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5년 전
안녕 나의 스물 하나여.
참 오래도 힘들었구나 싶다, 한창 빛을 봐야 할 스물부터 스물 하나까지 수능이라는 시험 하나에 목 매어 그렇게 좋아하던 파란 하늘을 못본 지도 어느새 오래됐구나.
친구들이 SNS에 올린 여행 간 사진을 우연히 봤을 때의 박탈감
나 빼고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아 느꼈던 비참함
나는 왜 대학 하나에 이렇게 목매고 있나 하며 허탈함과 허무함을 어느덧 2년째 겪고 있는데 그동안 참 수고 많았다.
목숨을 걸 만큼 열심히 했다고 자부는 못하겠다,
그래도 우울함 끝을 본 2년이었다, 나를 칼로 무수히 찌르는 상상을 하며 보냈던 밤들이었고, 이제는 뭐든 이보다는 힘들지 않겠다 생각할 수 있게 한 시간이었고, 고3 때 매번 보이던 눈물을 줄일 수 있던 날들이었다.
고작 10일 뒤면 이 생활의 끝이 보인다는 게, 벌써 세 번째인데도, 신기하면서도 걱정되고 초조하지만 이번 결과는 누구보다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지난 암흑 같던 긴 시간을 죽지 않고 잘 버텨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