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지금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 정도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죄책감|외로움|바람]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4년 전
그간, 지금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 정도로 고통뿐이었던 시간을 보내왔다. 누구에게도 힘들단 말은 하지 못했다. 단순한 '힘듦'을 넘어 죽음을 바라보는 상황 속에서도. 종이 한장 차이의 삶과 죽음, 이 경계에서 줄타기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위태로웠다. 우울은 잔잔한 듯했지만 바다와 같았다. 가끔, 혹은 매우 잦은 파도가 나를 깊은 심해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원망했다. 난 왜 이 것밖에 안 되는 거지, 난 왜 이 따위로 사는 거지 생각하면서 자책하고 자학했다. 그러면서 난 모순적이게도 다른 사람에게 위로받기를 원했다. 누군가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나를, 나 자체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그간 힘들었던 것들을 다 털어내고 위로 받기를 원했다. 그 누구라도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바라왔다. 정말 간절했다. 간절했지만, 이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줄 알았다. 나를 말할 사람은 절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그럴 사람은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만난 정말 좋은 사람. 내 이야기를 하면 위로와 함께 조언을 해주던 사람. 그 사람을 통해 어느정도 우울속에서 빠져나왔음을 느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가라앉는 상황 속에서, 더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항상 밝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못하면서도 들어주는 건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경험적으로 우울의 전염성을 알고 있었다. 잠깐의 위로, 그보단 조금 더 깊어지고 싶었지만, 난 더 이상 우울해선 안됐다. 고마운 사람에게, 그 좋은 사람에게 피해가 되긴 싫었다. 그렇게 다시 나를 연기하게 되었다. 외로웠다. 혼자 버텨내는 게 그렇게 힘든 줄 알면서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으니. 괜찮다는 말밖에 할 수 없던 나는 그 외로움 속에서 1년, 2년, 그렇게 시간을 보내왔다. '산다'라는 말보다 '살아낸다'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라는 것밖에 없더라. 내가 먼저 말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하고 버티고 기다리기만 했다. 그것 자체로는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버텼고, 어쨌든 나타났으니. 하지만 말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 또 벽이 되어 있더라. 선을 몰랐다. 나를 어디까지 말해도 될지 몰랐고, 얼마나 깊은 우울을 말해도 될지 몰랐다. 이미 너무 우울해져 있던 탓에 나는 이야기할수록 깊어지기만 했고, 들어주던 그에게선 지쳐가는 모습이 보이더라. '적당히'를 찾기 위해선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이 경험을 위해 희생될 사람에 죄책감이 들어 역시 말을 아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외로워서 사람을 원했고, 나중엔 사람에 위로도 받았었지만, 결국 다시 외로워지는 선택을 했다. 결과적으로 보니 난 이럴 수밖에 없는 사람인가 싶다. 괜찮아 보이는, 그러나 모든 것이 연기뿐인. 스스로를 드러내지는 않으면서, 내면의 위로와 인정을 갈망하는. 모순 속에 사는, 그런 사람.
외로워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따옴표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