의미가 없게 느껴져요. 할때 잠시동안은 즐겁고 우울감을 잊지만 모든걸 끝내고 쉴때면 다시 우울해져요. 정신과든 상담소든 가보고 싶지만 금전적인 부분도 너무 부담스럽고 내 스스로가 약을 먹을 정도로 아픈건지 그냥 감정기복으로 인한 순간의 감정인건지.. 상담을 받아도 내가 이 상처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요. 이겨내지 못하니까 죽어야 끝나니까 죽고 싶지 않아서 버텼는데 친구도 가족도 안남은 지금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어요.. 내 울타리 안은 텅 비었고 난 그 안을 채워넣을 힘도, 울타리를 보수할 여건도 없어요.. 버티고 싶어요. 근데 너무 버거워요. 엄마를 도우려다 아빠에게 칼을 맞을 뻔했던 것도 경찰을 부르고 엄마에게 쪽팔리다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갈등 속에서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인성부터 정까지 꺼내며 나에게 더이상 해결할 의지를 잃게한 친구들의 카톡도.. 모르겠어요. 내가 문제인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요. 그치만 살고 싶어요. 다시 한번 일어서고 싶어요. 나약한 제가 싫어요. 다시 버티고 싶어요... 저는 어떡하죠? 당장 알바하고 먹고 힘든거 티내기 싫어 더 치장하고 다른 친구들 앞에서 웃으며 말하고 웃음을 주고.. 멀쩡한 척 지내지만 어디부터 잘못된건지 속이 썩어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