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길르러 먼 길을 걸어왔는데 물 담을 통이 녹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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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물을 길르러 먼 길을 걸어왔는데 물 담을 통이 녹슬어버렸다. 다시 새 통을 찾아와 물을 길르러 왔는데 갑작스런 가뭄에 물이 다 말라버렸다. 또 힘을 내서 가뭄 아닌 날, 새 통을 들고 물을 길르러 왔는데 누군가 물에 독극물을 타버렸다. 저쪽에 다른 샘이 있으니 가보자 하고 다른 샘으로 물으로길르러 먼 길 걸어갔더니 착시였단다. 내 지난날과 현재의 모습이 딱 저렇다.. 난 정수기를 들일 능력도 생수를 사마실 능력도 없다. 물을 길르러 통을 짊어지고 묵묵히 걸어갈 능력만 있다. 그 능력이면 그냥저냥 괜찮을 줄 알았지. 하지만 거듭되는 실패에 내가 물을 마실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애초에 물을 원하지 말았어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통이 녹슬고, 물이 마르고, 물이 오염된 건 내 잘못이 아니었지만 그냥 나라는 존재 때문에 멀쩡한 것들이 다 뒤틀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나에게 맺혀있는 불운이 너무 강해서 내 옆에 있던 사람들 마저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네 잘못이 아니야. 그냥 너가 재수가 없었을 뿐이야' 라는 위로가 나에겐 그저 '넌 지독히도 재수없는 아이야' 라고 들려왔다. 최선을 다 해도 외면당한 지난 날. 좋은 꿈을 꾸고도 나쁜 일만 가득했던 오늘, 그래도 완벽히 모든 걸 못내려놓고 또 부스러기같은 희망이라도 잡으려는 지금. 나는 대체 뭘 어떡해야할까.
트라우마우울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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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12
· 4년 전
글이 시 같아요 하나의 작품을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