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익명 고민 앱을 돌아다녔던 것도, 다른 이들의 힘듬에 찾아가 괜찮다며 다독이는 것도 좋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통해 다른 이가 위로 받아 감사인사를 해주는 것에 만족하며, 그것을 위해 위로하는 한 마디를 적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오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위로하는 것을 그토록 좋아했던 까닭은 바로 나에게 없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없던 것을 타인에게 나눔으로써 생기는 대리만족에 취해,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습니다.
저의 가족은 따듯하지만, 그들은 표현에 늘 서툴렀습니다. 저도 나의 가족에게 표현이 서툰 편입니다.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며, 그럼에도 사랑하는 것이 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일이 끝나고, 그 결과를 기다리기엔 오랜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 일 끝에 남은 것은 성취도, 절망도 아닌 허무함이었습니다.
성취였다면 차라리 감사하며 행복하고, 절망이었다면 울음을 터트리며 속 시원하게 내뱉었겠지만 본인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허무함만이 남아있었고, 그 사이에 외로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내가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얼굴을 모르고, 여러분도 나의 얼굴을 모릅니다. 그렇기에 남에게 쉽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지만, 우리는 서로 위로가 필요했기에 이곳에 찾아왔으며, 그렇기에 서로에게 더 공감하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는 부디 이곳에서 제 공허함을 채울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공허함이 여러분의 따듯한 사랑으로 가득차면, 이것을 타인에게 나누기 위함입니다.
여러분께 첫 인사를 올리며 첫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