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째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코로나 때문에 정상등교를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처음에는 그냥 집에서 공부를 하면 잘 안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미루는 게 조금씩 쌓이니까 더 안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제가 정말 멍청한 사람인 것 같아요. 아니, 하면 되는데 대체 왜 이걸 못해서 질질 울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 했거든요. 할 건 계속 밀리는데 이상하게 조금도 집중이 안 되고 못하겠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버틸 만은 했어요. 그래도 데드라인이 가까워지면 화들짝 놀라서 끝내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그것도 힘들어져서 데드라인이 넘어가면 포기하고 놓아버리기 시작했고, 대신에 핸드폰을 보거나 딴짓을 하는 등 다른 걸 했어요. 그러다보니 그날 하루에 무엇을 했냐 부모님이 물어보시면 아무것도 안 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어졌죠.. 말은 웃으면서 했지만 속으로는 제가 정말 한심하고 못됐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은 저렇게 열심히 고생하시면서 제 학업을 위한 돈을 버시는데 나는 왜 이따위로 사는 걸까 하면서. 그래서 학원을 하나 남기고 다 끊어버렸어요. 코로나도 위험하겠다, 돈 부족하다는 부모님 굳이 고생시키며 학원을 다닐 이유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정말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지나보내는 시간은 많은데 시험은 다가오고 올해는 끝나가니 이 시간에 공부하는 애들은 엄청 실력이 늘겠지, 하며 제가 많이 뒤쳐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갈수록 제가 너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징징거린 적도 몇 번 있어요. 물론 조금 위안은 되었지만 그게 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았어요. 저는 여전했어요. 모티베이션이 되는 영상이나 글도 봤지만 실제로 실천하지는 않고, 계획표를 짰지만 그것도 실행하지 않았어요. 이럴 바에는 차라리 놀자, 했지만 놀려고 해도 할게 없더라구요. 원래 평소에 놀 때에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데 책도 몇 장 보다가 집중이 안 돼서/흥미가 떨어져서 덮어버리고, 영화나 드라마도 집중이 안 돼서 끊어버려요. 그냥 한없이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본래 재밌게 하던 것들이 순식간에 재미가 없어졌어요. 공부가 안 되는 건 그렇다 치고, 놀 수도 없으니 미치겠더라고요. 의미없이 SNS 타임라인 세로고침을 몇십 번씩 한다던가, 이리저리 앱을 눌러보며 새롭게 할 것을 찾고... 하는 것도 없는데 계속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어요. 말 그대로 달리 하는 게 있는것도 아닌데 정말로 해야 할 일은 계속 미루고 있는 상태가 반복되고 있는거죠. 취미를 새로 찾는 것도 조금씩 해보다가 포기했어요. 이걸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은 쉬면서 좀 더 기다려보라 하시는데 저는 학생이고, 그 시간에 제 주변 사람들은 바쁘게 나아가고 있을 테니까요. 이미 몇 달을 날렸는데 여기서 뭘 어떻게 더 기다리나요?

의욕없음지루해불안해강박우울해공허해스트레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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