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제 입장을 다 이해하고 있을거라고 망상에 빠지게 되어요
안녕하세요
25살 학생입니다
제 고민은 제가 자꾸 남들과 갈등상황에 부딪힐때 주변 사람들이 다 제 편이겠지, 내 입장을 생각하면 다 날 옹호해주겠지 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싸우고 나면 자꾸 못한 말들이 생각나고 계속 열받는데 그 싸움을 목격했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제 입장에 대해 이해하고 절 옹호해줄거라고 자꾸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전에 고등학생때 정말 크게 싸워서 반 친구들 다 나가고 저랑 싸운 친구만 남아서 설전을 벌였거든요(설전이라도 하기 그런게 그 친구가 엄청 화나면 제어를 못하는편이라 엄청 소리질렀어서 저는 거의 일방적으로 혼나는 식이었어요) 그걸 같은 반 친구들이 다 보고있었어요 눈치보면서 반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었구요
그러고 저는 너무 쪽팔려서 어찌할바를 모르겠었는데 집에 와서 누우니까 '그래도 걔가 그렇게 소리지르고 성질부리는걸 봤는데 반 애들은 내가 불쌍하다 느끼지 않았을까? 내가 ㅇㅇ이라고 얘기했는데 이걸 들었으면 걔편을 들기보단 내 억울함을 잘 알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꾸 합리화했어요 반친구들도 내 편을 분명 들어줄거야 하면서요
결과적으론 그냥 둘 다 시간 흐르고 그 친구랑 화해하긴했지만 전 거의 혼자 다녔구요 (싸운 것과 별개로 제가 그 당시에 너무 힘들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없을 때라 그냥 학교에서 친구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 고역스러웠어요)
또 이번에 첫째언니가 있는 상황에서 둘째언니랑 정말 크게 싸웠어요
첫째언니가 저희를 말렸는데 둘째는 ㅇㅇ한거 잘못했고 너는 ㅇㅇ한거 잘못했다 하더라구요 저는 너무 억울해서 내가 왜 화났는지 다 얘기했는데 결국 너도 참아야하는 일이었다고 둘째는 꺼내지도 않은 얘기로 둘째 입장을 대변해서 얘기하며 자꾸 나무랐고 너무 억울해서 3-4시간을 울었어요
그리고 형부랑 언니는 그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여행가는 날이라 말리고 나서 바로 나갔거든요
근데 3-4시간 우는 동안 싸우는걸 곱씹다보니 너무 억울하고 원인 제공은 둘째언니가 다한 것같은데 말리다가 절 나무랐던 첫째언니가 너무 밉고 그러더라구요..
'첫째언니는 분명 형부랑 얘기할텐데, 형부랑 엄청 친한 친구랑 여행가는거라 거기서 친구들이랑 이 얘기 할지도 몰라' 이런 생각이 팍 들었어요
그 순간부터 형부랑 언니가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을 했고 막 형부랑 언니가 둘이 너무 어른스럽지 못하다 뭐라뭐라할 것같은거에요 머릿속엔 이미 그 상황들로 가득 찼어요
언니가 이번 일에 대해 친구들이랑 얘길 할 가능성이 높은데(2박 3일 여행에 엄청 친한 친구들이라) 하게 된다면 '오늘 ~~해서 ~~한 일이 있었는데 진짜 너무 웃기지 않냐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할 것같은데 친구들 반응은 어떨지 막 상상하게 돼요
근데 그 친구들은 '근데 이 상황이면 막내가 화나고 짜증날 상황인 것 맞지 않냐 그리고 중간에 끼어들어서 둘째편 들어준거나 다름없다' 등등 이런 말을 저 대신 했을거라고 막 자기합리화를 해요 저 대신 언니에게 쏘아붙여줬음 좋겠다 싶었고 상황 자체가 내가 억울할 상황이니까 분명 그렇게 얘기했지 않을까? 생각하고.......
결국은 내 머릿속 상상이고 그 친구들은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인데 ㅠ
막상 상황을 만들어내는 망상을 하면 제가 망상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를 못해요 내 입장을 생각해주는 인물을 하나 만들어서(예시처럼 반친구들, 언니부부 친구들) 막 남들도 이렇게 생각할거야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해요
이게 진짜 어릴때부터 너무 심했는데 최근에서야 아게 나만 그런거고 문제라는걸 깨달았어요
멈추려고 해도 이미 머리에 화가나고 그 상황을 다시 몰입하면 제 3자는 내 편을 들어주겠지 내 입장에 대해 얘기해주겠지 하는 망상으로 들어가요 인지도 못해요.. 요즘은 갑자기 이건 너무 비현실적이야 하고 딱 깨고 나오려는 연습을 하는데 이게 너무 오랜 습성이라 인지도 못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이것때문에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 못하고 어린애처럼 남들은 날 이해해줄거야 내가 잘못한게 아니란걸 다 알아줄거야 하는 태도로 있고 수동적으로 있어요
이런 상황이 갈등상황마다 자꾸 있어서 갈등해결이 잘 안되는 것같아요 결국 정치질 당하는 일들도 진짜 많구요 사실 돌이켜보면 당연한거죠 수동적으로 남들이 다 이해하고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결국 말 하지 않으면 남들은 모를텐데
이런 망상은 어떻게해야 버릴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갈등해결 연습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