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3년 전
어려서부터 숙제하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공부를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누군가 시키는 걸 하는 게 싫었어요. 지금도 그래요. 숙제 뿐만이 아니라 내 자의로 행하는 일이 아닌 주어지는 일들, 누가 내게 시켜서 해야하는 일이 정말 하기가 싫고, 나한테 뭔가 하라고 하면 기분이 굉장히 나빠져요. 심지어는 부모님이 말씀하셔도 그렇게 느껴요. 부모님께서 부담을 주려는 것도, 질책하려는 것도 아닌데 공부를 하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시면 갑자기 화가 나요. 남들 다 하는 격려 차원의 말씀으로 하셔도 전 기분이 나쁘네요. 워낙 예민하고 사소한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성격이라 그런 거 하나하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괜히 꼬아 듣는거죠. 방금도 제가 입시 전략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하고 있었는데 수능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시니까 순간 욱해서... 당연히 열심히 할 거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도 부모니까 당연히 자식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이해하는데, 머리론 이해해도 감정은 그렇지가 않아요.
학교는 더 심하죠. 선생님들은 해가 갈수록 더 열심히 공부해라, 곧 시험이다, 생기부 잘 챙기고 뭐든지 다 열심히 해라, 이런 얘기 하시는데 저는 진짜 듣는 게 고통스러울 지경이에요. 반 애들 전체한테 얘기하시는 건데도 그냥 듣고 있기가 싫어요. 솔직히 난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그런 잔소리를 계속 들어야하나 싶기도 하고. 정시 준비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수행평가에 과제 나오는 것도 진짜 힘들고요. 다들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이런 걸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저말고 또 있을까요 ㅋㅋㅋㅋ 미치겠어요. 이러다 나중에 직장생활은 해낼 수 있을지... 그냥 속으로 삼키고 무뎌지는 방법밖에 없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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