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언니를 싫어하고 싶지 않아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폭력|불면증]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친언니를 싫어하고 싶지 않아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a0void
·3년 전
딸 둘 집안의 둘째로 태어난 저는 소위 말하는 "안 아픈 손가락" 으로 자랐어요. 언니가 "아픈손가락" 이었거든요. 저희 언니는 지금은 아주 건강하지만 어릴때 큰 수술을 두번이나 받았어요. 성장기때는 건강에 문제는 없지만 몸집이 작고 많이 소심한 성격으로 자랐고요. 그래서 저희 부모님은 언니가 조금이라도 덜 먹거나 잔기침이라도 하면 크게 불안해하셨어요. 그에 비해 연년생으로 동생인 저는 몸집도 큰 편이고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부모님은 그런 제 기에 언니 자존감이 눌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크셨대요. 이건 성인이 되고나서 엄마한테 직접 들은 말이고요. 또 언니가 성격이 많이 여린 편이라 눈물이 많아요. 일부러 동정심을 얻기 위해서 일부러 눈물을 악의적으로 짜내는 영악한 성격은 절대로 아니고, 정말 툭 치면 눈물이 나오는 여린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서 언니랑 싸우면 언니는 매번 눈물을 펑펑 쏟았고 엄마는 제 잘못만이 아니라는걸 아셔도 일단 언니 앞에서는 동생이 언니 말을 잘 들어야지, 어디서 언니한테 대들어, 하고 저를 크게 혼내기도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어릴때부터 절대 눈물을 무기로 쓰지 않을거야, 라는 마음이 생겼고 유딩때 생긴 눈물을 참는 습관은 20대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부모님께서는 의도적으로 언니를 편애하거나 저를 덜 사랑하진 않으셨어요. 그저 언니가 첫째인 만큼 많이 서투르시고, 또 언니 건강이나 성격적으로나 손이 많이가는 유형이었을뿐이었죠. 어릴때는 제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만큼 성숙한 나이가 아니었고요. 후에 말씀하시기를, 두 화초를 똑같이 사랑해도 물과 영양분을 더 많이 필요로하는 꽃이 있고, 가끔씩 물만 줘도 혼자서 씩씩하게 잘 크는 선인장같은 아이가 있다고, 손이 덜가도 덜 사랑하는게 아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도 머리론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와닫지는 않는 표현이네요. 조금 더 크고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쯤, 저는 공부를 잘 하면 부모님이 좋아하신다는걸 깨달았어요. 쪽지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오고, 받아쓰기 만점을 받아오고, 구구단을 잘 외울때마다 칭찬을 받았어요. 그게 너무 좋아서 저는 공부를 더 열심히 했고 성적도 매번 잘 나왔어요. 그러다가 언니의 평균점수보다 제가 더 잘 나오게 되자 그 칭찬도 언니앞에선 절대 하시지 않았어요. 언니보다 동생이 더 잘하면 첫째로서 언니 마음에 열등감이 생길까봐요. 엄마는 제게 성적이 잘 나와도 언니 앞에서 절대 좋아하지 말라고 당부하셨고 저는 착한 아이여야했기에 제가 칭찬을 듣고싶어도 꾹 입을 닫고 있었죠. 언니가 밤에 일찍 자러 들어갔을때에야 100점을 받은 시험지를 아빠께 보여드리고,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주심에 만족하고 살았어요. 살면서 언니와 비교도 참 많이 당했네요. 언니는 얌전하고 예쁜데 둘째는 욕심이 많은가봐, 볼 퉁퉁한거 보면, 이런 말 정말 많이 들었고요. 둘이 싸우면 동생 때문일거야. 첫째가 저렇게 숫기 없는것봐, 하기도 하셨죠. 정작 다퉈도 항상 참고 양보하는 건 제 몫이었는데 말이죠. 가장 결정적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때였어요. 3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언니가 2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는데 학생들에게 심하게 폭력적이신 분이셨어요. 그때는 학교에서 체벌로 매를 드는게 합법적인 때라 머리, 등, 손 엉덩이 할거 없이 맞기도 정말 많이 맞고 폭언도 많이 들었어요. 그 와중에 학부모들 중 돈을 가져다 드린 집 아이들은 눈에 띄게 아끼셨고요. 그 선생님은 저를 매일같이 혼내실때 항상 반 전체 앞에 세워두고, 너희 언니는 안 그랬는데 너는 왜 그러냐, 하면서 뺨을 때리셨어요. 제가 잘못한건 수업시간에 연필을 떨어트린 죄밖에 없었는데. 아, 저희 부모님이 돈을 안 가져다드려서 그런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때릴데가 어디있다고. 그때부터였을까요 언니 옆에 서있는 제가 싫어진게. 악몽도 많이 꿨어요. 누군가 억울하게 저를 때리고, 내가 날 죽이고, 그런 꿈.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저 스스로를 얼마나 싫어했으면 그럼 꿈도 꿨을까 그것도 그 꼬마시절에, 라는 생각도 드네요. 근데 그렇게 악몽에서 바르작 깨도 어둠속에서 벌벌 떠는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어요. 이런 나쁜 생각을 가졌다고 말하면 혼날까봐. 사실 그때 울면서 엄마아빠한테 달려갔어도 안 혼났을텐데. 부모님은 날 그냥 안아주셨을텐데 그때는 제가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내가 조금이라도 약하거나 나쁜 모습을 보이면 크게 혼날거라고만 생각했어요. 학교에선 매일 그렇게 혼났으니까. 그때부터 불면증에 스트레스성 폭식을 했고 살도 많이 찌게되면서 외모 지적도 많이 들었고 또 그에 폭식을하게 되고. 끊임없는 악순환이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고치고 폭식도 덜하게 되면서 살도 많이 빠지긴 했어요. 언니는 부모님과 주변분들의 편애아닌 편애를 악용할만큼 못된 성격이 아니었어요. 자기가 편애받는다는걸 알아챌 만큼 눈치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언니는 지금도 정말 바보같이 착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저도 그런 언니를 미워하고 싶지 않은거고요. 다만 아주 어릴때부터 이 집안의 서열이 강하게 강조된 만큼 언니는 항상 저보다 윗사람이고 제가 아랫사람이라는 습관이 들어버렸죠. 언니와 저 사이에 의견차이가 있어도 제가 항상 양보해야했고 다른사람에게 받은 스트래스를 저한테 풀면 저는 받아줄 수밖에 없었죠. 어릴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쭉. 언니와 저는 참 달라요. 틀린게 아니라 다른거. 외모부터 성격, 취향 하나하나 다 달라요. 정말 척척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잘 안맞는 사람끼리도 잘 지낼 수 있잖아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조금씩 배려하면 잘 지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배려가 일방적이면 한 쪽은 점점 지치게 되고, 배려를 받고있는지도 모르는 쪽은 상대방이 어떤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지 인지도 못 하더라고요. 참 한결같이 눈치 없는 사람. 어릴때부터 가족들이 감싸주고, 보호해주고, 맞춰주니까 언니는 저희에게 잘해야겠다는 개념이 없어요. 짜증내고 화내고 울어도 가족이니까 다 받아주는게 언니한텐 당연하잖아요. 언니는 아마 자기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잘못된건지도 모를거에요. 한번도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거나 교정할 생각도 가지지 않았으니까요. 아픈 손가락의 특권이랄까요? 자라면서 언니와 부딛히지 않고, 부모님 말씀을 군소리 없이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애교 많은 막내딸로 착하게 살았어요. 부모님도 제게 모자란것 하나 없이 정말 잘 해주셨고요. 지금도 부모님께는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밖에 없어요. 제 자존감을 깎아 언니 자존감을 지켜준것도 제가 선택한 희생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것도 부모님께는 너무 죄송한 마음이에요.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저는 이 일에 대해서 제 가족 누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누구도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었으니까요. 책임을 누군가 져야한다면 그건 저 스스로 짊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미운 마음을 먹은건 다른사람이 심어준게 아니라 제가 한거니까요. 저는 제가 원하는 나름 명문대학에 붙었을때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요. 언니보다 좋은 대학이었고, 그래서 가족들 중에서는 같이 크게 기뻐해줄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제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부모님께 합격 통지서를 보여드렸을때 하신 말씀은, "잘했는데, 언니 앞에서 너무 좋아하지 마라" 였어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그때만큼은 새삼 서럽더라고요. 저는 학교와 본가가 왕복 3시간정도로 먼 편이라서 기숙사에 들어갔어요. 그렇게 혼자 지내다보니 너무 행복해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누군가의 눈치를 안봐도 되는게 이렇게 편한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말 십수년만에 처음으로 소리내서 엉엉 울었던 것 같아요. 내가 그 동안에 왜 그러고 살았을까. 언니가 없었으면 내가 더 행복하게 자랐을까. 기숙사에 2학기정도 있다가 본가로 돌아왔을때 언니의 습관성 하대와 제 습관성 눈치는 다시 시작되었고 언니를 다시 마주했을때 가족과의 재회에 반가운 마음보다 아, 또 시작이네, 라는 마음이 수배로 더 강했어요. 눈치 없이 헤헤 웃고있는걸 보니까 전에는 인지하지도 못했던 짜증과 답답함이 한꺼번에 밀려왔어요. 그때는 그 감정이 저 스스로도 너무 낮설고 무서워서 약간 멘붕이 왔어요. 그 때부터 날 위해서 하루빨리 독립을 해야지, 멀리 멀리 유학을 떠나버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알바하면서 돈도 모으면서 살고 있어요. 멀리 살다보면 언니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있어요. 그럼 결론 났네, 그냥 가끔씩만 보고 살면 되겠네,라고 생각 하실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이렇게 언니를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게 너무 죄책감이 많이 들어요. 언니를 미워하고 싶지 않아요. 언니는 눈치가 없을 뿐이지 이 세상 누구에게도 나쁜사람이 아니에요. 저만 빼고는. 겁 많고 여린 언니에게는 이 세상에 아랫사람이라곤 저 하나니까요. 제가 언니를 머리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라요. 여기까지 읽어주셨으면 너무 감사해요. 더 하고싶은 말도 많지만 너무 별것도 아닌일을 제가 너무 별거로 받아들이나 싶기도 해요. 조언도 받고 싶었지만 그냥 어디가서 못 털어놓을 말을 쏟아 낼 곳이 필요했어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생각이 좀 정리가 된 것 같아요. 부모님께 그리고 언니에게 절대 못 꺼낼 얘기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속상해강박부끄러워우울걱정돼불면괴로워트라우마섭식콤플렉스혼란스러워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7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nonoriri
· 3년 전
지금까지 잘지내오셨어요. 정말로 잘 성장하셨어요.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힘들었지만 어긋나지않고 지금까지 오기위해 고생도 하셨지만 잘했어요. 훌륭합니다. 존경스러워요. 지금까지 겪은 경험은 인생어디서든지 써먹을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줄수있어요. 그러한 기반을 스스로 만드신것을 기뻐하세요. 앞으로도 좋은일만 가득하실것입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
a0void (글쓴이)
· 3년 전
@nonoriri 위로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이 경험들이 유쾌하진 않지만 이 일들이 있었기에 더 단단한 제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a0void (글쓴이)
· 3년 전
@!68231a0e101ea754afe 아직 용기가 나진 않지만 이번 계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두 자녀분들 이야기를 듣고 공감 해주시는 따뜻한 어머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
hangjigirl
· 3년 전
아이고...쓰니님...지금까지 많이 고단하셨음을 긴글을 읽고 깨달았습니다...언니의 성격과 어릴때부터몸이 약했었던것 때문에 쓰니님은 희생하는 버릇이 어릴때부터 몸에 베신것같습니다....부모님의 사랑은 케이크라고들 하죠? 형제자매가 많을수록 자기가 받을 몫의 사랑은 줄어드니까요... 쓰니님이 아무도 탓하고 싶어하지 않는거 알지만 저는 조금 화가 나기도 하네요 선인장이 물을 조금만 줘도 잘자라니까 연약한 식물에게 더 관심을 많이 준다는 말은 저는 변명같다고 생각됩니다..그건 너무 합리화적인 말이라고 받아들여지네요..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자식이 어떻게 압니까? 결국은 표현해줘야 아는겁니다,..부모의 사랑이란 표현 할수록 더더 아는법입니다 표현안하는 사랑은 뜯어보지않은 선물상자와 같아요...언니가 열등감을 가질까봐 아예 쓰니님한테는 칭찬도 하지않으시고 계속 오냐오냐하는듯한 태도는 정말 속에서 열불이나는 느낌이네요,ㅠㅠ 쓰니님이 받아야했던 모든것들을 결국은 조금씩 언니분에게 나눠줬던 셈이니까요... 쓰니님이 화가나거나 슬퍼진다는건 절대 쓰니님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의 응어리들은 이제 다 풀고 쓰니님이 성인이시라면 언니분도 성인이시겠죠? 두분다 성인이니까 눈치보지말고 쓰니님이 하고 싶었던말이라던가 행동을 하셨으면 좋겠네요 과거의 일로 현재까지 쓰니님이 힘드시면 안되니까요...나머지 인생은 쓰니님을 위해서 사시길 바랄게요!지금까지 정말 마음고생 심하셨겠어요ㅠㅠ제댓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행복만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
a0void (글쓴이)
· 3년 전
@hangjigirl 이 댓글을 보고 제가 쓴 본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다시 읽어봤어요... 올리면서 누가 나 대신 화내줬으면 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었겠죠? 그 부분을 해소해주셔서 감사해요 :) 앞으로는 착하게 손해보면서 살지 않고 당당하고 바르게 살거에요.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이 얘기를 언니와 맥주 한잔에 허허 웃어넘길 수 있겠죠?
커피콩_레벨_아이콘
jyh1209
· 3년 전
언니를 좀 미워하면 어때요 진짜 성숙하고 이쁜사람이네요 공부도 잘하고 너무 멋있어요 미안한데 나는 엄마 마음 알아요 나도 아픈놈을 낳았거든요 그놈 수술을 여러번해야 되는데 그렇게 첫아이고 아프니까 그 아이를 보면 애잔합니다 그래서 둘째는 낳지 않기로 했어요 둘째가 건강하고 뭘 더 잘하면 더 이쁠거 같아서요 저는 잘난 남동생때문에 장녀로써 모든걸 희생하고 살았어요 저희부모님은 잘난놈 칭찬하면서 나는 아프고 모자란 첫째인데 딸이라서 잘나지 못해서 더 무시받고 살았어요 저도 지금 잘 살아요 그 동생이랑은 여전히 어색합니다 엄마가 엄청 공부 뒷바라지 해줘서 좋은 대기업 갔거든요 근데 엄마랑 제가 희생한거 안 고마워합니다 지밖에 몰라요 그렇게 똑똑한데 다른사람 마음까지 헤아리고 너무 이쁘고 멋있어서 부럽네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a0void (글쓴이)
· 3년 전
@jyh1209 댓글 감사합니다! 어떤 보상을 기대하는건 아니지만 희생이 당연해지는 건 너무 속상하네요. 무지는 죄가 아니라고 되뇌이면서 살았는데 그것도 이젠 잘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