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를 꺼낼수록 서로 상처만 줘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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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를 꺼낼수록 서로 상처만 줘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ellyschu
·4년 전
저는 3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가 있어요. 둘다 30대 중후반이고요. 작년쯤에 결혼이야기를 꺼낸적이 있는데 아직은 준비가 안됐고 힘들것 같다고 해서 속상했지만 말다툼 정도로 끝냈어요. 올해 주변 지인들이 많이 결혼했어요. 부러운 마음이 들면서 기분이 울적하더라고요. 각자 따로 살기 때문에 집데이트가 어렵고 코로나로 활동에 제한이 생기니까 빨리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또 했는데 당장이라도 결혼은 하고 싶은데 경제적 상황(돈) 으로 못하는거다. 지금하는 일에 집중해서 돈을 모으고 내년에는 하자 남자친구는 프리랜서라서 일정한 수입이 없어요. 저는 그럼 너의 경제적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했더니 (이게 싸움의 발단인것 같아요.) 얼마나 모았는지 공개를 못하겠대요. 돈이 없으면 헤어지려는거냐. 돈많은 남자친구가 필요한거냐 자기를 사랑해서가 아니고 당장 결혼이 하고싶은거냐.. 언성이 높아지고 더 싸우게 되니 서로 감정이 격해져 상처주는 말만 하게 됩니다. 자기가 하찮은 사람으로 느껴진대요. 능력이 없으니 헤어지자는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하는거냐부터 돈도 없는게 꺼지라는거냐는 둥..이런 자기비하적인 말까지 해서 놀라고 속상하고 답답하고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이 듭니다. 사실 많이 모았을꺼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거부감이 심한 반응일지 몰랐고요. 저는 앞으로 계획을 좀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서 진행하고 싶었던 마음이였는데 남자친구는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년에 결혼하기로 했고 준비가 되면 당당하게 오픈을 하겠으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입니다. 저는 준비가 된다는게 언제인지 알 수 없고, 마치 희망고문같이 느껴져요. 기다려달라는 말을 믿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코로나때문에 우울감도 좀 있는데 제 마음이 컨***이 안되고 이 상황이 남자친구 탓인거 같고 밉고 화풀이를 하게 됩니다. 저도 이런 제모습이 너무 싫어요. 불안한 경제상황을 직면하니 속물같게도 걱정이 되는것도 사실입니다. 저에게 조언을 주세요
혼란스러워불안해답답해걱정돼우울해괴로워스트레스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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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sh
· 4년 전
안녕하세요? 세심하게 글 잘 읽었습니다. 우선, 나는 조언할 정도의 사람은 아닙니다. 님이 처해있는 상황을 겪어본 적도 없습니다. 단지, 글을 읽고 웬지 모를 깊은 공감을 느껴 조심스레 몇 마디 적습니다. 잠깐 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나는 남자 입니다. 그리고 이십 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져있는 걸 느낍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내가 어느 순간 피하게 됩니다. 자격지심 또는 스스로 두꺼운 벽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지요.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었을 때, 남자와 여자의 성격 본성은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누가 더 우월하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 분께 동질감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같은 남자라서라기보다는, 나라는 '인간'의 성격적인 부분에서요. 남자친구 분도 스스로 벽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나처럼. 아마도. 물론 두 분의 관계니 두 분께서 해결해야할 문제 입니다.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존중을 전제로 깊은 대화'를 해야 된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서로가 낮은 자세로 '경청'으로 시작해야 된다는 겁니다. 서로가. 그러니까 상황의 문제를 말로 해결하는 게 아닌, 따듯한 시선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는데, 진심으로 두 분의 관계가 회복되길 소망합니다. 끝으로, 내가 사랑하는 '류시화 잠언 시집' 중, <아파치족 인디언들의 결혼 축시>의 글 입니다.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우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듯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에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에 들어가라 이 대지 위해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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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yschu (글쓴이)
· 4년 전
@fiash 지금까지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남자친구의 마음을 공감도 못해줬던 것 같아요. 따뜻한 위로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