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처음 이용해 봐서 정신건강 분야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제목 그대로 엄마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요즘 절 챙겨 줄 때마다 생각해요. 어차피 죽을 애를 아무것도 모르고 애틋하게 보살펴 줘서 죄책감이 들어요. 늦게 결혼해 얻은 자식, 없는 형편에 힘닿는 대로 지원해 주셨고, 지금도 정말 열심히 뒷바라지해 주시거든요. 근데 저는 이제 노력을 못 하겠어요. 사실 변명이고 노력을 안 해요. 번아웃이라고 하나요. 이후로는 그다지 열심히 한 것도 없는데 점점 지치기만 해요. 저는 요즘 행복하고 싶지가 않아요. 행복을 못 느끼는 건 아닌데 기대가 안 돼요. 제 환경이 안정되면 살고 싶을 수도 있겠죠. 오만이지만 그걸 상상하는 지금으로서는 숨이 막혀요. 지긋지긋해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불안해지고 그게 잘 가라앉지 않아서 고통스러워요. 요즘 화창한 오후에는 기분이 좋아서 죽고 싶어요. 원래도 지나치게 행복할 때 이게 끝이었으면 하고 바라서 죽고 싶긴 했지만 괜찮은 날씨에도 마냥 죽고 싶은 건 생소하네요. 사실 저는 이미 죽음이 즐거워요. 제가 어떤 방법으로 죽을지 생각하면 조금 신이 나거든요. 그런데 엄마 아빠가 눈에 밟혀요. 우리집 형편이 여유로웠다면, 적어도 엄마 아빠가 젊었다면 죄책감이 좀 덜했을 텐데 받기만 하고 하나도 돌려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요. 저만 행복하고 남은 사람들은 불행하겠죠. 모난 오지랖들이 엄마 아빠를 난도질하면 안 그래도 가엾은 사람들이 더 바닥을 모르고 무너질 게 너무너무 속상해요. 그렇지만 저는 더 살 수가 없어요. 죽는 것보다는 덜 민폐겠지만 제가 삶을 견딜 자신이 없어요. 이제 위로도 격려도 안 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냥 원래 그랬던 것처럼 한심하게 살다가 원대로 죽기를 바라 줬으면 해요. 이기적이지만, 다정한 말로 죽음을 응원받고 싶어요. 이렇게 다 죽어 가는 것처럼 굴지만 죽음은 쉽게 자리를 내어 주지 않으니까 결국 살아야 할 수도 있겠죠.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