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하는 아버지의 사과 아닌 사과.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나름 행복하게 큰 여자 청소년입니다. 처음은 중1이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와 대화하다가 통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감정이 격해지면서 말싸움이 되고, 그게 폭력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던건요. 문제는 항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제가 고입 실패를 하면서 제일 심해졌으며 그때는 술에 취하지 않아도 폭력을 휘두르셨고, 점점 발화점이 낮아졌으며, 정도도 심해졌어요. 항상 이성이 남은건지 멍이 들게한다던가 진짜로 몸에 어떤 자국이 남을 정도로 심한 폭력은 아니고 밀치고, 고함에 폭언. 정말 한번은 발로 밟고 물건 던지고 그러는 정도였어요. 사랑하는 딸이라서일까요 아니면 여린 마음이 있기 때문일까요. 알 수 없지만요. 그러다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폭력보다는 가벼운 폭언으로 수위가 낮아졌고 어머니와의 여러 대화와 갈등 끝에 최근 몇 개월 들어 안정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그동안 폭력은 제게만 쓰셨지만 아버지의 폭언은 아들을 제외한 모든 가족에게 향했던 것 같습니다.)(두분이 부부싸움을 할때는 어머니께 폭언과 주변에 물건 던지는 정도였고 그 다음날 아침엔 항상 대화를 통해 몇일간 냉전하고, 참고 넘어가는 식이었어요...) 물론 저도 고분하게 넘어가지 않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끝까지 저항하거나 대들고, 사과를 간간히 요구했었고요. 제가 사과를 요구하거나 화해를 요청할 때마다 회피하시거나 뻔뻔하게 나오시면서 제게 사과 하시지 않으셨지만 이번 생일에 제가 해달라고 한 요구들을 들어주시면서 지난 일들에 대해 모두 털고 가기로 저도 마음을 다잡았어요. 미안하다는 말 없이, 그냥 그렇게 화목한 가정인 척 하는 그 모습으로 진짜로 넘어가려고요. 그런데 오늘 별 거 아닌 일이 번져서 아들이 아버지에게 대들게 됐고 아버지에게 힘을 써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동생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금방 제압당하고, 짧게 맞았고 아마 가족들 중 저 다음으로 아버지의 물리적인 폭력에 첫 피해자가 된 것 같아요. 요 몇 달 잠잠해졌던 우리가족의 분위기가 처음으로 험악해졌습니다. 저는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버티고 차라리 맞아도 절대 말 안듣는 편인데 동생은 고분고분 말을 듣고 금방 끝냈기 때문인지 아들이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가 방금 모든 가족을 모아놓고 가볍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아들에게만요. 때려서 미안하다. 하시는데... 처음엔 말리다가 이젠 말리지도 않고 폭력이 끝나고나서야 아버지에게 몇마디 하는 어머닌 착잡하신 듯 하지만 저는... 저도 혼란스러웠습니다. 저 사과에 그동안 제가 응어리진 가정사를 풀려고 애써온 노력들이 합쳐져있는건지 아버지만의 오롯한 변덕인건지. 나도 사과를 요구해서 짚고 넘어갈 수 있는건지 아니면 이러한 가정사 남들도 하나쯤 가지고 있는건데... (고등학교 들어 처음으로 제 약점이라 생각하는 이러한 가정사에 대해 털어놓은 친구도 비슷한 상황이라는걸 알았고 대한민국에서 꽤나, 제 생각보다 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제가 잘못 내린 결론일까요?) 가볍게 남들처럼 참고 넘어가야하는건지 궁금합니다. 용서를 할 순 있는건지 알 수도 없는 저지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어떤 방식으로 저희집 가정사를 바라봐야 제 마음이 완전히 홀가분해질 수 있을까요? 전문상담사의 조언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