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다 버거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불안|거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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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버거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sder
·3년 전
다들 우울증이라고 하면 어렸을때 가정사나 살면서 큰일을 겪던데 전 딱히 그런게 있는지도 모르겠고 나름 평범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전에는 나름 자부심이나 자존심 그런거 갖고 항상 당당했던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아마 자존감은 옛날부터 “내가 아무리 잘나도 어딜가든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들은 널렸다”는 부모님 말씀 때문인거같아요 그 당시에는 제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내가 제일 잘난줄 알고 살았나봐요 지금 부모님께 물어보면 제가 겸손을 못배우고 자랄까봐 그랬대요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시는데 사실 아직도 원망스러워요 물론 부모님도 내가 처음이라 몰랐다는거 이해하지만 이제 와서 사과가 무슨 소용인가 싶고 뒤늦게 내가 최고다 난 멋진 사람이다 해줘봤자 믿기지도 않아요 그냥 내가 본인 자식이니까 그런거겠지 여전히 난 넓은 세상에 우물안 개구리겟지 싶고 사과를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자신이 못난 사람같아서 더 미워져요 매번 그런 얘기들을 할때마다 부모님이 말하던 장면이 떠오르고 “난 이미 이렇게 삐뚤어진 사람으로 커버렸어. 이미 때는 지나갔고 사과해봤자 늦었어”하면서 곱씹게 돼요 학창시절은 크게 남들과 다를바 없이 따돌림 당하기도 해보고 부끄럽지만 따돌리는 쪽에 서서 방관도 해보고 하면서 무난하게 지나가는 중인거같아요 중학교까지 한국에서 보내다가 고등학교를 유학 시작했는데 아마 처음 유학했던 그 학교사람들이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나봐요 별로 학생수가 많지도 않은 비좁은 학교에서 뜯고 뜯기고...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나름 욕심도 있고 목표도 있는 사람이었어서 아마 평생 그때가 제일 열심히 살았던 때인거같아요 근데 어느날부터 외로움이 뭔지 모르고 살던 제가 공허하고 우울감에 젖어들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그게 뭔지 모르고 막연하게 주변 친구들한테 기분이 안좋다 징징대기만 했는데 지금 보면 그때부터였던것 같아요 갈수록 몸이 고생해야 바쁘고 보람차게 산것만 같고 유학도 늦게 시작한 제가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에 잠도 줄이고 생활패턴이 자기파괴적으로 변해갔어요 그러다가 어느날은 원래 한시간이면 적어도 네지문은 읽었던 제가 지문 하나도 채 읽지못하고 한문단에 붙잡혀 두시간을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하더라구요 아무리 오기로 버텨봐도 그날 글은 끝까지 읽히지 않았고 그날 제 스스로가 밉고 답답하고 서러워서 책을 붙잡고 울었어요 그 날을 기점으로 점점 더 나빠진거같아요 글이 안읽히고 아무리 소리내서 읽어봐도 머릿속에 들어오는것 없이 그대로 둥둥 떠서 흩어지는것 같아요 정작 다른사람이랑 같이 읽거나 그럴때는 어려운 내용도 아니던데.. 집중력도 같이 바닥이 난건지 요즘은 기록용으로 가끔 쓰는 짧은일기도 몇줄 적다가 딴짓이나 딴생각 하느라 시간을 한참 보내기도 해요 최근에는 시험기간이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봐도 되는 공부가 없어서 내내 책상앞에 앉아서 오기로 버티기만 했던거같아요 그럼 하루끝에는 딱히 한것도 없이 진만 빠져서 잔뜩 지치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 돼요 원래는 나름 성적도 나쁘지 않았던거같은데 갈수록 위태로운 느낌이 들어서 불안하고 할일은 쌓여가는데 내일도 이렇게 구제불능일 제 자신을 생각하면 그냥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해요 너무 벅차요 바닥난 자존감에 무기력해지고 내가 할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다가 내가 유일하게 통제할수 있는게 내 자신 뿐이라 살이라도 빼자는 마음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가 거식증도 왔던거같아요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고 유지중이었는데 그것도 얼마 못가고 폭식증이 오더라구요 그렇게 딱 1년만에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게 됐고 지금은 어느정도 조절은 하지만 자포자기 상태라 방심하면 폭식과 절식을 반복해요 이젠 자기통제도 안되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역겨워요 저 자신에게 벌을 주고싶은 마음에 굶기도 해보고 잠도 안자지만 나중에 더 큰 파도로 돌아올 뿐이에요 보통 이런것들은 가까운 사람들한테 털어놓으면 좀 나아진다던데 전 그러지도 못하겠어요 앞서 말한 첫 고등학교에서 지내면서 뭔가 내 얘기나 비밀스러운 말들을 입밖으로 내는게 무서워진것같아요 뭔가 나도 모른 새 말들이 퍼져나가 내 약점이 될까봐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한테 말하면 그 사람들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울까봐 걱정부터 돼요 차라리 속에 평생 묻는게 오히려 마음 편한것같기도 해요 나만 입 다물면 될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와중에 모순적이게도 모든걸 공유하고 완벽하게 기댈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겟다고 생각해요 물론 불가능하겟지만... 그냥 묻고 버티면 될줄 알았는데 평생 그렇게 잘 지냈는데 요즘 너무 외로워요 마음 한쪽이 공허하고 슬퍼서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요 누구라도 아무나 붙잡고 안아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면 안되는걸 알아서 무너져가는 스스로를 붙잡고 겨우 버텨내요 그래서 가끔씩은 딱 하루만 보고 모든걸 털어놓고 다신 볼일없는 완벽한 타인을 찾게 되는것같기도 해요 전에는 그냥 괜찮은척 아닌척 숨기면 됐는데 갈수록 그것조차 지치고 힘들어져요 괜찮냐는 말에 그렇다고 거짓말 하지를 못하고 표정이 무너져버려요 코로나 때문에 쓰고있는 마스크가 다행인건지 떨리는 얼굴근육을 대충 가리고 눈웃음으로 겨우 매번 상황을 모면해요 사람들이랑 대화하면서도 괜히 내가 피해 끼칠까봐 내 우울이 티가 날까봐 불안해요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고 심장이 뛰어요 갈수록 내가 알던 내가 아닌 느낌이에요 무기력해지고 좋아하던걸 잃어버리고 숨어버리고 웃지도 울지도 못하면서 매번 불안해해요 미래가 없을것만 같고 내 자신이 죽여버리고 싶게 싫어요 근데 겁이나서 죽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죽지못해 살아가요 누군가 날 꺼내주길 바라면서도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믿지 못하고 오히려 튕겨내요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견고한 감옥에 스스로 갇혀서 천천히 죽어가는 기분이에요 매일 공기가 축축하고 무거워요 이게 뭔지도 모르겠어요 이게 우울증일까요 어쩌면 기억은 나지 않지만 행복했던 날도 틈틈히 있었을텐데 이건 다 제 게으름에 대한 핑계일까요 사실 이렇게 긴 글을 누가 읽을까 싶기도 하고 읽으시느라 수고스러우실까봐 죄송하고 걱정돼요 도와주세요 제가 스스로 답할수 없는 질문에 누구라도 답해주세요 제발
불안혼란스러워신체증상답답해우울걱정돼무서워공허해외로워무기력해의욕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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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HIWISHFREEDOM
· 3년 전
이 글을 읽으면서 저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기파괴적이고 충동적이고 스스로 제어가 안되고 반복되는 좌절감에 무기력은 깊어지고.. 근데 결국에는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밖에 없어요. 거창한 의지와 노력은 무리에요. 알잖아요. 그래도 간단한 몸부림이라도 쳐야해요. 안그러면 부정적인 감정이 더 끈적하게 들러붙거든요.. 산책이라도 매일 나가보시고, 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서 심리관련 도서를 읽어보세요. 저는 이렇게 삼일만 했는데도 점점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시적인 회복도 반복되면 습관이 되어 장기적인 안정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힘들어도 뭐라도 하세요 일단.. 마주하세요. 피하지 마시고요. 힘내세요, 많이 힘들었죠 라는 말보다 지금 상태에서 변할 수 있는 돌파구를 제시하는게 더 좋을것 같아 드리는 말이에요.. 절실해보이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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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er (글쓴이)
· 3년 전
@0HIWISHFREEDOM 긴글이라 읽기 번거로우셨을텐데 대답까지 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랑 왜 그래야하나 싶은 무력감에 매일 고민하는데 그래도 관심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조금은 위안이 되네요 세상이 조금 더 밝아보이는 날이 우리 모두한테 오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