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무드등 하나를 켰을 뿐이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불면증|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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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무드등 하나를 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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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가물할 만큼 오래 된 중학생 시절부터 나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겠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고 말하기는 더욱 싫었기에 꾹 온힘을 다해 누른 채 밤만을 지새웠나 싶다 당시 나는 불과 열다섯 나이에,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었고, (나이가 많으면 괜찮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단지 내가 그렇게나 어렸을 때라는 뜻) 신기하게도 혹은 소름끼치게도 그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상황의 부분 부분들, 그 시간 이후 몇개월의 기간이 머리가 하얘지도록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충격에 잊어버린걸까 아니면 내가 지워버린걸까 별로 중요치도 않지만 십여년째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다 정말 다 기억 나지 않는 잃어버린 시절이 지나 내가 눈을 뜰 수 있었을 땐 온통 숫자를 세며 내 구역 이외의 것들이 용납되어지지 않는 강박증이 찾아왔고 친구도 가족도 그저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사람도 싫어 옷깃만 스쳐도 칼이 스친 듯 했다 그리고 그 쯤부터 시작된 불면증은 스물 다섯을 바라보는 지금의 내가 마치 15살에 멈춰있듯 그때와 같은 생각에 맴돌게 한다 그저 저녁을 먹는 밤은 좋다 야식을 먹는 밤도 티비를 보는 밤도 좋다 그런데 불을 끄는 순간 마치 레드선을 외치듯 그 때의 나로 돌아간다 불을 모두 끈 어두운 밤이면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 누군가 몰래 우리 집에 들어올 것 같고 그 사람은 분명 나를 해칠거야 혹은 밖에서 불이라도 날 것 같아 좁디 좁은 우리 집 구석에 누가 몰래 숨어있으면 어떡하지 터무니없는 이 생각들이 10년째 매일 밤 불을 끌 때마다 반복된다 말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별 거 아닌 양 생각하지 말라고 할까? 아니면 이상한 아이로 보진 않을까? 혹은 불쌍히 쳐다볼 수도 있겠지 아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하는 건 단지 상담사의 교과서적인 멘트가 아닐까 나같아도 무언의 감정이 들 듯 해서 그래서 내가 이렇다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정말 큰 용기를 내서 나를 제일 사랑해주는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겐 작고 사소한 일들인 것 같은게 나에겐 너무 크게만 느껴지는데 꼭 한번 상담이 받고 싶다며, 혹시 내가 이상해보이진 않냐며, 사실은 나 잠들기가 어려워 어제도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웠다며. 수많은 말이 오가고 오늘 밤에는 남자친구가 선물해 준 작은 무드등 하나를 켜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아니 감사하게도 무드등에 따뜻하고 예쁜 빛이 들어오니 지난 10년의 밤이 무색할 만큼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고 이유 모를 눈물이 흘렀다 위로가 되었던 걸까? 혹은 치유가 시작된 걸까? 오늘 밤은 결코 혼자인 것 같지가 않다 단지 무드등 하나를 켰을 뿐이다
불안힘들다속상해불안해만족해안심돼자고싶다평온해무서워감사해행복해공허해무기력해감동이야트라우마슬퍼놀라워외로워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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