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저와 나이차가 꽤 나는 현재 몇 년 째 백수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취업|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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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puriring
·3년 전
집에 저와 나이차가 꽤 나는 현재 몇 년 째 백수인 형제가 있습니다. (성별로 나누어 보고싶지 않아서 그냥 형제라고만 표현하겠습니다) 제가 갓 대학생 되었을 때는 취업에 그저 힘들겠다라고만 생각했었고 제가 대학교에서 선배라고 불릴 정도가 되었을 때, 여전히 형제는 백수여서 부모님께 항상 잔소리만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아직 부모님께 말씀 못드렸던 것이라 사이가 나쁘지 않던 형제와 먼저 대화를 했습니다) 어쩌다 하고싶은 것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래서 저도 '그렇구나 그럼 나라도 뭐라고 하지말고 지켜봐주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 30대의 나이에 들어선 형제는 항상 부모님이 걱정하고 매일같이 잔소리하고 화내는데 반응은 '알아서 할께'같이 짜증을 내면서도 정작 방에 들어가보면 여전히 매일같이 게임만 하고있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도 본 적없습니다...(제가 워낙 집에만 있는 편에다가 휴학과 비대면수업이 연이어 지면서 계속 함께 집에 있게된 지 몇 년이 되었는데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근데 이게 두렵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게 어느날 저에게 와서는 '부모님 너가 다 챙겨드려야해'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겁니다... 정말로 너무 충격먹었었어요... 그리곤 갑자기 억울해지더라구요... 저는 어릴 때부터 세뱃돈 받은걸 스스로 저금해서 쓰고 대학교 들어가서도 스스로 용돈 벌어서 부모님께 손도 안 빌리고 하고싶은 것에 대한 목표도 있어서 반대에도 독학으로 공부하고 상타고 그걸로 필요한 거 사고 그랬는데다가 고집 쎄고 매번 싸우기만 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매번 중재 역할을 해오고 그랬었는데... 항상 넌 알아서 잘하잖아 잘할거야 같은 말 들으면서 상처받아도 혼자 아파하고 혼자 버텼는데...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번아웃이 걸려도 아무 말도 못하고 맨날 왜 집에만 있냐, 왜 혼자 돌아다녀?같은 부모님의 질문에도 아무말도 못했었는데 진심으로 머리에서 누가 댕하고 종치고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형제는 백수생활하는 몇년 내내 알바조차 하지않고 매일 게임만 하고 하고싶은게 있다더니 노력조차 안하고 있고 매일같이 직장인 친구들 만난다면서 놀러나가고 부모님 카드를 자기 카드인 마냥 '내 카드'라고 부르면서 팍팍 쓰고있는데 말이죠...저런 와중에 자기가 남들보다 낫지같은 발언도 종종하고... 부모님도 말은 맨날 화내면서 빼앗지도 못하시고... 주변에서는 발동동거리는데 자기혼자 선비마냥 풍류를 즐기고있는 듯한 느낌에 갑자기 제가 무엇을 믿고 나라도 지켜봐줘야지 같은 같잖은 동정심을 느꼈던 걸까 같은 생각을 하게되더라구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전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이 커서 부모님이 아프시다면 그것을 감당하게 되었을 때 내가 원하는 일을 못하게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가지곤 있었는데 저 말을 들으니 정말 내가 뭘 믿었던 걸까, 진심으로 하는 소리일까, 이렇게까지 갈데로 다 간 인간이었구나,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한거지, 지가 뭔데 잘한 것도 없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건데 같은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때의 말을 자기는 그냥 한 것 같지만 저에겐 가슴에 엄청 크게 박혀있고 자주 생각나며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수시로 느끼고있어요... 이젠 저 모습을 꼴도 보기싫은데 나보다 윗형제고 나이차도 체격차도 나서 뭐라 말도 못하고... 이 집안을 벗어나고 싶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해결책이 없다는게 더 미쳐버릴 것 같아요...
짜증나힘들다혼란스러워무서워우울해불면괴로워불안망상호흡곤란슬퍼스트레스받아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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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herbe02
· 3년 전
제게도 비슷한 형제가 있어요...억울한 생각도 들고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도 못하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조금은 이해합니다 그사람은 현재 자신의 의지로 극복할수 없는 너무 큰 상처가 마음한가운데 있다는 것을요 그것으로 가장 괴로운건 지켜보는 가족이 아니라 자기자신이라는것을요....누구나 자기 인생을 멋지게 제대로 살고 싶은 꿈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이해가 넓어지고 우리는 그어느때보다 웃으며 잘지내고 있습니다 제 가족이 일을 하고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냥 함께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쉽게 들 수 없다는걸 압니다 저도 꽤 오래 괴로웠으니까요 님께선 더 힘드실것 같습니다 가족에 대한 부담감까지 끌어안고 계셔서 정말 답답하실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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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iring (글쓴이)
· 3년 전
@blueherbe02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써주신 글을 보니 제 형제가 상처가 있어 그런 것인지, 그냥 철이 없어서 그런건지보다도 사실 제 자신 안의 두려움이 너무 커서 괴로운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그냥 저 모든 행동들의 끝이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닐까, 나또한 저런 상태가 된다면 보일 부모님의 행동들, 나라도 빨리 취업을 해야하나같은 초조함이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마음같아서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긴한데 저는 이것마저 두려워서 물어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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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herbe02
· 3년 전
네 :) 님에게 집중해서 님의 마음을 우선 어루만지면서 앞으로 나아가시길 응원합니다 제가 보기엔 한 집에서 한 형제가 많이 아프다는건 그 형제만큼 무너지진 않더라도 다른 가족구성원들도 겉은 괜찮아보여도 다 어딘가 아픈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의 삶도 어딘가 삐걱거린다는걸 느껴요 우선은 나부터 내마음을 건강하게 책임지는것이 우선이란 생각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