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이야기」 그래, 소녀에게 있어서 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행|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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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ihywblsm
·4년 전
「소녀의 이야기」 그래, 소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이었던가. 어느새부턴가 소녀는 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B가 C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변해가는 것이었다. 물론 B쪽이 갑, C가 을이었다. B는 점점 C를 하인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책가방을 옮겨놓으라 시키고, 자신의 교과서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소녀는 그 때 C의 편을 들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나간 과거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추억이 소중한 것이다. 아무튼, 소녀는 이 얘기를 할 때 자신이 가장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사건' 이라고 말할 때 소녀는 조금 확신이 없어보였지만, 그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겐 큰 상관이 없겠지. '언제나와 같은 등굣길이었어요. 언제나와 같은 친구들과 언제나와 같은 장난을 치고 있었죠. 그 때였어요. C가 B에게 장난을 치자 B가 C의 뺨을 때리는 거예요. 전 그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물론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그런 따귀는 아니었지만 전 친구 사이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걸 생전 처음 봤거든요. 좀 선을 넘는 것 같기도 했지만 C도 웃고 넘어가서 그냥 그런갑다 했죠. 그런데 같은 날 점심시간에, 제가 C에게 장난을 쳤더니 이번엔 C가 제 뺨을 때리는 거예요. 전 그 순간 충격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어요. 아, 이건 좀 오바인가. 어쨌든, 전 이대로 제가 맞고 있으면(여기에서 소녀는 '맞고 있다기보단 조용히 넘어가면이겠죠'라고 말했다) 내가 얘한테 만만하게 보이겠구나 해서 저도 똑같이 뺨을... 뭐라 해야 하지. 때린 건 절대 아니예요. 그냥 걔가 한 것처럼 똑같이 해줬어요. 그, 이렇게 말하니까 제가 되게 나빠 보이는데 진짜 세게는 안 때렸구요, 그냥 살살 톡 쳤어요...' 소녀가 이 말을 끝내고 우리 사이엔 꽤 긴 정적이 흘렀다. 아마 이 다음에 무슨 말을 꺼낼지 몰라서였다고 생각한다. 그 긴 정적 끝에, 소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점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전 한 번 더 미묘한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했죠. B가 점점 C하고만 붙어다니는 거예요. 전 그 때 이미 눈치채고 있었을 지 몰라요, 'B는 나를 싫어한다' ..라는 걸.' 그리고 소녀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 나는 잠자코 그녀의 뒷이야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소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리고 제 인생 최대최악의 사건이 터진거죠. 이 일 때문에 제 인생이 망한 거라고 봐도 과장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뭐, 중3짜리가 이런 말을 한다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으실 테지만, 지금 저한테는 그렇게 느껴지거든요. 아이, 아무튼. -제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었어요. 진짜, 진짜진짜 좋아했어요. 정말 그 애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정도로요. 뭐든지... 그래요, 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줬다고 생각해요. 그 쓰레기 새끼...' 난 이 말을 듣고 소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녀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니, 헛웃음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소녀는 이젠 지겹다는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음을 내뱉었다. '그래요, 걘 진짜 쓰레기였어요. 쓰레기 중의 쓰레기였죠. 전 살면서 그런 쓰레기같은 남자를, 아니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어요. 아, 하나 있네. B. 아유, 어쨌든 어찌저찌해서 저희 둘은 사귀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아니, 처음에도 걔는 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제가 너무 지칠 때쯤 잠깐씩 세상 상냥한 모습을 보여주면 전 또 그거에 홀라당 넘어가 그 자식을 사랑했죠. 그렇게 200일? 300일? 그정도를 사귀었어요, 그런 사람이랑.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진짜 무슨 생각이었나 싶어요. 존경스럽기까지 하고요. 진짜 마음고생 심했겠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제 친구들은 제 푸념을 듣고 하나같이 헤어지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전 사랑에 눈이 멀어버렸죠. 지금 말하고보니, 제 친구들한테 너무 고맙고 미안하네요. 정말 좋은 친구들이에요, 걔네들. 진짜 착한 애들이에요. 아무튼, 그러다가 일이 터졌죠. 아니, 이걸 이야기하려면 앞뒤 상황을 설명해야겠죠. 제가 그 남자애, J라고 할게요. J와 사귀고 있는 걸, 사귀었다고 하기도 뭐하다(여기서 소녀는 또 한 번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냥 걔랑 만나는 걸, 제 친구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어요. 물론, B도요. 그래요, 대충 눈치 채셨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혹시 몰라 설명할게요. J는 저에게 절대 먼저 연락을 해주지 않았어요. 정말, 단 한번도요. 항상 제가 먼저 뭐하냐고 물어보고, 그것마저도 읽고 씹거나 아예 읽지도 않는 일도 있었죠. 아무튼, 전 그래서 J와의 연락 문제 때문에 끙끙 앓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얘기를 하굣길에 B와 C한테 했더니, B가 너무 당연한 말을 하듯이 '아 진짜? 내가 연락해줄까? 걔 내 연락은 잘 보던데.' 그래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에요. 어떻게 저런 애하고 친구로 지냈을까. 저는 저 말을 듣고 어이없단 생각을 했어요, 아닌가, 좀 더 나중이었나? 모르겠어요, 아무튼 ***중의 ***였던 저는 그 말도 친구니까,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하고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어요. 그때부터 눈치는 챘죠. 눈치를 못 채는 게 이상했죠, 그렇게 티를 내는데. 저희 반에서 출석번호가, J가 13번, B가 14번, 제가 15번이었어요. 덕분에 저는 둘이서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쓰는 걸 직관으로 지켜봐야 했죠. ...진짜 생각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네. 왜 좋아했는지 몰라, 진짜. 아무튼, 모든 증거가 단 하나의 정답을 가르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 눈을 감아버렸어요. 눈을 돌릴 수도 없었죠, 사방이 그 진실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전 그냥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J를 계속 사랑했어요. 참, 지치지도 않았던지. 해바라기도 밤에는 쉬어야 하는데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냥 불쌍하네요. 안쓰럽고, 불쌍하고, 측은하고.. 이 세상의 온갖 불쌍한 말들을 다 갖다붙여도 좋을 만큼 불행했네요, 난.' 여기까지 말하고 소녀는 지쳤다는 듯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이윽고 무릎에 따듯한 감촉이 느껴졌다. 내려다보자 소녀는 나와 눈이 잠깐 마주치는가 싶더니, 그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다음 이야기는 나중에 해요. 지금은... 좀 그래요.'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가 나에게 뚜렷이 집중되었다. 소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그것은 미소라기보단, 억지웃음에 더 가까웠을까. '너무 복잡하다.' 그 말을 끝으로 소녀는 잠에 빠져들었다. 나도 조용히 시야를 검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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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810
· 4년 전
진짜 작가 되시는 날이 언젠가 올거에요... ihywblsm님께서 작가가 되고 첫출판을 내자마자 제가 달려가서 그 책을 구매해 보고 싶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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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ywblsm (글쓴이)
· 4년 전
@H1810 허어어ㅓ억 과찬이세요 그래도 너무 기분좋네요 정말 감사해요💕💕💕