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모럴이 없나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폭력|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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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왜 모럴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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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어제 지인이 고양이를 파양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고 저는 고양이를 입양할 기회가 생겼단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그래서 제 절친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근데 친구가 제 말을 듣자마자 '아직도 고양이를 입양했다가 파양하는 사람이 있네. 우울해질라그래. 난 파양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무책임해.' 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랬습니다. 당연히 절친도 신나할줄 알았고, 파양이라는 단어에 집중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저는 많이 혼란스러웠고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절친은 '애 버리는 거랑 뭐가 달라.' 라고 말을 덧붙였는데 그 순간 저는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를 버린다.' '애를 버린다.' 저는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비난할 때 아무 생각이 안듭니다. 저는 자주 이럽니다. 저는 제 3자가 분노하는 모습엔 떫떠름하고, 정작 확고하게 주관을 갖고 있어야할 도덕주제에 관해서는 제 생각이 전혀 없어서 오히려 제3자의 설명을 듣고 싶어하곤 합니다. 제가 버려진 적이 없어서 파양이나 유기같은 주제에 관해 분노하지 못하는 건가요? 저는 그동안 사람을 버려오기만해서 그러나요? 올해들어 가족과 화해하고 절친과 자주 만났던 걸 계기로 그나마 인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작년까지의 저는 두꺼운 가면을 쓴 것처럼 사람들과 연대감이나 유대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친구는 많았지만요. 그게 지금의 제가 가진 도덕기준과 사람들이 가진 도덕기준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원인이걸까요? 한 가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것은, 저는 제가 이렇게 도덕적으로 무디다는 사실을 뿌듯하다는듯 말하거나 다른 올바른 사람들을 깔보고 싶은 건 절대 아닙니다. 전 이런 제 스스로가 싫고,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게 외롭습니다. 인터넷 뉴스에서 네티즌들이 범죄에 분노하고 범죄자에 욕을 하는 댓글들을 저는 자주 읽습니다. 가만히 읽으면서 저는 많이 외롭습니다. 나는 왜 이 범죄자한테 분노의 감정이 먼저 드는게 아니라 범죄자를 비난하는 제3자 네티즌들에게 반감이 먼저 생기는지, 왜 나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꼭 머리로만 잘못된 이유를 이해하려 하는건지, 계속 자책하게 되고 끝없이 우울해집니다. 익명이니까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자면 저는 제3자가 비난해줘야 마땅한 일이라고 확신하는 것들이 별로 없습니다. 학교폭력? 학생 때의 치기 같습니다. 세상의 법칙을 알려주는 어른이 곁에 아무도 없었다는 불행한 운이요. 피해자 외에 타인들은 그 불운을 어떻게 그렇게까지 비난하나요. 성폭행? 모르겠습니다. 저도 한동안 누군가가 저를 성추행했고 성폭행으로도 이어질뻔 한 적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극심한 외로움으로 인해 처방받던 정신과 약 때문이었을뿐 그사람은 절대 악인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당시 외로움에 허덕이던 저는 그런 방식으로라도 그사람이 저를 봐주는 게 좋았습니다. 성폭행 직전이 되어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당시의 비이성적이었던 나를 보면.. 성폭행에 대해서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람들 눈에 그 사람과 저 중에 누가 더 악에 가까웠을지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좀 더 외로웠던 쪽이 악인으로 판정 받았을까요? 갑질? 뭐 어떡하나요. 세상은 힘의 논리인데. 갑질이 처벌받게 되는 것도, 수많은 을들이 모여서 대중을 이뤘고, 드디어 갑보다 힘이 세졌을때가 되어서야 갑을 처벌할 수 있게 되는거 아닙니까. 원래 벌은 잘못한 사람이 받는 게 아니라 약한 사람이 받는건데 갑질도 뭐 어떡하나요. 난 약하고 저사람이 센걸. 꼬우면 불만인 사람이 힘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 지위나 돈이 없다면 법이라도 숙지하고 있는달지 말이에요. 어차피 법으로도 보호받을 수 없는 곳에 아무 무기도 없이 뛰어든 쪽이 잘못이죠. 도박? 그거야말로 왜 사람들이 나서서 비난하나요. 도박에 손 댈 일이 없었던 자기들이 운좋은 거 아닐까요. 사람 정신이 얼마나 취약한데, 접근성이 조금이라도 높았으면 아마 본인들도 쉽게 넘어갔을거에요. 빚? 자기들이 갚아줄 수 있는 위치도 아니면서 왜? 음주운전? 누구나 술마시면 원래 제정신 아니잖아요. 자기들은 곁에 말려줄 사람이 있던 것일 뿐이지. 가정폭력? 그냥 불행한 집인걸 어떡해요. 동물학대? 진짜 역겨운 마음이 들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어요. 동물에게 죄책감 든다면 더더욱이요. 성착취물? 누구나 쾌락에 빠지면 눈에 뵈는 거 없어요. 쾌락의 늪으로 끌려들어가는게 선한 사람이라고 해서 불가능할까요? 참 기괴해요. 불가능한 건 없는데 사람들은 본인들이 마치 평생 선한 사람일거라고 확신하는 거 같아요. 나락으로 떨어지는건 자기가 정신차리고 있는다고해서 피할 수 있는게 아니고, 그냥 본인들은 운이 좋아서 여지껏 양지에 선한 사람으로 남아있을 수 있던건데 말이에요. 악인과 선인은 종이한장 차이잖아요. 아닌가요? 저는 인간은 영악하지만 개인은 선한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악인은 그냥 운이 지지리도 없는 불행한 사람들 같아요. 불쌍하고 안됐어요. 재판이라는 비판을 받고 형을 사는 것은 뭐 자유에 대한 책임이니까 당연한거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송두리째 미움을 받고 비난을 받다니요. 저는 왜 이렇게 혼돈의 상태가 되었을까요. 저는 누군가 제 행동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거라고 지적을 하면 멘탈이 크게 흔들려요. 전 도덕적 주관이 없으니까요. 누군가가 '제3자도 분노하는게 당연한거야.' 라고 주장하면, 저는 거기에 반박도 못하겠고 그냥 그 분노에 공감을 못하는게 외롭다는 생각 밖에 들지가 않아요. 저는 저의 이런 점이 수치스럽고, 사람들과의 이질감에 스스로 많이 위축되는 것 같아요. 큰 범죄는 저지른 적 없어요.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저는 어렸을때 영화에서 검사가 범죄자한테 뭐라고 따져 묻고 심문하는 장면이 너무 무섭고 슬펐어요. 검사가 범죄자를 대놓고 미워하는 게 너무 느껴져서 저도 많이 외롭고 너무 쓸쓸했어요. 지금도 저는 사람들한테 미움받기 싫어서 사람들이 나쁘다고 하는 행동만은 피해서 해요. 저는 올해 성격이 조금 따뜻해졌어요 책임감도 생겼고, 원래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동물과 교감하는 걸 자주 상상하게 됐어요. 그렇게 변한 내 모습이 솔직히 좋았고요. 근데 어제 절친와 고양이 파양문제에 관해 얘기 나눈것을 계기로, 그동안 제가 학교친구들에게 훌륭한 친구가 아니었으며, 저는 동물의 친구가 될 자격이 없는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어제 오늘 이틀 내내 생각하다가, 저에게 입양의사를 물었던 지인에게 전화해서 고양이 입양 못할 것 같다고 말을 했습니다. 울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제가 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는 생각이 불안정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너무 비참했습니다. 저는 왜 모럴이 없나요? 저는 당장 내일 제가 범죄자가 되어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걸 가장 무서워하는 제 겁쟁이같은 성격이야말로 제 삶에 주어진 최고의 행운같습니다. 제가 잘못된 행동을 하지않고 살아온건 사실상 그 이유 때문이었으니까요. 저도 제가 싫고 저는 그냥 쓸쓸해요. 저도 '나는 당연히 선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난 저런 사람들이랑 달라.' 라고 당연하다는듯 믿고, 당당하게 악인들에게 비난할 줄 아는 일반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그렇게 자기확신에 차있을까요. 제가 저 스스로에게 확신할 줄 아는 건 딱 하나뿐인데. 자살로 죽지는 않을거라는거. 자살기도 해보고 알았어요. 제가 정말 자살로 죽을만큼 주변사람들이게 미련이 없는건 아니더군요. 완전히 기억까지 놓아버리기엔 너무 견고하지만 안심하고 확신하고 기대기엔 너무너무 연약한 나의 유대관계. 전 어떻게 살아야하나요? 전 왜 이러나요? 전 왜 불완전하게 갖고 태어난 것들이 이렇게 많은거죠? 어렸을땐 감정, 지금은 도덕. 나중에 깨닫게 될 건 또 뭐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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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gTrn
· 3년 전
지금 문제를 인식하고 계신다는 것 자체가 감정도 모럴도 있다는 것 아닐까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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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gogkwkdnfl (글쓴이)
· 3년 전
@DrgTrn 그렇게는 생각 못했는데..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rgTr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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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gogkwkdnfl (글쓴이)
· 3년 전
@!866436f5c31a50db854 네.. 노럭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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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ewe
· 3년 전
제가 볼때는 글쓴이분께서는 아주 넓은 공감력이 있으신것 같아요. 보통 다른사람들은 한 a범죄자의 범죄사실과 동기와 또는 간혹 살아온환경까지 정도로 생각하지, 그 a범죄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깊게 생각한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사람과 똑같은 상황과 사람과 위치에 놓인다면, 아침뉴스에 나오는 더러운범죄자나 또는 불우이웃돕기에 몇 천만의 기부자가 제가 될 수도 있겠죠. 제가 누군가에게 천하의 ***이 되면서 다른이에게 귀한 은인이 되는 것처럼요. 저는 사람은 대부분의 악함과 조금의 선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은 태어날때부터 혼자서 맘대로 살면, 우리 사회에서 소히 말하는 이기적이고 예의없고 개념없는 사람이 될 거라 확신해요. 물론 이사람은 사회적인 삶이 필요치 않으니 이런 것들은 쓸데도 알 필요도 없겠지만요.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동물입니다. 사회속의 사람들은 자라면서 도덕적규범과 규칙과 법 등을 배우게됩니다. 이러한 기준들로 사람들이 판별됩니다. 예를 들어 - 머리속에서 여자를 보고 너무 맘에들어서 같이 섹ㅅ하고 싶지만, 그러면 안됨을 알기에 하지 않은 b씨 - 머리속에서 여자를 보고 너무 맘에들어서 같이 섹ㅅ하고 싶기에 그러면 안됨을 알아도 못참고 해버린 c씨 이 두사람은 같은 생각과 감정을 지녔지만 끝의 행동으로 아주 큰 차이가 생겼습니다. 한명은 소시민이 한명은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을 개인적으로 보면, 글쓴이분의 말씀처럼 사실 저는 모두가 그렇다고..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좀 더 사회적인 기준으로 보는것을 노력해 보시는 건 어떤가요..? 그사람이 아무리 불행하고 불쌍하더라도, 사회적인 동물인 이상 기준에 따라야하고 지켜야 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모든이가 원활히 살아갈 사회의 유지가 무너지겠죠..ㄷㄷ) 제 말이 글쓴이분께 위로나 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바를 지긋이 적어봅니다. 저도 글쓴이분의 고민의 어느 부분을 공감하기도 하고 새롭게 깨달은 바도 생기고 그래서 괜히 남같지 않아서 이리 길게 적게 되었네요. 글쓴이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잘못된이유를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어때서요! 분노의 감정이 안 들수도 있는거지! 느끼지 못할수도 있는거지! 안하는게 아니잖아요. 단지 못 할뿐이지. 글쓴이분이 느끼기 싫어서 거부하는게 아니잖아요. 충분히 고민하고 있고 방책을 찾고있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대단해요. 정말 완전한사람이 어디있나요? '사람의 배움은 끝이 없다고' 살아가면서, 만들어지고 배우고 자라는 거죠. 불완전하기에 사람이죠. 그리고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 보다는, 힘들겠지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시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조금씩 전진해 가보시길 바래요. ps. 다른 이들의 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도덕과 자기자신을 저버리는 것을 두려워하길. 스스로를 알아가고 쌓아감으로 더욱 견고해지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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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avla
· 3년 전
가해자에게는 감정이입을 그렇게 잘하면서 왜 피해자에게는 못하죠? 악인은 불쌍하다라.. 확실히 님은 혼돈 상태이신것 같네요. 님같은 사람도 있다는게 좀 충격이에요. 님은 사람보단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동물에 가까우신것 같아요. 도덕규범보다 외로움을 먼저 알고 계시니까요. 세상은 약육강식이라고 하셨으니까 동물 키워도 다른의미로 잘 지내실거같아요.. 어렸을때 범죄를 저지를뻔했는데 운좋게 모면한 적이 많으신가보죠? 관점이 너무 뚜렷하고 일반적이지 않은것같은데 그게 님 경험에서 나온 말들 같아서요. 여자면 보통 성폭행 문제에 더 예민할텐데 성폭력에도 감정이입이 되시나보네요 신기해요; 간접경험하셔서 그런건가..? 님이 위에 쓴것즐 중에 성폭행 말고 또 님이 저지를뻔 한 일이 뭐가 더 있눈건지 알 수 있을까요? 읽고나니까 찝찝해서 그래요. 저는 좀 충격이 오래갈것같아요. 님의 답글을 보고나서 판단하고 님을 변호하고 싶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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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gogkwkdnfl (글쓴이)
· 3년 전
@gagavla 저도 제가 원해서 이러는게 아니라 잘 모르겠어요 충격을 드렸다니 죄송합니다 관련경험까지는 말씀 못드려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어서요. 가해자 입장이 될 뻔한 적도 있지만 피해자로 관련된 것들도 있어요. 이 정보가 제 사연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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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avla
· 3년 전
학교폭력 - 가해자나 방관자 / 성폭행 - 피해자 / 갑질 - 피해자 / 도박, 빚 - ? / 가정폭력 - 피해자 / 동물학대 - 가해자 / 성착취물 - 피해자나 소비자 / 뭐 대충 이렇지요? 하나하나 전부 상담이나 치료받을 일이에요. 사람인척하는 동물 전 진심으로 한 말이에요.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휘청휘청하다가 보호받을 새도 없이 님이 그렇게 감싸던 악인들한테 휘말릴 수도 있어요. 그러지 않도록 정신 단단히 챙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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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gogkwkdnfl (글쓴이)
· 3년 전
@0ewe 조언해주는 분이 계시다니 마음이 놓이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냥 쉽게, 개인적으로 보지말고 사회적인 기준으로 보자는 말이 정말 도움됐어요.. 그리고 댓글분 말씀대로 불완전한 것들을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할거같아요.. 넓은 공감력을 갖고 있는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너무 마음이 놓여요. 댓글 캡쳐해서 자주 읽으면서 앞으론 자책 안하려고 노력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할게요 .. 감사해요 ..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경험 쌓이는걸 기다리면서 천천히 견고해지면 좋겠네요 .. 긴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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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gogkwkdnfl (글쓴이)
· 3년 전
@gagavla 네 .. 저도 그 점이 무서워요. 그리고 추측하신 내용은.. 오해에요.. 지적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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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gogkwkdnfl (글쓴이)
· 3년 전
@!e48d07ff3e01a36baf9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