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어요 너무 막막해요
안녕하세요 고3 여학생입니다. 저는 중증 우울증을 몇 년째 앓고 있고 상담과 약물 복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완벽주의, 낮은 자존감, 왕따,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회피성 성격장애, 망상 등 아주 많은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충 읊자면 가족은 6살 많은 오빠와 54살 이신 부모님이 계십니다. 아버지 혼자 돈을 버시고 엄마는 주부이십니다. 집에 빚이 아주 많습니다. 친가 쪽이 약간 콩가루 집안이고 친 오빠가 사춘기일 때 약 4년간 오빠로부터 제가 폭력을 당했습니다. 초, 중학 시절 3년간 왕따를 당했으며 전교에 헛소문이 퍼져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집안에 있는 모든 문제들을 저에게 얘기하며 감정을 쏟아냈고,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싸우십니다. 이혼을 하네 마네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시고요. 제가 더 어렸을 적 초~중쯤에는 가족 싸움이 있고 난 후 항상 저에게 와서 감정을 쏟아내고 화를 내셨습니다. 중3 졸업과 동시에 우울증이 더 심해졌고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 꿈은 연극배우인데요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돈이 없어 입시 준비는커녕 취미로도 배우지 못해 도전도 못 하고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지방에 사는 사람이라 무턱대고 오디션을 보러 서울로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돈이 있지도 않고 그럴 수 있는 집안 상황도 아닙니다. 주변에서는 그럼 취미로 하라고 하지만 안 할 거면 아예 안 해야지 취미로라도 잡고 있으면 더 하고 싶어질 거 같아서 너무 답답합니다. 제가 저를 생각하면 그렇게 부유한 집안의 사람도 아니고, 외모도 연예인 급으로 빼어나지도 않고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이제 스무 살이 되는 성인이 연극을 하겠다고 하는 모습은 너무 철없고 허황된 이상을 좇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저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자살하겠노라 다짐했고 달력에 언제 어떻게 죽을 건지 표시도 해놨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3년 내내 친구도 사귀지 않았고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싶어 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학교는 계속 다녔지만 학업성적 또한 9등급 8등급이 나오는 등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눈뜨면 울고 학교 가면 자고 집에 오면 자고 새벽에 또 울고 무기력하게 눈만 깜빡거리는 생활을 3년간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양심에 찔리는 게 있었는지 고3이 되자마자 나는 정시로 대학을 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했고 부모님은 비싼 인강과 문제집을 다 사주셨습니다. 사실 공부할 마음도 없었고 정말 공부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한심하죠. 그냥 전과 같이 무기력한 나날들을 보내고 너무 찢어질 듯 마음이 답답할 땐 자해를 하는 등 그냥 그런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9월 모의고사를 쳤는데 국 5수 8영 5생 윤 5사문 6한국사 3이 나왔고 정시로는 대학을 못 가겠구나 느꼈습니다. 나름 수시를 넣어 놓긴 했는데 거의 다 면접 전형 상향이고 하향 하나 넣은 것도 뭐 하는 과 인지도 모른 채로 면접을 봐야 합니다. 면접을 잘 볼 수 있을지도 불안하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죽을 거라는 다짐을 하고 우울 속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지난날들이 너무나도 한심했습니다. 막상 죽겠다고 다짐한 날이 다가오니 죽고 싶지 않아졌나 봅니다. 미래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봤자 공부를 안 한건 제 자신이고 남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부모님께 죄책감이 아주 많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집에서 가장 막내고 부모님과 나이차도 많이 나서 만약 대학을 가게 된다면 제가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아버지는 퇴직을 하시고 저는 바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꿈은 자연스레 포기해야 하겠지요. 부모님의 노후자금을 제 용돈으로 받아 가며 생활할 만큼 집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수능이 60일 남은 시점에서 마음은 더욱 불안하고 미래에 대한 암담함 때문에 자꾸만 우울증이 심해집니다. 밥도 못 먹어서 10일 만에 6kg이 빠졌고 책상 앞에 앉으면 심장이 두근거려 공황상태가 됩니다. 매일 울고 지쳐 잠에 드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제가 공부를 안 해놓고 이제 와 이러는 모습도 참 어이가 없고 한심하고 역겹더라고요. 다 제 탓인데. 또 제 꿈이었던 연극배우. 산송장처럼 살아가던 제가 유일하게 살아있다고 느껴질 때가 연극을 할 때였는데 이제 도전도 못 하고 포기해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더 마음이 복잡하고 TV도 못 봅니다. TV에 나와 연기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또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힙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지잡대라고 불리는 대학에 성적 맞춰 아무 과나 가서 졸업을 하고 취직을 준비해야 하는데 지잡대 나와서 취직이 될까 싶은 마음에 또 조급해집니다. 남은 시간은 5년도 안되니까요. 평생 티비도 못 보고 싫어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니 그냥 죽고 싶어집니다. 다들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가겠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참 아픕니다. 그리고 지잡대를 나와 취직을 하든 말든 어떻게 뭐라도 하려면 이 우울증을 좀 극복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 앓고 있는 우울증이고 우울증 뿐만 아니라 자기혐오도 심해 무슨 일을 하든 다 포기해버리고 무기력하고 눈물만 흘리고 숨어버립니다. 이제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더 잔혹하고 차가운 사회에 나가야 하는데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하고 부모님 등골만 빼먹는 그런 한심한 자식이 될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너무 조급합니다. 주변 친구들도 너무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먼 미래가 아닙니다. 당장 수능이 끝난 후부터는 부모님이 퇴직하기 전에 취직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꿈을 포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울증을 극복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무섭고 그냥 죽고 싶습니다. 잘하는 것도 없는데 이제 뭘 해야 할까요. 재수도 생각을 해봤지만 도저히 다시 공부를 할 것 같지 않아서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아주 어릴 때는 영재 소리 듣고 전교권에서 놀던 그런 공부 잘하고 뭐든 상위권이었던 밝고 반짝거리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비루한 모습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나 싶어서 더 슬픕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최대한 줄여서 적는다고 적다 보니 횡설수설적은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 어떻게 할까요. 얼른 취직 준비하고 사회에 나가려면 이러고 가라앉아있을 시간이 없는데 너무 힘듭니다. 일어설 수가 없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