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는 중에, 남편분께서 큰 버팀목이 되어주셨네요. 남편께 많이 의지하면서, 남편 앞에서는 모든걸 털어놓고, 위로받으셨던거 같아요. 오래 함께 지내면서 사랑으로 함께 했지만, 남편분께서도 마음이 힘들어지셨나 봅니다. 마카님은 그런 남편을 보며 남편의 건강에 대한 걱정뿐 아니라, 이 사람만은 잃고 싶지 않다는 걱정, 이 사람 없이 내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걱정 등을 느끼고 계시네요.

남편께서 마카님 곁을 오랫동안 지키며 이야기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주셔서 마카님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거 같아요.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남편 또한 삶에 치이고, 힘든 일이 있으셨을테고, 이야기 할 상대가 필요하셨을거에요. 싸움이 있었어도 마카님께서 '변하겠다'고 말하면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엔 좀 다른 모양인가봐요. 남편께서는 어쩌면 지금까지는 '이번에만 넘어가면 괜찮아지겠지, 내가 들어주면 나아지겠지, 내가 기댈곳이 되어주면 좋아질거야' 하는 생각을 갖고 계시다가 어느 순간, '이게 계속 반복되겠구나, 항상 이런 패턴이겠구나' 하고 회의적인 마음이 되신게 아닌가 싶어요. 또한, 나만을 의지하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는것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져 버거울 수도 있어 보입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하고, 걱정하고, 챙겨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입니다. 사실 내 몸뚱이 하나 간수하며 사는것도 벅찰 때가 많잖아요. 남편께서 '이제 못견디겠다' 하시는건 어쩌면 '이제 나를 챙기겠다, 나를 위해 살겠다'는 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카님, 오랜기간 우울증 증상과 함께 하시면서 정말 하루하루 힘드셨을거에요. 이 과정에서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것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지금까지 정말 잘 버티셨어요. 그런데 우울증상이 지속될수록 본인이 힘든것 뿐 아니라, 주변사람까지 힘들게 된다면, 그리고 그게 마카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정말 뭔가 바꿔야 할 때인지도 몰라요. 더군다나 이렇게 도움을 구하는 글을 쓰셨다는 건, 마카님 마음속에서 이미 변화에 대한 의지가 꿈틀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아요. 이 작은 꿈틀거리는 마음이 긍정적인 변화로 까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마카님의 모습을 보며 남편분 또한 힘을 얻으실 수 있을거에요. 마카님이 힘을 내 일어난다면, 남편분이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도 있고요.

오랫동안 우울증상을 가지고 생활해오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해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상담장면에서는 상담자가 내담자가 상호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대화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내담자는 우울증상 완화, 원인 분석, 또 대처방안 등을 상담자와 함께 찾아내고, 일상에 적용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와는 조금 다른 것으로, 상담시간 전체가 내담자를 위한 시간이 되기 때문에 오롯이 내담자만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답니다. 약물치료 또한 심리상담과 병행하면 만성 우울증상 완화와 더불어 평온한 일상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우리 두 다리는 땅에 굳건히 뿌리 내린 채로 손을 잡고 기댈 수 있어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결국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건, 우리 스스로니까요. 마카님 스스로를 위해서 어떤 변화를 시작하는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남편을 위해서라도, 남편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 계속 싸워주세요. 마카님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분과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신다면, 이 시기도 지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강해질 마카님과 남편분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