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해서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 양 브로의 정신세계를 보다 이 통로를 알게되어 사연 보냅니다...
사실 제목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정말 황당한 고민이라고 생각이 드실텐데요... 저도 제가 특히 왜 이 문제에 대해서 유독 민감한지 모르겠습니다.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지구 환경 파괴'에 대해 제가 지나치게 두려움을 느낀다는 건데요, 사소하게는 텀블러를 잊고 나와서 플라스틱 잔에 커피를 먹게 되면 드는 죄의식부터 시작해서 심할 때는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39도가 넘은 폭염에도 에어컨을 절대 틀지 못하는 경우까지 다양합니다. 단순히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져서가 아니라 그게 지구 온난화로 이어지는 걸 상상하면 너무 견딜 수가 없어요... 2년 전에 살았던 오피스텔이 대로변에 있었는데 차도 소리에도 똑같은 감정을 느껴서 밤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차들의 매연이 오존층을 얇게 만들고 그래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고 여름은 더 더워질 거고 그럼 사람들은 에어컨을 더 많이 틀 거고 또 악순환이 반복될 것을 생각하니 매일 밤 미칠 것 같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름에 대형가게들이 호객행위를 위해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문을 열어 놓은 걸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합니다. 직원들이 보든 말든 가던 길을 맘추고 제 손으로 문을 닫고 지나가야 마음이 놓여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딱히 정의감 자체가 원래 큰 편인 것도 아닙니다. 학창시절의 저는 다른 친구들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애들보다 양치할 때 물을 틀어놓고 하는 애들이 더 싫었던 걸 보면요.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소리는 칠판 긁는 소리도, 비명 소리도 아닌 수돗물이 안 잠긴 채로 줄줄 새는 소리입니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생각해봤는데 딱히 이렇다고 할 단서가 떠오르질 않습니다. 부모님께서 어렸을 때 지구환경에 대해서 유달리 강조하신 것도 아니고, 자원을 아껴쓰지 않았다고 혼난 적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좋다면 뭐든지 넘칠 정도로 다 쓰게 해주시는 분들이었거든요. 다만 한 가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초등학생때 티비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울었던 게 기억이 나긴 합니다. 그 다큐가 제가 알기로는 개발로 인해 아마존에 살던 부족들이 살 자리가 없어진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저한테는 지구환경이 파괴되는 게 크게 다가왔던 모양이에요. 그것 말고는 지구환경이라는 키워드가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만 한 단서가 없는데 왜 이토록 괴로*** 모르겠어요.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치는 게 너무 무서워서 환경 관련 뉴스도 제대로 못 보는 실정입니다. 지구 평균온도가 몇 도 상승했고, 남극에 빙하가 얼만큼 사라졌는지 같은 내용들은 저한테 홀로코스트와 같은 게 되어버렸어요...
앞으로 제가 직업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환경관련 단체에 기부도 많이 하고 궁극적으로는 환경 관련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으로 목표를 가지고 당장 느껴지는 죄책감들을 덜어 내고 있는데... 그런 건설적인 방법은 당장의 에어컨 소리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주지는 못하더라구요.
선생님 저도 남들처럼 생각없이 에어컨 틀면 좋아하고 일회용품 쓰면서 편리하게 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