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하는 삶은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불안|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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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하는 삶은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lalaland000
·3년 전
제 인생은 극복 그 자체에요. 아버지는 희귀병으로 50대 중반에 돌아가셨어요. 저와 제 형제도 그 희귀병을 물려 받게 되었고요. 초등학교 때 저는 한 달 동안 같은 상의를 입고 등교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그 흔한 외투도 없었고, 어떤 친구가 제게 왜 맨날 그 옷만 입냐 물어왔었습니다. 매일 비빔밥을 먹었고, 제대로 먹지 못해 상당히 저체중이었어요. 아버지는 살아 생전 제 강아지의 가죽을 가위로 잘랐고 저는 그걸 목격했어요. 그리고 제 아버지는 제 어머니를 폭행하셨어요. 저는 이 환경 속에서 쪽팔리지 않기 위해, 바른 아이가 되기 위해 엄청 노력했어요. 그냥 나처럼 힘든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왕따 당하는 아이를 정말 많이 감싸줬고, 소외되는 친구를 강박적으로 챙겼어요. 중학교 때 처음 희귀병 발병했어요. 몸이 안 좋아지는 시기에 매일 가위에 눌렸습니다. 잠과의 싸움, 체력간의 싸움이었어요. 억지로 극복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성경책도 읽어보고, 매일 새벽예배도 나가보고, 9시에 꼬박꼬박 자보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그냥 저는 하루의 반을 매일 가위에 눌렸어요. 고등학교는 병으로 인해 자퇴하게 되었어요. 병을 숨기고 학교를 다녔는데, 아이들에게 알려졌고 저는 그냥 자연스레 소외되었어요.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겨 불안장애가 시작되었고, 성추행까지 당해 손등에 자해흔적이 있습니다. 깜깜한 암흑에 갇혀있는 기분이었어요. 아무도 절 돌봐주지 않았고, 힘들 땐 어떻게 하라는 조언자도,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도 극복하고 싶어서 혼자 정신과도 찾아 다녔고, 무료상담센터를 알아보며 탈출구를 애타게 찾았습니다. 안 해본 알바도 없어요. 말 그대로 살기 위해 벌었습니다. 집에 있는 소파, 침대, 화장대, 행거, 거실장 모두 제가 사놓았어요. 저도 집같은 집, 최소한의 규칙이 있는집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그 해에 저는 소위 말해 명문대에 진학했습니다. 이 과정도 엄청 힘들었어요. 대학교에 들어가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더군요. 그리고 정말 많은 것들이 있더군요. 그리고 더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요. 저도 가져야 되겠다 싶었어요. 항상 저를 극한으로 몰아 아둥바둥 극복해왔으니까요. 대학을 다니며 돈을 모아 어학연수도 갔다 왔고. 옷도 잘 입고 싶어서 엄청 신경썼어요. 건강도 극복하려고 제 방에는 다양한 영양제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제 스펙은 말도 못 하게 변해있었어요. 스타트업도 운영해봤고, 제 이름으로 작곡도 했어요. 닥치는대로 배우고 집착적으로 이것 저것 다 건드렸어요. 그리고 마침내 제가 정식 수입이 생겨 기초생활수급자라는 타이틀을 벗게 되었는데. 이제는 제 체력이, 멘탈이 정상적인 회사생활을 불가하게 만들어요. 좋은 동료와 좋은 조건, 명예 다 포기하고 무작정 퇴사를 해버렸어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에도 전혀 재취업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 성격. 외모. 재력. 능력. 다 갖춘 남자친구도 차버렸어요. 아무 이유없이 그 사람 옆에 서있으면 내가 하찮게 느껴지고, 내가 갖지 못한 그 사람의 풍족함이 절 힘들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수 년을 사귄 사람을 버렸습니다. 죄책감과 고마움에 힘들어요. 그리고 저는 그냥 모은 돈으로 잘 자고 잘 먹는 것에 집중하고, 제 중학교 때 꿈이었던 일을 취미 삼아 배우고 있어요. 이 일을 다시 해볼까 생각도 해요. 그리고 정말 거의 15년 만에 처음으로 악몽을 꾸지 않고 자요. 다 포기해버리기전까지는 제 방에 있는 넓은 창문을 볼 때마다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아요. 이 무념무상의 상태가 너무 행복합니다. 그런데 혹시 이게 자살하는 사람들의 징후일까봐 조금 두려워요. 너무 많은 것들을 너무 손쉽게 포기하고 정리하고 있어요. 이건 그저 진짜 행복하기 위한 휴식단계일까요? 아니면 저 위험한 상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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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apis
· 3년 전
여태까지 본인의 노력 고생이 쌓여서 쉬고싶은거같아요 그리고 누가 평생 고생만 하고싶겠어요 돈도 모아놔서 가난에 시달리는것도 아니며 10년넘게 괴롭히던 악몽에서도 해방됐고 뛰어내리고싶은 생각도 없는데다가 여태까지 열심히 달려왔고 힘든 상황에서 바른사람으로 자란 대단한 인간이니까요 속으로 나 엄청 열심히 한거같아 조금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 이런식으로 자기자신한테 계속 칭찬하면서 행복을 비축해두는게 좋을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