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은데 이유를 자꾸 만들어요
처음에는 고1때 반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부터였어요.
고2때는 괜찮다가, 고3때는 또 대입을 준비하다보니 죽고싶어지더라고요.
집도 가난하지, 성적도 별로지, 정서적 지지체계도 없지... 제가 스무살이 되어 살아있을 줄은 몰랐죠.
대1이 되어서 학교에 겨우 적응을 했어요.
대2와 대3도 꾸역꾸역 버텼죠. 전액장학을 유지해야지만 생활비도 따라오고, 앞으로의 인생이 편해지니까요.
올해 대4가 되었어요. 취업을 해서 졸업 후 취업예정이 되어있고, 막학기라 더이상 유지할 전액장학도 없네요.
일부 사람들은 제가 부럽다고, 편하게 살았다는데 저는 딱히 동의는 못하겠네요.
어릴 적부터 주양육자 계속 바뀌고, 어른들이 싸우고, 스무살 이상 많은 삼촌한테 시기질투받고 쳐맞고, 돈때문에 학교 선생님한테 거짓말하라고 조부모가 강요하고, 왕따당하고, 학원 한 번 못 다니고...
이런 삶을 살다가 대학생이 되어서 부모에게 '당신은 내 청소년기에 조부모에게 내 양육을 전적으로 위임하고, 타지에서 산 잘못이 있으니 책임을 지고 그것을 경제적 지원으로써 배상하라'고 말해서 얻어낸 편함이 무슨 가치가 있나요?
인간이해가 중요한 학문을 대학에서 전공하였는데, 저는 제가 괜찮은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차라리 나중에 사회인이 되고, 부모같은 것이 되어서 책임질 것이 생기기 전에 죽는 게 저한테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