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기대에 부응을 하고 싶지 않아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폭력|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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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기대에 부응을 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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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안녕하세요. 저는 가족에게 너는 머리가 좋으니 공부로 성공하라는 소리를 듣고 사는 학생입니다. 가족 외의 친척들도 저는 성공할 거라면서 말합니다. 어렸을 때는 그 말을 듣는 게 좋았어요. 친척들이,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그런 류의 말을 할 때마다 부모님의 표정이 정말 밝고 뿌듯해보였거든요. 하지만 저는 현재 자퇴를 했습니다. 중학교 때 심각한 학교폭력을 당했고, 공부를 약 4개월정도 손 놓고 무력감에 잠만 자는 일상이 반복되었죠. 심지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워져 학교의 묵인 하에 아슬아슬하게 유급되지 않는 정도로 출석을 채웠고, 그렇게 졸업을 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지 않았지만 학교는 사회성을 기르게 만들어준다며,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든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이라길래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말에 수긍하여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분명 사람을 두려워하는 증상이 나아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는 제 착각이었던 모양이에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가해자를 닮은 헤어스타일, 목소리, 얼굴...... 지금와서 기억을 되짚어보면 전혀 닮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게, 중학교 때처럼 가해자에게 네가 뭔데 나한테 그러냐면서 오히려 당당하게 나섰던 것처럼요. 기숙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집안사정상 어쩔 수 없었기에) 학생들을 계속 만나게 됐죠. 아예 소통하는 것조차 무서워 쉬는 시간 전부를 공부하는데 쏟았습니다. 부모님이 '약 4개월동안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너는 머리가 좋으니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라면서 제게 전교권이 되길 바라셨죠. 그렇게 지내다보니 전교권이 되었고,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공부 잘한다고 소문이 퍼지니 애들이 제게 붙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기대를 계속 걸으셨고, 저는 그에 부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성적이 나왔을 때, 부모님과 친구들은 대단하면서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때 부모님의 표정과 친구들의 부러움이 담긴 표정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다시 돌아와서, 사실 제가 자퇴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아까워서 자퇴한 건지 같은 반이 되어버린 그 아이 때문인지 아니면 제게 큰 트라우마를 안겨준 친구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때 자퇴하기로 마음먹고 선생님과 상담을 했을 때 '네가 할 수 있겠냐'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만 기억이 나네요. 내 능력이 의심당했다는 게 서러워서 눈물을 펑펑 쏟고 나는 할 수 있다며 미친듯이 중얼거렸습니다. 제 가정은 상당히 나쁜 편에 속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퇴를 허락해준 것을 보면 오히려 좋은 편에 속해있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이게 중학교 학교폭력이 아니었으면 허락해주지 않았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기대를 정말 많이 걸고 계시니까요. 자퇴를 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이비 종교마냥 제가 성공할 거라는 걸 굳게 믿고 계세요. 그리고 제게 성공할 것을 바랍니다. 제 머리가 좋으니까요! 저는 공부에 재능을 타고 났으니까요! 실제로 자퇴 전에 성적으로 입증됐으니까요! 대학교만 잘 들어가면 다 끝난다고, 이 고생이 전부 끝이 난다고 제 스스로 달래고 있지만 정말 끝이 날까요? 제게 건 기대가 정말 끝이 날 수 있을까요? 저는 언제까지 이렇게 기대에 짓눌려서 살아가야할까요? 기대에 꼭 부응해야할까요? 하고 싶지 않아요. 언제 끝날 수 있을까요. 아예 탈선하는 방향도 고려해봤는데 제게 이득이 되지 않아 그건 안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대신 죽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정신이 분열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생각하면 부모님의 말을 따라서 공부를 하고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성공하는 것이 옳은 길인데, 반항하고 싶고 오히려 자기연민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어요. 사실 지금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라는 이유로 기대를 부응해야하는 걸까요? 객관적으로 볼 때 제가 속해있는 가정은 정말 괜찮습니다. 비록 아버지께서 제게 보답하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하시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제게 하소연하시면서 성공하라는 말만 빼고요. 이것저것 다 섞여 결국 뭘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는 글이네요. 죄송합니다. 그냥 이것저것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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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V1
· 3년 전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에요. 지나친 기대는 정말 사람의 숨을 막히게 하죠. 저는 성인인데도 등 뒤에서 부모님이 제가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보시면, 금세 무기력해지면서 하던 것을 때려치우고 싶어져요. 시선을 받는 것에서부터 이미 부담감과 반발심이 끓어올라요. 하지만 기대가 싫은 이유는,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 실망하게 될 것이 두려워서겠죠. 공부든 뭐든 우선은 성공을 위한 시도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을 가신다면 아마 경제적인 지원은 받으실 테고, 그 동안은 다시 그 만큼의 기대감을 더 받게 되실 거예요. 아마 졸업 전까지는 힘들겠지만, 대신 그 때가 최종 기한이라고 선을 그어 두시는 것도 괜찮지 싶어요. 알바나 고액 용돈 등으로 일정한 수입이 생기신다면, 우선 신용카드를 만들어 두시는 걸 추천드려요. 물론 남용하지 않는 자제심은 필요하겠지만요. 빚을 자주 지고, 갚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신용 등급이 올라서, 추후 집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월세 보증금 정도는 빌릴 수 있을 정도가 될 거예요. 만일 취업을 하고, 그 월급을 부모님께 빼앗기지 않는다면 조금 더 힘이 되겠죠. 마카님께선 나쁘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공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신 걸 보니 확실히 똑똑하신 분 같고요. 마카님께서는 태어나신 순간 이미 지원받을 권리를 갖고 계시고, 그걸 활용하시는 데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부모님의 지원에 보답하는 건 부모님께 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마카님께서 이루실 새로운 가족이나, 또는 사회에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 거예요. 만약 취업하신 후에도 경제적인 부담감을 주시거나 참견하고 간섭하고 기대하신다면, 마카님께서는 그 사람들을 피하고 차단하실 권리 또한 있어요. 겉으로 화목해 보인다고 모두 좋은 가족은 아닙니다. 우선은 자기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잘 판단해 보시고, 우리 같이 더 좋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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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eonga
· 3년 전
저도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원하는대로 살았어요. 지금은 대학졸업 앞두고있는 사람이구요. 제가 느낀바를 말씀드리자면...부모가 하라는대로 다해도 절대 만족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를 이루면 또다른 것을 요구하고 끝이없어요. 원하던 대학에 붙었는데도 이후에 학교활동. 학점이나 직업까지 계속 요구가 이어지더라구요..그때서야 잘못됐다는걸 깨닫고 제 인생 제가 원하는대로 살고싶어서 부모님과 크게 부딪혔죠. 학창시절 내내 그렇게 보내니 마음도 망가지고 무너지더군요. 아직도 완벽주의 강박증을 극복하는 중이에요. 높은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켜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다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돼있더라구요. 학교선생님이. 저희 부모님도 그러셨어요. 대학만 잘 가면 끝이라고. 끝 아니에요. 더 큰 산이 있더라구요. 동기부여를 위해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솔직하게 말했나요. 좀 더 일찍 이런걸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된적 많아서요. 제가 느낀바일 뿐이니 참고만 하시고 본인을 위한 현명한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