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에 아무 말이나 적은 글. 언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자살|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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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우울함에 아무 말이나 적은 글. 언젠가 그것이 내 발목을 잡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나는 그걸 쳐낼 의욕이 없었고 이제야 진짜 발목을 붙잡혔을 뿐이다. 다른 나라 언어. 영어에 대한 좋은 기억은 딱히 없었다. 어릴 때 노래로 부르며 외웠던 영어가 전부다. 누군가 들으면 그건 누구나 그래,라고 말하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때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어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순간 뿐이었으니까. 숨이 막히는 시간. 죽죽 빨간 줄이 그어지고, 접어서 기억해 내야하는 것들 투성이. 영어란 그런 것이었다. 다수가 100점을 팔랑이며 쉽다고 말할 때, 80점을 들고 그랬나 하고 고민하는 일이 많았다. 그 이후로 중학교에 들어가며 친구들과 격차가 벌어졌다. 혼자 해보겠다? 그렇게 말하며 버텼지만 딱히 중학교 과정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느린 내 탓이었고, 어느 정도 다녔던 영어 학원에서 사람 간에 상처로 나온 내 잘못이었다. 뻔뻔해야 언어가 늘어난다는데 그정도 뻔뻔함도 없었다. 수줍어하고 수줍어해서는. 결국은 고립된 거다. 내 삶은 매번 그렇게 섬을 나가기 위해 배를 만들다가 물에 머리를 처박고 죽길 기다리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나는 나약했고 끈질기지 못했다. 차라리 죽고 싶어도 그때마다 살아남게 되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했다. 맨날 나와의 투쟁해서 이기기도 했지만, 삶에서의 투쟁은 패하기도 했다. 완전히 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짓밟히기도 했다. 감정적으로 예민하다는 건, 타인에게도 이해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임을 뼈져리게 느꼈다. "왜 그 정도로 아파?" "충분히 고칠 수 있잖아." 차라리 입을 다물걸. 말하지 말 걸. 끝내버릴 걸. 극단적인 생각과 포기만 남았다. 도전하는 거, 참 멋진 일인데 실패하면 뭣도 아닌 걸로 볼 거잖아. 죽을 각오로 덤벼도 안 되는 일도 있고 그럼 죽을 각오였던 나는 망가져서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거야. 그럼 그때는 게으른 거라고 할 거야? 아니면 내가 아직 죽을 정도로 할 줄 모르는 건가? 영어 시간은 침묵의 시간. 나만 딴 세상으로 던져졌다. 까만 글자를 멀뚱멀뚱 보다가 밑줄을 그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모른다. 수업은 진행되고, 모르는 거 하나하나 물을 수도 없다. 쪽집게로 날 찝어서 칠판 앞에 세우면, 침묵이 맴돈다. 이것도 몰라? .... 울지만 말자. 그렇게 바라면 돌아와서 울면 된다. 내 눈물로 가족 쪽팔리게 만들지 말고, 그놈의 정상인처럼 보여야 하니까. 그래. 잘 사는 척, 버티는 척 해야하니까. 뭐든 열심히 하던 애가 이런 것도 모른다고 하면 어떡하냐는 말에 무너지고 싶지 않으니까. 엎드려서 소리없이 울면 점심 시간이 올테고 그제야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일어났다. 눈물을 닦고 지겨운 하루를 보냈다. 언어란 그런 것이다. 모르면 고립되고, 모르면 멍청해진 느낌이다. 모르면 숨부터 막히고 누군가가 질문하면 수치스러워진다. 난 포기했다. 영어로 적으라는 시험지를 한글로 적어냈다. 한글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종이였는데 왜 하필 영어일까. 그때 그 종이를 걷어간 선생님이 크게 말씀하셨다. "한글로 적은 건 점수가 안 되는 거 알지?" 당연히 알아요. 제 인생도 매번 그 모양이던데요. 속으로 말대답을 해도 나는 내게 떳떳하지 않았다. 포기했고 그만큼 억울함이나 짜증도 덜었으니까. 그 벌이었다. 모두 앞에서 빈 종이를 낸 것이나 다름없는 짓을 했다고 알려지는, 그런 수치스러운 벌. 이런 걸로 죽어서는 안 되겠지만 머리에 화살이 박힌 기분이었다. 아 화살이 박히면 죽어야 하는데, 난 또 멀쩡히 살아있다. 내 친구는 이 정도 말에 죽고 싶지는 않다던데 나만 죽고 싶은 건가. 왜 이렇게 태어났지. 감정 같은 거 다 버리고 싶네. 이럴 때면. "어쨌든 영어를 해야하잖아." 어른이 되니 피할 수도 없다. 모든 일에 영어가 있고 토익이 있다. 모든 일에 죽고 싶어지고 무기력해진다. 포기하고 싶다. 이제 매달리기 지친다. 나도 이런 태도가 날 망칠 거라는 걸 아는데 하기 싫다. 이러나 저러나 되지도 않을 텐데.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당신이 내게 한 말이 이젠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되고. "그때 놓아버리는 게 아니었는데." 놓든 안놓든. 그때의 지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너 여기 끊으면 다시는 영어 안 할 거잖아." 그 말에 허탈하게 웃은 벌을, 지금 받고 있다. 제대로된 문장 하나 말하지 못하는. 예 아니오로만 말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비겁해." 이건 내가 나에게 하는 말. 겁쟁이니까 사는 것도 그만 두고 싶었다. 희망하는 것도 딱히 만들기 싫었다. 세상에 다 두고 가고 싶다. 맨날 힘들면 극단적인 생각만 든다. 문제는 이 삶 또한 내가 마무리하지 못할 정도로 겁이 많다는 것. 어이가 없다. 나는 나도 끝을 내지 못한다. 또, 내가 죽고 고작 그걸로 죽었냐고 할까봐 두렵다. 하루에 38명 꼴로 자살을 한다고 한다. 자살을 조사하면서 들은 생각은, 나도 이 중 하나가 될까 하는 생각이었다. 죽지 못할 걸 안다. 난 죽어도 짐이 되고 안 죽어도 짐이 된다. 그러니 아직 삶의 답을 찾지 못했다. 억지로 살아간다. 내가 나로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자신을 아끼지 못하니 사랑도 바라지 않는다. 아프다고 말하기 바쁜데, 달콤한 사랑을 줄 수 있을리가 없다. 아픈 가시나 뱉지 않으면 다행이 아닐까? 영어든 한글이든 어두운 글을 쓰게 되는 나는, 내 이름을 내걸고 공식적인 책도 낼 수 없을 것이다. 부정적인 말을 기어코 내게 쏟아부어버리는, 나. 봐봐요. 고등학교 나와도 내 우울은 그대로야. 그 시절만 지나면 사라진다던 감정이 아직도 여기 있어요. 감정이 생기는 모든 곳에 있어.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해요? 나는 모르겠어요. 모르겠어. 그러니까 계속 당신이 들으면 짜증낼 말만 하게 돼. 주변이 들으면 우울해질 말만 해. 그래서 여기에 숨었어. 다시 웅크렸어. 그냥 이대로 잠식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무 지쳤어.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는 강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으니까. 이게 정말 나에요. 진정한 내 모습. 강해지려고 아득바득 버텼던 건 과거에요. 결국은 이리 될 거였던 건데, 참 열심히도 살았네. 그치 어차피 끝은 실패자일 뿐인데. 열심히 지내는 척 하는 게, 이젠 버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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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a21
· 3년 전
글을 굉장히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제가 조언해 드릴 위치는 안 되지만, 그럼에도 괜찮으시길 바라요. 행복하게 사시면 좋겠어요. 이런 말도 부담이 된다면, 당신의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아요. 이 모습 그대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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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ugol0 (글쓴이)
· 3년 전
@gela21 다정한 조언 고마워요..:)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칭찬해줘서 감사해요. ..오늘 많이 지쳤었나봐요. 당신의 내일이 포근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